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8월 7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064
작성일 : 2014-08-07 07:10:01

_:*:_:*:_:*:_:*:_:*:_:*:_:*:_:*:_:*:_:*:_:*:_:*:_:*:_:*:_:*:_:*:_:*:_:*:_:*:_:*:_:*:_:*:_:*:_

시청 앞 작은 연못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비단잉어가 산다
몰락한 귀족처럼 느릿느릿 헤엄치면
양귀비꽃 수면에 비쳐온다
우리는 그걸 주홍빛 슬픔이라 부른다
허기진 햇빛이 정수리 위에 어른거린다
메마른 광장의 오후 2시가 아가미 속을 들락날락하는
지루한 염천(炎天)의 대낮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벽을 두드려보듯 지느러밀 움직여
물의 파동을 느껴본다
배에 와닿는 물의 감촉이 따스하다
눈앞이 침침해지고부터는 소리에 집착하게 된다 좁고 가늘어진 바람소리
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
무수한 소문들이 물기를 머금고 부풀었다 사라진 벤치에
빈 종이컵이 실신할 듯 입벌리고 있다
새우깡을 무심히 던지던 손이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 무엇일까
生의 마지막 들숨을 쉬듯 물위로 솟구칠 때 무심코
돌아서던 누군가의 하얘진 귓불을 보았을 수도 그때 잠깐 흔들린 듯
눈을 깜빡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서로가 엿본 것은 아무 것도
들킨 것 또한 아무 것도 없다 다만 그 동안에도
애초에 누구의 관심거리도 아니었다는 듯
개미들이 떨어진 여치 다리를 십자가처럼 옮기고 있었고
체인을 오래 매만지고 있던 자전거 옆으로 은색 승용차가
서류뭉치를 신생아처럼 안고 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모두 외로움을 흙먼지처럼 껴입고 있지만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벤치 밑에 조금 구부러진 쇠뜨기풀이 다시 일어서는 동안
내 어슬렁거림은 어떤 사소함에 비유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에 열중하는 순간 누구나
제 몸에 딱 맞는 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모두 서로에게 그림 속 배경일 뿐이라는 듯
과자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 김미령, ≪흔한 풍경≫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8월 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8월 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8월 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50169.html

 

 

망해가는 게 어디 한둘이랴...

 

 

 
―――――――――――――――――――――――――――――――――――――――――――――――――――――――――――――――――――――――――――――――――――――

”용서란 죗값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 다른 게시판 댓글에서 발췌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
    '14.8.7 8:52 AM (108.14.xxx.185)

    카툰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6674 전에 초고추장 찍어먹는게 이상한가요 36 스누피50 2014/08/07 4,460
406673 '박근혜 스캔들' 다룬 일본 기사, 마지막이 '걸작' 스캔들 2014/08/07 3,109
406672 카톡 무료 국제 영상 통화 5 스티나 2014/08/07 2,088
406671 40대 이상인 분들. 눈화장 하시나요? 17 ? 2014/08/07 5,683
406670 세월호2-14) 또한번 가슴터질거 같은 날..실종자님들,돌아와주.. 25 bluebe.. 2014/08/07 1,177
406669 애절한 사랑 영화 추천해주세요..^^ 29 그리움에 젖.. 2014/08/07 7,510
406668 윤 일병, 온몸 멍든 채 '가족 면회' 기다렸다 32 hide 2014/08/07 5,654
406667 매직캔 쓰레기통 용량 문의 드려요 2 쓰레기통 2014/08/07 1,977
406666 저도 영화찾아주세요!!(난이도 상) 2 ㅇㅇ 2014/08/07 1,228
406665 코팅후라이팬 좋은것좀 알려주세요 9 볶음요리 2014/08/07 2,705
406664 형님댁에 왕래를 안하는데.. 4 고민 2014/08/07 2,641
406663 잘하려나.. 핸드폰 2014/08/07 646
406662 남자든 여자든 서로 잘 만나야지 인생 꼬이는건 한순간이네요.2 36 답답해서요... 2014/08/07 8,766
406661 딜라이라님~ 쑥뜸 정보좀 주세요~ 3 눈이사랑 2014/08/07 1,347
406660 영화 제목 좀 알려주세요!! ㅠ 4 그리움에 젖.. 2014/08/07 1,280
406659 음악 좀 찾아주세요 제발요~~~ 3 T.T 2014/08/07 1,070
406658 임금 3600만원 올리면 400만원 감세한다는데 누가.. rafale.. 2014/08/07 799
406657 다이슨 청소기vs필터퀸 매저스틱 360 3 김사랑 2014/08/07 2,116
406656 며칠전에 사서 뜯은 쌀에 벌레가 있네요? 2 이럴수가 2014/08/07 1,048
406655 마스크팩 사용법 질문이요. 1 궁금 2014/08/07 1,431
406654 제 2의 IMF정도는 일어나줘야 정권이 바뀌는 건가요? 14 .. 2014/08/07 2,345
406653 돈은 받아 처먹었는데....검사 용돈이라 불기소. 헐~ 4 닥시러 2014/08/07 1,021
406652 7살 아들 친구고민 4 전업주부 2014/08/07 1,551
406651 워싱턴포스트, 세월호 단식투쟁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5 light7.. 2014/08/07 1,363
406650 고기 핏물 뺄때 잡내는 없애면서 고기맛은 유지하려면? 4 고기사랑 2014/08/07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