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7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228
작성일 : 2014-07-10 07:25:23

_:*:_:*:_:*:_:*:_:*:_:*:_:*:_:*:_:*:_:*:_:*:_:*:_:*:_:*:_:*:_:*:_:*:_:*:_:*:_:*:_:*:_:*:_:*:_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7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7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7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46307.html

 

 


걔네 입장에서는 웃음 나올 걸? 지금은 비웃음의 의미가 더 강할 지도...

 

 


 
―――――――――――――――――――――――――――――――――――――――――――――――――――――――――――――――――――――――――――――――――――――

”당신의 현재 상황은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 앤서니 로빈스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4.7.10 7:38 AM (58.226.xxx.92)

    청문회를 보면서 아주마 두 사람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범죄집단에 대하여 어제 한참 이야기 나누었더랬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8166 휴가 나와 자살한 관심병사 말인데요.. 넘 안타까움.. 2014/08/12 1,938
408165 군대 기사가 많이 나는 이유는.... 1 루나틱 2014/08/12 1,016
408164 [나는 꼽사리다 특집] 세월호 유족과 함께 광화문광장 현지녹음 .. lowsim.. 2014/08/12 809
408163 재미있는 책 7 궁금 2014/08/12 1,157
408162 질문이요! 천일염에 물기가 있어요 4 bestli.. 2014/08/12 1,418
408161 화 잘내는 성격 어떻게 하면 다스릴까요 8 ㄱㄹㅇ 2014/08/12 2,768
408160 광대뼈 축소술 9 뎅굴 2014/08/12 3,239
408159 강용석 전 의원, ‘성희롱 발언’으로 징역 2년 구형…무슨 말을.. 10 얏호 2014/08/12 3,316
408158 바그네 당선 무효 네요 17 대선부정 2014/08/12 5,007
408157 에볼라와 신종플루의 공통점 1 스멜~ 2014/08/12 1,236
408156 이지아와 고소영중 누가 더 갑일까요 21 ........ 2014/08/12 6,708
408155 "눈물 흘리는 사람 내쫓고 시복식 열 수 없다".. 14 /// 2014/08/12 3,301
408154 민율이가 다닌다는 서울클럽 7 그사세 2014/08/12 18,151
408153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라는 암검사 꼭 해야하나요? 10 검진 2014/08/12 4,780
408152 즐거운 하루님 ,,, 2014/08/12 631
408151 갑자기 군대관련 기사가 많아진 이유는 뭘까요? 6 . . ... 2014/08/12 1,599
408150 가족과 정서적 접촉이 어렵다는게 무슨뜻?? 2 멍멍 2014/08/12 1,127
408149 봉준호, 박찬욱 등 영화인들 세월호 특별법을 위한 단식에 동참 .. 4 수사권 2014/08/12 1,160
408148 내일 첨 고속도로 타는데.. 8 첨에는 2014/08/12 1,598
408147 삼개월동안 5킬로 찐살..금방 빠질까요 ㅜㅜㅜ 1 -- 2014/08/12 1,795
408146 말린문어반찬조리법이요 2 한여름밤 2014/08/12 2,079
408145 탤런트 장현성씨 개념남이셨군요~ 30 음~ 2014/08/12 15,120
408144 보안이 걸려있는 pdf 파일 2 솔루션 2014/08/12 3,462
408143 갈비찜 맛있게 하는 비결 좀 알려주세요 10 미식가 2014/08/12 2,070
408142 크록스 레이웨지 신으시는분들? 6 .. 2014/08/12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