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음식을 쟁여두고싶은 이유

지금의 나 조회수 : 2,373
작성일 : 2014-07-04 09:32:27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쓰신 어느 분의 이야기를 읽고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올라요.
저는 알게 모르게 음식을 사모으고 쟁여둬요. 
냉동실이 헐렁하면 불안하고, 아이 간식거리가 떨어져가면 졸리다가도 장보러 나가고 싶어져요.
특히 과일, 좋은 양념류, 커피...

생각을 해보니까, 어릴때 기억과 관계가 있는것 같아요.

아버지는 행시출신 공무원이셨고 요즘 기준으로 개천용이에요.
저는 사남매중 첫째에요. 엄마도 전혀 친정 도움 받지 못하시고, 오히려 상당 기간 외할머니를 모셨어요.
전업주부 적성이 아니고 공부하는 재능을 타고난 엄마는 까다로운 남편과 아이 넷, 시집식구들에 친정 식솔까지 합쳐
늘 힘들고 짜증이 묻어 있었어요.
아무도 직접 나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유치원 다닐 즈음 부터 엄마 기분을 살피고 눈치봐서 동생들 통솔했어요.
아마 외할머니가 같이 살면서 우리에게 지나가는 말로 돈 얘기를 하신듯 해요.
아빠 혼자 버는데 이 비싼 과일을 어찌 매일 달라하냐...생선 많이 없으니까 조금씩 먹어라...
사위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그러셨을 거에요.

근데 둘째는 그런데 전혀 신경안쓰고 먹고싶으면 점심대신 복숭아로 배를 채우고,
우리 몫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고 아빠한테 또 사달라고 하고...

조금 큰 이후로는 집에서 간식 먹을때 항상 사람수 대로 나눠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래서 양이 적으면 그냥 내 몫을 포기하기도 하고요.
동생이 말을 안들으니까 나라도 엄마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나봐요 ^^

그렇다고 엄마가 우리 먹는걸 소홀히 하신것도 아닌데 저는 그 기억이 오래 가나봐요.
글 쓰다보니 살짝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 또 그 나이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걸 알게 해준 그 상황이 고맙기도 합니다.

그 때 누나들에게 치이고 구박당한 막내에게 커피쿠폰 보내줘야겠어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IP : 59.24.xxx.16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신참회원
    '14.7.4 9:37 AM (112.184.xxx.154)

    그 때 누나들에게 치이고 구박당한 막내에게 커피쿠폰 보내줘야겠어요222222

    원글님 인생의 정답을 아시는 현명하신 분, 사랑스러운 분 이십니다~

    행복하세요^^

  • 2. 음식
    '14.7.4 9:41 AM (14.55.xxx.30)

    저하고는 반대시네요.
    전 먹을거리가 많이 있으면 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밀려와요.
    텅텅 비워 놓고 살고 싶은데 늘 꽉꽉 챙여 있는 게 힘들어요.

  • 3. 행복한 집
    '14.7.4 9:47 AM (125.184.xxx.28)

    그 분위기상 알아서 기었다는게 맞는거 같아요.
    어린아이가 그 말로 표현 못하는 분위기에 알아서
    주변사람들에게 폐끼칠까봐 알아서 스스로 그 주변사람들에게 을을 자처하며 살았던거죠.
    저도 그 분위기에 알아서 숙이며 살았던게 억울해요.
    그냥 서럽죠.

  • 4. ㄱㄴ
    '14.7.4 10:01 AM (115.140.xxx.74)

    나이대가 어떻게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엔 대부분 가난했죠.
    저희집도 너무 가난해 동사무소에서 쌀, 밀가루 타다먹고 그랬어요.

    신혼초엔 잠깐 쟁여두고 그랬는데
    살아보니 버리게되고 묵은것들이 싫고
    그래서 그뒤론 바뀌더라구요.
    저위댓글처럼 식재료가 쌓이면
    해야할 숙제처럼 머리가 무거워져요.

    냉동실엔 마늘, 고추가루 선물받은김 냉동식품 두어봉지 , 자주먹는 피자치즈정도..
    김도 없애려고 열심히 먹고 있구요

  • 5. 첫째라
    '14.7.4 10:16 AM (1.217.xxx.252)

    어떤 감정인지 이해 되네요
    근데 저도 냉장고 꽉 차고 박스채로 있는 식재료
    답답해서 진짜 싫어요 ㅎ
    오히려 냉장고가 텅 비어있으면 살림을 잘 한 느낌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7001 재산이 추정불가라는 만수르 둘째부인 3 .. 2014/07/13 3,388
397000 추석 연휴 시작일 상행선도 밀리나요? 추석 2014/07/13 1,220
396999 분당 지역 운전 매너 정말 더러워요 18 무개념 2014/07/13 4,400
396998 식당 해 보고 싶은데.. 15 노후대책 2014/07/13 3,577
396997 이스라엘, 이 잔인한 천벌 받을놈들 으으으.. 30 호박덩쿨 2014/07/13 5,729
396996 나이40에 몽실이 머리 해놨네요 4 아흑 2014/07/13 3,398
396995 님포매니악2 음악? 2 음악 2014/07/13 1,004
396994 지하빌라 수리건인데요 1 ㅇㅇ 2014/07/13 1,540
396993 공감능력은 어떻게 키우나요?? 1 ㅇㅇ 2014/07/13 1,315
396992 끝없이 생기는 물욕 (특히 좋은 아파트, 가구에대한 집착) 7 욕심 2014/07/13 3,972
396991 이명박이 풍수를 망쳐놔서 그런게 아닐까 7 생각 2014/07/13 2,275
396990 세월호 고 박수현군 아버지, 박종대 님의 심경 토로... 5 고통의시간 2014/07/13 1,550
396989 한강 이라는 작가 책 괜찮은가요? 5 추천부탁 2014/07/13 1,966
396988 뚱뚱하체비만 원피스 어디서 구할까요? 3 원피스 2014/07/13 1,982
396987 여름휴가 계획 잡아놓으셨나요? 어디로? 2014/07/13 971
396986 어렸을 때 성당에서 제병(성체) 과자를 먹은 기억 7 천주교 2014/07/13 3,231
396985 이사예정인데 사소한수리.가구 문의드려요 Drim 2014/07/13 805
396984 지금 시원하죠? 1 여름 2014/07/13 1,156
396983 앞으로 일반고가 정상화(?) 될 수 있을까요? 1 ㅇㅇ 2014/07/13 1,560
396982 끝없는사랑 황정음. 기대만큼 아니네요 5 아니 2014/07/13 2,224
396981 7080 정수라씨 끝내주네요. 10 7080 2014/07/13 4,558
396980 펄스캠정말 좋아요! 123456.. 2014/07/13 10,211
396979 [단독] 사복 경찰 또 세월호 유가족 미행하다 '들통' 3 양아치경찰 2014/07/13 1,269
396978 방울토마토 냉동 보관할때요~~~ 1 새댁 2014/07/13 5,430
396977 펌) 전생에 나라구한놈~^^ 딱이야 2014/07/13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