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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혜신의 안산이야기 1,2,3

같이봐요 조회수 : 1,435
작성일 : 2014-06-23 10:18:06

안산이야기1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433736956892857&id=10000769...

안산이야기2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433744496892103&id=10000769...

안산이야기3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433747540225132&id=1000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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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야기_I > (2014. 6.22)

*
딸을 잃은 후부터 차에서 잠을 자는 유족 부모님이 있습니다. 낮엔 집에 아이가 없어도 학교에 간 것 같아서 견딜 수 있는데 밤에 부부만 집에 있다보면 딸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게 실감이 나서 견딜 수가 없는겁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차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집에 들어가 씻기만 하고 다시 나오는 생활을 한 달 이상 하고 있습니다..

*
아들은 사라졌어도 아들 방에 아직 아들 냄새가 남아있다며 매일 아들 베개와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어느 유족 엄마. '이젠 제발 그 방에서 좀 나와라..' 고 말했던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은 냉정한 인간..’이란 비난을 들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매일 아들 방 밖에서 숨죽여 울며 지냅니다..

*
하나뿐인 딸을 잃은 어떤 엄마는 남편에게 아이를 가지자고 합니다. 나이가 많아 안된다는 남편에게 ‘지금 임신하면 우리 딸이 환생할 거 같다..’며 매달리고. 애원하는 아내가 가엾어서 남편은 매일 구슬비처럼 웁니다..

유족 부모님들 개인의 내면은 이러하지만 이들이 늘 나와있는 분향소와 가족대책위 사무실 주변에서 마주치는 부모님들의 얼굴은 대체로 고요하고 무표정합니다. 내면에는 선혈이 낭자하지만 그럴수록 무표정해지는게 사람 마음의 법칙이기도 하니까요.

옆에서 보기엔 ‘이젠 상처에 딱지가 앉았나보다, 시간이 가니 아물어가고 있나보다..’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닙니다.

유족 부모님들의 심리적 시계는 4.16일에 멈춰 서 있습니다. 이분들의 온 마음, 온 기운은 아직 세월호 주변과 그 안에 있는 아이들 곁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

저는 요즘 유족 부모님 개인상담을 주로 유족들 집에서 합니다. 아이가 있던 공간과 사투를 벌이는 분들이 많아섭니다..

아이 방에 함께 들어가서 아이 침대에 걸터앉거나 아이 책상에 기대고 앉아서 함께 얘기하다 울다 얘기하다 울다... 합니다.
한달여 차에서 자던 유족 부모님도 지난 주 처음으로 집에서 잠을 잤습니다.

아이를 가지자던 엄마도 지난 주엔 "내가 새생명을 '죽은 아이를 대리하는 존재..'로만 생각했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심리적 진도가 나갔습니다. 합리적인 생각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하늘로 간 아이를 충분히 그리워할 수 있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고 , 그 기억에 누군가가 함께 심리적 참전을 해주는 것.. 그것이 애도입니다. 애도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면 사람은 충분히 합리적인 생각, 합리적 판단을 합니다.

이 분들이 지금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건 원래 비논리적인 사람이었거나 생각이 짧아서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애도과정이 이뤄지지 않아섭니다.

정서적 매듭이 풀릴 때 사람은 가장 합리적인 상태가 됩니다.


*
지금 이분들의 치유를 위해서 여러분들이 직접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유족 부모님들이 지금 간절히 원하는 천만인 서명에 참여해주세요.
(=> fb.me/3ehNbL8Nt )

천만인 서명 받느라 전국을 직접 뛰어다니는 유가족이 세상을 떠난 아이와 마주앉아 대면하는 심리적 과정을 거치는건 어려운 일입니다.

천만인 서명, 이게 성사돼야 이분들이 개별적인 애도 과정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게 지연되면 이분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들이 더 가중될 수 있어서 많이 걱정됩니다.

그러므로...
천만인 서명에 참여하는 일은 이분들 치유의 중요한 토대를 만드는 일입니다.

아직 서명하지 못한 분들 바로 해주시길요..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서명 받아주세요.

서명에 참여하는 순간, 여러분은 '치유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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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야기_II > (2014. 6.22)

며칠전 안산 어느 운전면허학원 <안전교육> 중에 한 강사가 세월호 얘기를 하며 ‘사람이 바다에서 죽으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물고기가 **와 **다. 그 생선을 나는 1년간 절대 안먹을거다. 여러분도 먹지마라..’는 류의 얘기를 했답니다.
그 자리에 피해학생의 누나가 있었습니다. 동생과 동생 친구들 생각이 나서 말할 수 없는 공포와 통증으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지만 아무 말도 못했답니다.
강의를 듣고 있던 40여명의 사람들 중 항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봤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피해학생의 누나는 큰 충격과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PTSD에는 1차 트라우마와 2차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피해학생 누나에게 안전교육 강사의 말이 1차 트라우마였다면 수강생들의 반응은 2차 트라우마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1차 트라우마보다 2차 트라우마에서 더 결정적으로 무너집니다. 1차보다 2차 트라우마가 더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1차 트라우마 피해자에게 2차 트라우마를 막아주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교육 강사같은 인간 군상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 사람들을 완벽하게 없앨 순 없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의 대처와 반응은 우리가 주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피해자들의 치유와 그들의 삶은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트라우마에서는, 건강하게 분노하고 발언하는 시민 모두는 ‘치유자’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협의 변호사들과 상의해서 안전교육 강사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책임을 묻고 반드시 사과를 받으려 합니다.

피해학생 누나에게 강의실 안과 다르게 강의실 밖 실제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알려주려 합니다. 그래야 2차 트라우마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만 세상과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하고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명명백백한 처벌은 법적 영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의 근본 중의 근본입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가면 피해자들은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완전하게 절망할 겁니다. 자신들만 아이를 잃고 세상에서 버려졌다고 느낄겁니다. 그런 채로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습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처벌에 우리 모두가 힘을 포개는 일은 이 끔찍한 참사의 2차 트라우마를 막는 중요한 치유적 활동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치유자'가 되어야만 세월호 트라우마의 치유는 시작될 수 있고 완성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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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야기_III> (2014. 6.22)

생존학생들은 그동안 학교 인근의 연수원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숙식하며 낮에는 학교 밖(연수원)에서 학교 생활을 해왔습니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컸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준비와 다짐 끝에 사흘 후 단원고로 모두 복귀합니다.

지난 주에 아이들은 ‘학교 들어갈 때 가장 두려운 것들..’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자기들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썼고, 낼 월요일에는 학교 주변 상가나 버스 기사님 등의 주변 어른들에게 유인물로 배포할 예정입니다.
단원고 1학년과 3학년 선후배들에게 보내는 글도 있습니다. 낼 단원고 1,3학년 모든 학급을 통해 2학년 생존학생들의 글이 전달됩니다. 사고 이후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는 이 아이들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이 이 글을 쓰게 한 동력입니다. 아직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둘러앉아 수십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글, 아이들의 불안이 배어있는 글입니다.

생존학생들이 작성한 편지 글 속에는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이 죄를 짓는 일 같습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생존학생들은 아직 친구와 친구 부모님들에 대한 죄의식, 하늘로 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그 기억들 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낼 배포되는 이 아이들의 편지를 한 문장,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꼼꼼이 읽어주시길요..
살아온 아이들을 다시 사지로 몰지 않는 사회가 돼야하니까, 최소한 그런 사회의 어른은 돼야 하니까요.. 두손모아

IP : 175.118.xxx.18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혜신님
    '14.6.23 10:42 AM (175.198.xxx.31)

    당신들은 천사입니다
    가슴으로 울고는 있지만 전혀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여전히 무력한 우리들이
    온몸으로 그들 곁을 지켜주고 있는 정혜신님 및 봉사자님들에게
    감사 감사드립니다

  • 2. qas
    '14.6.23 10:44 AM (112.163.xxx.151)

    감사히 읽었습니다.

  • 3. 공감
    '14.6.23 10:48 AM (14.39.xxx.106)

    몰라서 저지르기 쉬운 우리...이렇게라도 가르쳐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너무 아픈세상입니다.
    보이지않게 애쓰시고 계신 많은 분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 4.
    '14.6.23 11:12 AM (175.201.xxx.248)

    세월호의 치유이야기가 또 내이야기같다

  • 5. 건너 마을 아줌마
    '14.6.23 12:36 PM (222.109.xxx.163)

    에구.. 또 눈물 떨어지네.. ㅠㅠ
    단원고 희생자 애기들 부모님과 형제자매, 생존한 친구들.. 모두 잘 버티고 견디시길..

  • 6. ...
    '14.6.23 1:11 PM (110.15.xxx.54)

    잘 읽었습니다 ㅠㅠ.

  • 7. 가슴을 울리는글
    '14.6.23 3:17 PM (58.227.xxx.5)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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