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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심장 약한 분들, 임산부들 클릭 금지)

건너 마을 아줌마 조회수 : 4,420
작성일 : 2014-06-18 20:17:44

옛날에...

너무나 총리가 되고 싶은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왕님이 그 사내에게 총리를 시켜준다고 말하자,  그 사내는 너무나 좋아서 입이 한아름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백성들이 그 사내를 싫어하며 반대하자, 사내는 심술이 났지만 기어코 그 자리에 앉겠노라며 기도했습니다. 

"제게 총리 자리를 허락해 주세요. 지금의 이 시련을 견딜 힘을 주시고, 하늘님을 믿는 사람이 이 나라를 다스리게 해 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나 죽고 싶은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일본군 사내들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강제로 끌려온 열 다섯, 열 여섯, 열 일곱 소녀들은 매일 매일 너무나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저고리가 찢기고 아랫도리가 피범벅이 되며 강제로 욕보임을 당하면서, 소녀들은 수치와 고통에 떨며 하늘에 기도했습니다. 

"제발 저희를 죽여주세요. 저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렇게 끌려와서 매일 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전쟁이 끝난다 해도 더렵혀진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어요. 하느님... 저희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 것 입니다. 죽고 싶어요. 제발 저희를 죽여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나 살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수학여행 떠나는 신나는 여행 길에 배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너희들은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배는 점점 가라앉았고, 얼굴까지 차 오르는 물 속에서 아이들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하느님~ 제발 저희를 살려 주세요.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죽으면 우리 엄마 아빠는 어떻게 살아요."

"아... 하느님, 물이 코로 들어와요. 더는 숨을 참을 수가 없어요... 하느님... 살려 주세요..."

다른 방에 있던 아이들도 기도했습니다.

"무섭고 깜깜하고 추운 이 곳에서 꺼내 주세요. 살려주세요... 저희 아직 살아있어요... 어서 데리러 와 주세요. 너무 추워요. 너무 추워서 옷이란 옷 다 껴입고 친구랑 꼭 껴안고 있지만... 으... 몸이 막 떨려요."

그리고 어느 순간... "하느님... 아니에요... 하느님... 저희들 이렇게 죽지만... 우리 엄마 아빠... 꼭 지켜 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 너무나  자식들을 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멀쩡한 자식들이 산 채로 수장을 당했습니다.

자식들이 살아서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친 500명의 엄마 아빠들은... 이제 매일 매일 바닷가에서 자식들의 시체가 떠올라 주기를 기다립니다. 

"80번 여자 아이, 흰색 나이키 티셔츠에 흰색 시계. 81번 남자 아이, 아디다스 운동화 신었습니다..."  번호가 매겨져 나란히 누워 있는 시체들 중에서  자기 자식을 찾은 어미는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아악~~~ 내 딸... 내 딸... 내 딸, 어떻게 해... 아악.... "

그리고 두 달이 지나도록 아들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한 아비는 이제 술이 없으면 고통스런 하루 하루를 버틸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시체들이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도 않지만... 그저 손 한 번 잡고, "이 녀석, 추웠지? 올라와 줘서 고맙다."  마지막 인사하고 장례를 치뤄주고 싶을 뿐인데... 아들은 어느 바다로 갔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부모들은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제 자식이 보고 싶습니다... 한 번 만... 딱 한 번만... 다시 품에 안고 싶습니다... 꿈에서라도 한 번만..."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나   이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목사들이 있었습니다.

목사들은 이 나라에 장로 대통령을 세워 달라며 간절히 기도했고, 장로 총리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교회를 크게 지었고, 우리 나라를 위해 권력자들이나 재벌들에게 특별히 은혜와 축복을 내려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돈 없는 애들이 배를 타고 가다가 이렇게 난리를 만들었다며 아이들을 탓했습니다.  생떼 같은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이 울부짖으며 시위하는 모습을 미개한 것 맞다고 설교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워 거리로 나선 사람들을 빨갱이 좌파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이 나라에 안정을 회복하여 주씨옵쏘서~~~  기강이 바로 잡히게 해 주시고, 분열의 영이 틈타지 않게 하여 주씨옵쏘서~~~ 악한 세력들이 물러나게 하여 주씨옵쏘서~~~ 주이여~~~ 주이여~~~"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나   멍청한 여편네들이 있었습니다.

목사가 집회에서 "내가 벗으라면 빤스를 벗어야 내 성도" 라는 소리를 해도 아멘 했습니다.  유명한 목사가 젊은 여신도를 성추행해도 강간범인 목사를 위해 기도해 줬습니다.  교회를 더 크게 멋지게 지어야 한다면 돈도 내놓았습니다.

누구를 찍으면 안된다는 문자를 받으면 그대로 행했고, 요번에 출마한 사람이 아무개 권사 남편이라는 문자를 받으면 찍어 줬습니다.  노란 나비가 주술이라는 카톡을 받자,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노란 나비를 프로필에서 지웠습니다.  노란색도, 나비도 누가 만든 것인지 생각하라고 주신 뇌는 어디다 팔아먹었습니다.  아이들 250명이 산 채로 수장을 당한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늘의 뜻" 이라는 출처 불분명한 카톡을 받으면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이웃의 고통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하라는 성경을 직접 읽기 보다는,  그저 강단 앞에서 무슨 말을 떠들던지 고개 조아려 기도했습니다.  진리를 분별하라고 받은 지혜의 영은 어디다 팔아 쳐먹고 무조건 아멘질을 했습니다.  그게 순종이기 때문이고, 순종을 해야 복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기도합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남편 출세하게 해 주세요. 우리 자식 대학 잘 가게 해 주세요.  우리 자식 요번에 명문가와 혼사 잘 되게 해 주세요. 우리 가정에 축복을 내려 주세요. 자자손손 그저 복에 복을 내려 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옛날에...

옛날에...

IP : 58.120.xxx.28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6.18 8:21 PM (211.202.xxx.154)

    옛날이라면

    구조 0명이 이해라도 가죠


    옛날이라면

    산 넘고 물 건너야 이웃소식 들을 수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데 깜깜한 게 이해라도 가죠

  • 2.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8:34 PM (175.124.xxx.184)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죄에는 죄책감을 부여하며 회개를 강요하고,
    재벌이나 권력자의 악행에는 신의 한 없는 사랑과 용서를 전하는 일부 종교인들...
    그리고 그들 말이라면 자갈로 팥죽을 쑨데도 믿는 신도들...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네 이웃들의 피눈물 나는 고통은 외면하면서, 복을 달라고 하는구나...

  • 3. ㅡㅡ
    '14.6.18 8:34 PM (183.99.xxx.117)

    아!!!!!!!
    너무 슬픈 마주하고 싶지않은 현실이에요.
    !!!!!!!!!!!!!!!!!!!!!

    제일 가슴 저미며 목이 메이게 슬픈건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듣고 파릇파릇한 몇백명의 아이들이 참혹하게 수장당했다는 사실ᆢᆢ

  • 4. ......
    '14.6.18 8:40 PM (125.142.xxx.218)

    슬픈 동화

    나이 든 소녀는
    그림없는 동화책을 읽다가 울었습니다.

    믿어지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분노가 쌓이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우린 너무 힘이 없습니다.
    윤동주 오빠의 시를 읽으며
    그 시절의 아픔과 무기력함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눈물을 닦고 동화책을 덮어야겠어요.

  • 5. aroma
    '14.6.18 8:42 PM (118.19.xxx.154)

    읽고있는데, 눈물이나요 ...ㅠ

  • 6. 쓸개코
    '14.6.18 8:49 PM (122.36.xxx.111)

    오늘은 동화인가요.. 건마아님 웃기셨다 울리셨다 우릴 들었다 놨다 하십니다.^^;

  • 7. 쭌스
    '14.6.18 9:16 PM (59.3.xxx.53) - 삭제된댓글

    하..아..ㅜㅜ
    어떡해야 할까요..
    너무 가슴이 먹먹합니다.
    절대 잊어선 않되요.
    이대로 잊고 지나가면 제2의 세월호가 다시 오겠죠..

  • 8. 지나다가
    '14.6.18 9:40 PM (121.88.xxx.22)

    건마님요.....!!!!!


    유사본래 인간본성극, '잔혹동화' 열기시리즈 중, 최악의 참혹버전이구마래욤.으흐헠.

  • 9. ㅜㅜ
    '14.6.18 9:42 PM (58.235.xxx.176)

    처음글 흥미진진하게 남편한테 소리내서 읽어주다
    너무 너무 너무나 살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다음부터 목이 콱 메여 읽지 못해 웁니다 ㅜㅜ

  • 10. ,,,,
    '14.6.18 9:51 PM (114.129.xxx.165)

    크게 웃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 11. Schokolade
    '14.6.18 9:57 PM (182.218.xxx.58)

    죄의식도 없고 상식도 없고
    뇌없는 사람들이 너무 너무 많습니다.
    짜증난다요~

  • 12.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10:18 PM (58.120.xxx.28)

    점 일곱개 211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서 이 고통을 받네요... ㅠㅠ

    -- 183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ㅠㅠ

  • 13.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10:19 PM (58.120.xxx.28)

    점 여섯개 125님...
    믿어지지 않는 이 현실이 차라리 동화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로마님...
    저도 눈물 흘리면서 쓴 글입니다.

  • 14. 달콤한캔디
    '14.6.18 10:20 PM (175.223.xxx.192) - 삭제된댓글

    슬프고 암울한 동화가
    다...
    실화네요 ㅜㅜ

  • 15.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10:22 PM (58.120.xxx.28)

    쓸개코님...
    사느라 가끔씩 웃고 있지만,, 가슴 속은 늘 통곡이지요. 아마 많은 분들도 그러시겠죠...

    쭌스님...
    그럼요~ 이거 잊으면 또 다른 세월호 옵니다. (우리가 빨리 잊기만을 학수고대 하는 놈들이 있어요.)

  • 16.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10:23 PM (58.120.xxx.28)

    지나가다님...
    맞아요. 엽기 잔혹 참혹한 일이 두 달 전에 우리에게 일어났습니다.

    ㅜㅜ님...
    울려서 죄송합니다. ㅜㅜ

  • 17.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10:25 PM (58.120.xxx.28)

    ,,,, 114님...
    예. 그렇죠.

    쇼콜라드님...
    차라리 짜증이면 좋겠습니다. 늘 가슴이 베인 것 같습니다.

  • 18.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10:27 PM (58.120.xxx.28)

    달콤한캔디님.
    그러게요... 이 참혹한 이야기가 다 실화네요...ㅠㅠ

  • 19. 유키지
    '14.6.18 10:38 PM (218.55.xxx.25)

    잔혹동화ㅜㅜ
    넘 참혹해서
    읽다가 눈감고 귀막고 싶어졌어요ㅜㅜ
    그래도 눈부릎뜨고
    아직 끝나지않은 이 이야기의 끝을
    지켜볼래요
    이 이야기 이렇게 끝나게
    가만있지는 않을래요 엉엉

  • 20. 옛날얘기가
    '14.6.18 10:51 PM (175.125.xxx.143)

    아닌 현실에 일어난 실화라는게 함정ㅠㅠ

    미치고 싶을만큼 아프고 화가나는 ,,

    이분노를 어찌 다스려야할지 통 갈피를 잡을수가
    없읍니다

  • 21. 건너 마을 아줌마
    '14.6.18 11:29 PM (222.109.xxx.163)

    유키지님~
    그래요.. 동화가 여기서 끝나면 안 되죠... 절대... 눈 부릅뜨고... ㅠㅠ

    옛날이야기 175님~
    이게 그냥 잔혹 동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실화는, 정신대 소녀들, 세월호 아이들, 단원고 부모들의 현실은 더 더 참혹했습니다. ㅠㅠ

  • 22. 건너 마을 아줌마
    '14.6.19 12:18 AM (222.109.xxx.163)

    누구는 빨리 잊자 하고
    누구는 눈 감고 귀 막고 외면하고
    누구는 역사를 훼손하고
    누구는 제 멋대로 미화하고

    자기 고통 아니라고... 참... 으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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