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잊지 말아요. 우리의 수학여행

.... 조회수 : 1,215
작성일 : 2014-05-27 21:20:23

잊지 말아요. 우리의 수학여행  이하로
-세월호 추도시


엄마, 우린
수학여행을 떠났어요.
안개가 낀 밤바다
그마저 아름다웠어요.
동무들의 재잘거림이, 웃음소리가
마치 떼지어 하늘을 포롱거리는
종달새만 같았어요.
아,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아이야.
너는 그렇게 수학여행을 떠났지.
가난한 에미가 처음 사준
노스페이스 자켓을 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넌 처음으로 바다로 나갔어.
못난 에미를 두어
제대로 된 여행조차 못했던 넌
팔랑거리는 나비처럼
손을 흔들며 여행을 떠났지.
그것이,
마지막 손흔듬이었을 줄은
에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엄마.
밤바다는 아름다웠어요.
동무들은 밤을 잊었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높아가고
꿈의 섬!
제주도로 가고 있었어요.
수학여행 중이었어요.
엄마.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의 마지막 밤이었어요.

아이야.
꿈을 꾸었지.
수학여행을 가는 꿈을
에미도 너와 함께
수학여행을 가고 있었어.
너의 손을 잡고
하루방에 입 맞추고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손짓하며
너와 여행을 하고 있었지.
바람이 불었어.
너는 갑자기 민들레 홀씨 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랐어.
너를 잡으러
허우적거리며 달려가다
돌부리에 채여
꿈이 깨고 말았어.
너는 아직 수학여행 중이었어.

엄마,
엄마.
아침이었어요.
그리고,
배가 기울었어요.
누군가가 방송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어요.
우린 착한 아이들이잖아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선박왕국이잖아요.
우리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항상 강조했잖아요.
우리는 조금도 의심치 않았어요.
우리를 구해주러 올 것이라는 것을.
우린 여전히 즐거웠고
이런 해프닝조차
우리의 수학여행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추억이라 생각했어요.
우린 곧 구조되어
수학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엄마,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바닷물은 넘실거리고
우린 버려졌어요.
엄마.
더 많이 사랑할 것을.
엄마
보고싶어요.
엄마
미안해요.
우리들의 수학여행은
배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어요.
꿈의 섬 제주도는
여전히 멀기만 해요.

아이야.
이런 일이라니.
이런 청천벽력이라니.
달려간 진도 바다에는
에미들의 울음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에미들이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소리는
점차 호곡이 되어가는 데도
아이야 
에미는 발을 동동 구를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구나.
차라리 내가 네 대신
저 바닷 속에 있을 수만 있다면
에미는 수만 번이라도 그러려만
아이야
아무도 너희를 구하러 가지 않는구나.
이런 국가라니.
이런 나라라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라라니.
너희들이 죽어가는 것을
에미들은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에미는 너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죽고 말았구나.
아이야!
얼마나 무서웠니?
미안하구나, 아이야
에미가, 어른들이
너희를 죽이고 말았구나.

엄마, 미안해요.
울지 말아요.
이제 저희들은
중단된 수학여행을 떠나요.
엄마.
우린 그렇게
아직 수학여행 중일 뿐이예요.
꿈의 섬 제주도가 아닌
시험이 없는 나라
성적이 행복순이 아닌 나라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죽지 않는 나라
아이들의 꿈이 
훨훨 펼쳐지는 나라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
정의와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엄마
우리 그곳으로
긴긴 여행을 떠나요.
울지 말아요. 엄마.

아이야.
억울하구나.
차마
분하구나.
가만히 있었던 너희들이
가만히 있다 그리 죽었는데도
이 나라는 아직
가만히 있으라 하는구나.
에미는 이제
가만히 있지 못하겠구나.
가만히 있었던 에미가
가만히 있었던 어른들이
너희를 죽이고 말았구나.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하는구나.
너희들이 살아 돌아오도록
이젠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하는구나.
너희들은 죽어
천지 사방으로 날아가 다시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온 국민의 마음에 
노란 꽃으로 피는구나.
노란 종이배를 타고 돌아오는 구나
노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구나.
가만히 있지 않는 많은 에미들이
너희를 돌아오게 하는구나.

엄마.
우릴
잊지 말아요.
우리의 수학여행이
잘 끝날 수 있도록
엄마
우릴 잊지 말아요.
모두가 아름다운
그런 세상이 오면
서로가 사랑하는
그런 나라가 되면
엄마
우린 수학여행을 끝내고
다시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 엄마
우릴 잊지 말아요.
엄마 사랑해요.
우리들의 수학여행이 끝나는 날
엄마
우리 말해요. 사랑한다고.



미국 50개주에서 '反박근혜, 세월호추모' 시위 [동영상, 사진 총정리]


https://storify.com/wjsfree/koreans-living-in-overseas-hold-rallies-over-sewol


IP : 119.56.xxx.20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5.27 9:22 PM (1.235.xxx.157)

    8번째 편지...아..너무 괴롭고...힘드네요.....힘드네요.

  • 2. 봄햇살
    '14.5.27 10:02 PM (114.129.xxx.43)

    우리 가만히 있지말아요.... 선거날 잘대 가만히 있지말아요... ㅜㅜ

  • 3. 봄햇살
    '14.5.27 10:03 PM (114.129.xxx.43)

    절때로 가만히 있지말아요

  • 4. ....
    '14.5.27 10:07 PM (125.187.xxx.32)

    평생 못잊을거야 얘들아.. 우리들이 부모님들께 힘이 되줄께..여행잘하고 꼭 만나자...

  • 5. ㅇㅇ
    '14.5.28 1:33 AM (125.186.xxx.28)

    아.............이 밤중에 또 펑펑 울고 있네요.......................
    이제 안울만도 한데.........정말 너무하네요...아이들아..착한 아이들아......어른들이...정말정말 미안하구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1298 청와대, 지명 철회 정치적 부담…”문창극 지명자 스스로 나가라는.. 1 세우실 2014/06/19 1,211
391297 제습기 추천 4 ?? 2014/06/19 1,713
391296 변비에는 무슨 식품이 좋을까요? 약은 말고요.. 15 ..... 2014/06/19 2,192
391295 [세월혹 참극] 월드컵 경기, 길거리 응원은 왜 미친짓인가? 1 청명하늘 2014/06/19 1,465
391294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6/19am] 또 다른 '문창극'은 없는가.. lowsim.. 2014/06/19 1,106
391293 댄싱퀸 노래에서 눈물이 4 맘마미아 2014/06/19 1,638
391292 2014년 6월 19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2014/06/19 1,153
391291 눈밑 주름에 좋은 것 추천해주세요 2 잉잉 2014/06/19 2,508
391290 문창극 첫인상은 어땠어요? 32 ㅇㅇ 2014/06/19 4,059
391289 접촉사고가 났는데 보험회사에서 합의 연락이 없어요 어떡해야 되나.. 6 고민되네요 2014/06/19 5,659
391288 약먹기 싫어하는 아이, 좋은 방법 있을까요? 4 .. 2014/06/19 1,944
391287 케이블에서 했었던 엑소시** 폐지 이유 아세요? 15 심약자패쓰 2014/06/19 5,597
391286 마 자켓, 블라우스, 바지 세탁비와 다림질만 맡기는 거 가격 차.. 1 ... 2014/06/19 2,582
391285 한국행 비행기 짐 꾸리시는 분 있나요? 12 -- 2014/06/19 3,866
391284 가려움증 어뜩해요? 12 가려버 2014/06/19 8,542
391283 영어 스피킹 연습할 수 있는 사이트나 어플 있나요? ㅇ ㅇ 2014/06/19 1,360
391282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요? 1 .. 2014/06/19 1,615
391281 나와다른 정치성향의 친구때문에 고민이네요 54 친구고민 2014/06/19 7,528
391280 제 삶의태도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5 애들 ㆍ 2014/06/19 2,875
391279 제 요리가 맛없다고 하네요 8 요리왕 2014/06/19 3,444
391278 지금 kbs2에서 브라질 간 뮤직뱅크에서 브라질 노래 부른 여자.. 7 ... 2014/06/19 3,464
391277 발효안된 술빵반죽 어찌할까요 1 술빵 2014/06/18 2,350
391276 루이비통백 환불(알려주세요^^) 7 2014/06/18 5,012
391275 오래묵은 열무김치, 알타리김치 어떡할까요? 10 돌돌엄마 2014/06/18 12,449
391274 방학때 어떤걸하면 생산적으로 보낼수있을까요?? 2 kiwi 2014/06/18 2,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