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by 주진우

저녁숲 조회수 : 1,994
작성일 : 2014-05-18 02:28:36
미안합니다.반성합니다 by 주진우

세월호가 침몰합니다. 선장과 선원들은 회사와 입을 맞춰야 합니다. 승객들에게 탈출 신호를 보낼 겨를이 없습니다. 벽을 잡고 버티던 많은 아이들의 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아이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대통령은 선장을 살인자로 지목하고는 사라집니다.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합니다. 총리는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안전행정부는 해양수산부에 미루고, 해양수산부는 다시 해양경찰청으로…. 해경은 자신과 친한 구조업체를 데려와야 하고, 해군은 그 업체에 양보해야 합니다. 그러는 사이 희생자의 어머니는 대통령에게 무릎 꿇고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아이들이 새까만 바다 속으로 잡혀 들어갑니다. 교육부는 여객선 참사를 막기 위해 수학여행을 금지했습니다. 조작한 증거로 간첩을 만들던 이시원·이문성 검사는 고작 정직 1개월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밀양 주민이 송전탑 때문에 음독자살한 사실을 숨기기만 했습니다. 삼성은 SDS를 상장해 3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 자녀는 최소 2조원의 부당이득을 봅니다. 설계수명(30년)을 다한 서른일곱 살짜리 고리원전 1호기는 재가동됐습니다. 새누리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긴급하게 처리해야 한답니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아들만 찾아줍니다. 검찰은 청와대가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상을 치르다 말고 영정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밤새도록 울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동학혁명 때도, 3·1운동 때도, 군사 쿠데타 때도, 독재 정권이 살인을 할 때도, 5·18광주민주화운동 때도, 군사정권이 고문을 할 때도, 국정원이 부정선거를 저지를 때도…. 영화 에서 꼬리 칸의 민중들이 앞 칸으로 전진할 때도. 가만히 있으라!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에만 갇힌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탐욕과 부패 그리고 무너진 도덕에 갇힌 것입니다. 서해훼리호에서, 성수대교에서, 삼풍백화점에서, 대구지하철에서, 마우나리조트에서…. 제가 잘해서 살아남은 게 아닙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안산에서, 시청에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른으로서, 아버지로서, 기자로서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밥 먹는 게, 화장실 가는 게 그리도 미안했습니다. ‘사는 게 그렇지’ ‘세상이 그렇지’ ‘우리나라가 그렇지’ 하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IP : 112.145.xxx.2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4.5.18 2:37 AM (125.177.xxx.96)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간절한 바람은 이뤄진다고했지요? 우리가 가진건 그야말로 쪽 수 밖에 없으니 다같이 간절히 바래고 소리내어 외칩시다. 부정부패비리는 물러가고 사람다운세상 약자를 위한 세상이다 라고.

  • 2. 한마디
    '14.5.18 6:32 AM (211.36.xxx.245)

    진우님은 면제권 있습니다.
    애많이 쓰셨고 목소리 많이 내셨습니다.
    그네바라기들이 만든거라봅니다.

  • 3. 나무
    '14.5.18 9:37 AM (115.23.xxx.228)

    명문입니다.........
    퍼갑니다. 주진우 기자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2272 영화 her 가 조금있으면 개봉하는데 꼭 보세요 4 her 2014/05/18 2,648
382271 펌 자료) 시위대 사망소식을 접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발표 2 아픈 사월 .. 2014/05/18 2,034
382270 내용 펑합니다~ 30 2014/05/18 8,584
382269 Sbs뉴스에 촛불 집회자 연행 건 나올 예정이네요. 8 아쉬운대로 2014/05/18 2,240
382268 59.86 님..서울시 교육감 후보 소개 기사 링크입니다.. 3 따뜻하기 2014/05/18 982
382267 80년 5월 푸른눈의 목격자.jpg 9 잊지말아요 2014/05/18 3,380
382266 갈 데까지 간 박근혜 정부의 ‘방송 장악’ 3 샬랄라 2014/05/18 1,644
382265 궁금)세월호 실종자수, 갓난아이 문제는? 2 삶이 그대를.. 2014/05/18 1,756
382264 정조와 정순왕후 사이가 안 좋아진 이유는? 2 mac250.. 2014/05/18 19,713
382263 십알단 단장은 처벌 어떻게 되었나요? 1 닥대가리하야.. 2014/05/18 699
382262 오늘 광주..... 8 저녁숲 2014/05/18 2,104
382261 (수정)삼성 염호석님의 시신을 경찰에게 탈취당했습니다. . 27 독립자금 2014/05/18 4,313
382260 촛불집회 연행자 사법처리하면 우리도 자수합시다. 6 자수 2014/05/18 1,619
382259 가톨릭 신자 아닌 사람이 미사 참석 가능한가요? 9 ㅇㅇ 2014/05/18 2,391
382258 "청와대가 해경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번 요청했다&qu.. 12 샬랄라 2014/05/18 2,455
382257 세월호 참사, KBS 침몰시키나..노조 "길환영 사장 .. 6 참맛 2014/05/18 1,771
382256 시청분향소에서 자해한 시민 1 빛ㄹㄹ 2014/05/18 2,154
382255 전화 여론조사 조금 이상한데요 6 여론조사 2014/05/18 2,157
382254 옷닭 기자회견 마치고 국외로 떠난 후 개비에스 사장 기자회견 4 우리는 2014/05/18 2,224
382253 카스에서 뉴스타파와 친구맺어 주세요~~ 6 슬픔보다분노.. 2014/05/18 1,108
382252 왜 생존 단원고 학생들은 합숙할까 8 미안하다 2014/05/18 3,224
382251 뜬금없이 떠오르는 전원구조 오보 15 Aa 2014/05/18 3,411
382250 [끌어올림] 82 모금 계좌 입니다. 1 불굴 2014/05/18 2,085
382249 일베 회원, 광화문 5·18기념식에서 ‘일베 인증’ 12 ㅇㅇ 2014/05/18 2,684
382248 줌인아웃펌) 두개의 글 링크합니다, 꼭 보셨으면 합니다. 3 소시민 2014/05/18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