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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우리들의 마음 속으로 가라앉았다.

.... 조회수 : 779
작성일 : 2014-04-26 02:25:06

달력에 표시된 현장체험학습 날짜를 헤아리며 아이는

그 날 도시락은 뭐뭐가 좋겠다며 일찌감치 메뉴를 정했다.

그 날 쓰고 갈 모자도 골라 놓고

(겨우 두 개뿐인 모자를 앞에 놓고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다가 단호한 표정으로 하나 선택했음)

최근에 새로 산 주황색 티셔츠를 입겠다길래,

그건 반팔이니까 그냥 긴 팔티 입으라고 했다가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그 와중에도 나는 속으로는 세월호를 떠올리며, 사실 불안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수학 여행, 현장체험학습 다 취소되었다는데

왜 아이네 학교에선 취소 공문이 오지 않을까......라면서 공문을 은근히 기다렸다.

내가 우리 아이만 그 날 보내지 않겠다고 학교로 먼저 연락하자니

아이가 쏟아낼 원망과 뒷감당이 내심 걱정되어서

차라리 학교측에서 취소해주길 바랬다.

 

결국 현장체험학습날 아침이 다가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먹거리로 배낭을 채우고 

새로 산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엄마~나 잘 다녀올게~"라면서 즐겁게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 때 나는, 감히, 이렇게 표현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어머니들이 마지막으로 본 아이들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가라앉은 그 바다에서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나는 세월호 아이들과 관련된 기사나 글을 읽을 때

가급적이면 울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불가항력적으로 눈물이 나와도 억지로 참는 편이다.

아이를 잃지 않은 내가 

함부로 우는 것조차 지금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가 난 지 10일째.

이제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바라지도 못하고

시신이라도 무사히 찾아 장례를 치르는 것이 소원이라는 부모님의 마음에

얼마나 깊고 어두운 절망의 바다가 출렁이고 있는 지

나는 감히 짐작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 역시 아이를 가진 부모이기 때문에

그것만은 알 수 있다.

 

지금 저 부모님들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아도 좋으니,

단 한 번만이라도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살아 숨쉬는 아이를 안아보는 것.

 

그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그 웃음소리를 듣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눈을 맞추는 것.

 

아이를 키우는 지난 18년 동안

당연히 매일 해 온 그 일들을 이제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아이가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지금 저 부모님들의 마음도

아이가 탄 세월호와 함께 저 깊은 바다,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아이들이 탄 배가 단순한 사고로 가라앉은 게 아니라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구조될 수 있는 아이들조차도 외면당했다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학창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올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다면

제주도 경치 사진을 찍어서 엄마 아빠 핸드폰으로 전송하고

엄마 아빠 드린다고 제주도 감귤 초콜렛 한 상자씩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을 아이들.

 

그 아이들은 결국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했다.

 

그 사실을 잊으라고,

어서 잊고 웃고 떠들라고 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 아이들이 아직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아직도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주저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모두가 외면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죽음을 이용해서 누군가는 돈을 벌고자 했고

누군가는 그 돈벌이와 관계된 것들을 덮어주려 했으며

누군가는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관했다는 것을

다들 모르거나 안다 해도 외면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지 않는 사람들,

슬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라는대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매몰되어 저 아이들을 쉽게 잊어버린다면

그러면 우리는 행복할까?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래도 나는, 내 아이는 살아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타인의 고통에 견주어 내가 누리는 행복이 더 우월하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저 아이들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쉽게 망각하길 바란다.

그래야 자신들이 필요할 때면

손쉽게 또 다른 희생양으로 준비시킬 수 있으니까.

IP : 61.254.xxx.5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26 2:54 AM (14.52.xxx.119)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이번 사건은 정말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단순히 잊지 않는 걸 넘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2. ..
    '14.4.26 3:05 AM (121.166.xxx.253)

    귀한 글...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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