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현직 항해사가 쓴 글

총체적 부실 조회수 : 2,436
작성일 : 2014-04-23 13:35:43

현직 항해사입니다.

너무나 슬프고 끔찍한 이 참사는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닙니다.
저와 같이 해기사이거나 해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다들 알고있습니다.
연안 여객선의 열악한 환경을요..

저는 외항 화물선에 승선했는데 아마 보통사람들은 그 배에서
항해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면 깜짝 놀랄겁니다.
단순히 배를 모는 일은 전체업무의 오분의 일정도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무얼하느냐하면
선박안전과 인명보호,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재해말고는 그 어느것도 선박을 위협하지않도록
수백년에 거쳐 만들어진 각종 국제협약, 규칙을 따르기위해
(SOLAS와 MARPOL, ISM code, STCW등이 있습니다.)
점검하고 고치고 교체하고 테스트하고
기록하고 서류로 증명하고 끊임없이 이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이런 일이 정말 조금이라도 안되있으면 검사관에 의해 항해허가가 안납니다.
그리고 이런 검사는 PSC라 해서 자국선박을 외국에서 외국검사관이 관리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제가 승선했던 외항 컨테이너선에서는
선체와 기기는 물론이고 우리가 몇시간동안 잠을 잤는지(충분히 휴식했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서 실었는지까지 각국의 검사관이 통제합니다.

검사관 지시로 퇴선훈련을 하게됐을때
3분 이내로 구명정을 진수하여 탈출완료상태가 되지못할때는
출항정지가 되어 항구를 못떠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선박은 항상 100%로 최상의 안전상태를 유지해야하니까요.

하지만 세월호같은 연안여객선은 전혀 얘기가 다릅니다.

연안여객선의 안전을 검사하는 기관들도 물론 많습니다.
선급, 해양수산부, 해경, 해운사가 주체로
검사종류는 수도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이 아닌 내항여객선. 검사하는 사람들도 다 우리나라사람이고
어쨋든 이번 사고로 보아 저 많은 검사기관 중 제대로 기능한 것은 하나도 없나봅니다.
세월호 퇴직 선원들이 하나같이 생명의 위험을 느껴 일년도 못채우고 나갔는데
이 배는 안전하다 라고 매번 합격했으니까요.

그리고 연안여객선 대부분이 계약직 선원들, 박봉에 출신성분도 다양합니다.
자꾸 비교되는 이탈리아의 여객선 사고의 경우
그 배는 초호화유람선에 승무원들은 해양계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로
선장은 그나라서도 최상류층에 속할 것입니다.
억대는 우습게 넘는 연봉에 상응하는 책임과 명예를 다하지않았죠.
69살 할아버지를 월 270주고 세월호에 승선시킨 것은
이 사람이 선장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씨맨쉽을 발휘하여
선박과 승객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서였겠습니까?
수백명의 인명을 책임질 수 있는 자질을 따지기보다 싼값에 선장으로 태울 수 있는 면허를 가졌기때문입니다.

20년된 낡은 배, 우리들은 똥배라 부릅니다.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여기저기 다 고장나 손보려면 끝이 없다는 뜻이죠..
타기, 스테빌라이져, 발라스트 등 사고와 직접 연관있는 이 기기들이
얼마나 잘 작동했을지 이미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못했을 확률이 큽니다.
일본에서 그 배를 판거는 더이상 자국에서 여객서비스를 하기엔 너무 낡아 위험하다고 판단해서였죠.

선박의 3요소, 선박 선원 화물.
돈때문에 화물을 제대로 고박도 안한 세월호는 3요소의 그 어느것도 기준이상의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매 항해마다 사고확률을 안고 출항했습니다.
이때까지 큰 사고가 없었던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습니다.

세월호는 진도vts의 관제 아래에 있었습니다.
이후 비정상적으로 변침하고 (진입보고시 행선지를 밝히나 세월호는 제주를 향해 변침한게 아니었죠..) 한시간 넘게
정선해있었는데 진도vts는 몰랐다고 합니다.
세월호 측에서 신고가 일찍이 있었든 없었든, 관제실에서 세월호의 이상을
모니터링 아예 안했거나 알았음에도 육상에서 늑장대처했음은 사실일 겁니다.

이런 대형참사는 단순히 한사람의 판단미스로 일어난 게 아닙니다.
이런 사고를 막고자 우리는 수많은 안전장치를 만들었지만(선박검사, 비상상황훈련, 선박관제시스템 등)
(연안여객선에서 소화,퇴선 훈련을 정석으로 하지않을겁니다. 너무 바쁜 스케쥴과 비용문제)
어느것도 제대로 안됐고 사고 후 두시간여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잡지 못했습니다.

매스컴에서 살인자로 내세운 세월호 선장과 항해사들.
또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선원을 매도하기보다
좀 더 본질적인 이해와 반성이 있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던지는 돌을 전부 선원들이 맞으면 분풀이는 되도 언젠가 또 제 2의 세월호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 겉모습만 하얗게 칠한채 연안여객선들이
또다시 확률에 맡기고 위험항해를 한다면요..

이번 참사에 대해 불똥튈까 급급한 관련부처들...
국민안전에 난 큰 구멍을 꼭 채워주십시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112...

IP : 112.148.xxx.2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1311 욱일전범기.....부산시민공원역사관에 전화를 했습니다. 3 。。 2014/05/21 1,112
    381310 구원파 회견 15 ㅇㅇㅇ 2014/05/21 2,852
    381309 부산시민공원 역사관 천장좀 보세요... 10 ... 2014/05/21 1,345
    381308 한표의 중요성!! 강추 1234v 2014/05/21 627
    381307 정말급해요ㅜ 일반벽지에 빨간잉크가 묻었는데 지워지는 방법 없을까.. 2 2014/05/21 509
    381306 경기도 교육감 이재정 후보에 대하여.. 9 캐롯 2014/05/21 1,691
    381305 비락, G마켓도 불매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김보성 관련.. 7 글쎄 2014/05/21 1,626
    381304 갑제 옹...ㅋ 12 산우 2014/05/21 2,301
    381303 죄송> 아직 햇 매실 안나왔나요? 3 근혜아웃 2014/05/21 841
    381302 우리 힘내요.. 5 음.. 2014/05/21 649
    381301 선글라스 인터넷 구입 괜찮을까요? 백화점과 두배차이.. 2 .. 2014/05/21 2,301
    381300 정권 심판하자 <-이분의 돌직구.. 。。。 2014/05/21 924
    381299 KBS 수신료 납부 거부 및 KBS 사장,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1 매일서명 2014/05/21 790
    381298 세월호에 계속 집중해요, 우리... 5 세월호!!!.. 2014/05/21 691
    381297 생중계 - 세월호참사 국회임시회- 김광진,한명숙,최민희 의원 등.. 8 lowsim.. 2014/05/21 701
    381296 진짜눈물과 가짜눈물 정말인가요? 13 눈물 2014/05/21 3,621
    381295 이마트에 방충망 파나요? 3 방충망 2014/05/21 1,726
    381294 진영·이혜훈·나경원, 정몽준캠프 공동선대위원장(1보) 9 세우실 2014/05/21 1,551
    381293 사고당일 4/16 오전10시 야당측 대선조작 기자회견이 있었네요.. 14 ... 2014/05/21 2,867
    381292 1등집착아이 과정칭찬 해줘도 소용이 없네요 13 .. 2014/05/21 2,144
    381291 sbs 기자 '담화에 줌기법을 쓴건 처음...' 11 영양주부 2014/05/21 3,074
    381290 82님들은 모두 서명하셨나요? 예은이 아빠 페북에서 퍼왔습니다... 22 잠이안온다 2014/05/21 2,022
    381289 일제시대부터 엠비정부까지 현대사 쉬운정리 6 술술읽혀요 2014/05/21 1,003
    381288 얼갈이배추 데쳐놓은게 두단입니다. 7 무지개 2014/05/21 1,438
    381287 종편뉴스채널 언론에 테러당하는 기분이에요 1 뉴스들 2014/05/21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