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선장이 먼저 도망간 이유

안녕 조회수 : 14,939
작성일 : 2014-04-22 19:24:40
프랜시스 켈시라는 미국의 여성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FDA 즉 미국식품의약국이었는데 하는 일은 신약에 대한 심사후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고용되자마자 첫 과제로 주어진 것이 독일에서 개발되어 임산부의 입덧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어떤 신약의 미국내 판매여부에 대한 심사였다.

약의 이름은 탈리도마이드.

입덧 뿐만 아니라 두통, 불면증, 식욕저하 등 거의 모든 임신증후군에 잘 듣는다는

소문에 유럽 각국에서는 선풍적인 반응을 보였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입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제약회사는 이미 유럽 각국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므로 미국에서도 의례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즉시 판매허가가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담당자인 켈시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이 약이 사람에게는 수면제효과가 있는 반면에 동물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는 제약회사측의 집요한 요구에도 차일 피일 시간을 끌며 승인허가를 미루었다.

영화 식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국 제약회사들의 로비와 압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핑게 저 핑게를 대가며 승인허가를 질질 끌었다.

그러던 차에 유럽 각국에서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해표지증을 가진 기형아들의 출산이 급증하였는데

역학조사 결과 거의 모든 경우가 산모가 임신중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당연지사로 탈리도마이드의 미국판매는 불허되었다.

유럽에서 8천명이 넘는 기형아들이 태어난 반면 미국에서는 켈시박사의 소신덕택에 단 17명 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켈시박사는 서류를 깔아뭉겐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겸손해 했지만 미국정부는 훈장으로

그녀의 강직한 업무처리에 보답하였다.

이장덕이라는 한국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였고 하는 일은 유아청소년용 시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담당계장으로 근무하던 1997년 9월 그녀에게 관내에 있는 씨랜드라는 업체로부터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허가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다중이용 시설중에서도 청소년 대상이므로 철저히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사결과 콘크리트 1층 건물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가건물형태로

화재에 매우 취약한 형태였다. 

당연히 신청서는 반려되었지만 그때부터 온갖 종류의 압력과 협박이 가해졌다.

직계 상사로부터는 빨리 허가를 내주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왔고 민원인으로 부터도 여러차례 회유시도가 있었고

나중에는 폭력배들까지 찾아와 그녀와 가족들을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1998년 화성군은 그녀를 민원계로 전보발령하였고

씨랜드의 민원은 후임자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씨랜드 측과 관련 공무원들이 앓던 이 빠졌다고 좋아한지 1년도 채 못되어 씨랜드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고

결국 18명의 유치원생들을 비롯한 23명이 숨지는 참극으로 끝났다.

똑같이 소신에 찬 공무원이었지만 한 사람은 비극을 막고 다른 한 사람은 비극을 막지 못했다.

한 사람은 영웅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지만

한 사람은 경찰에 제출한 비망록으로 인해 동료들을 무더기로 구속시켰다는

조직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한 사람은 90세까지 근무한후 은퇴하자 조직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였지만

한 사람은 현재 무얼하며 지내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그녀의 소신을 못지켜준 죄를 그녀가 일깨워준 교훈을 잊은 죄를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아이들이 대신 감당하고 있다.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한다면 출발은 여기부터다.

우리는 이런 나라니까.. 이따위 나라니까..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나라꼴이 이따위니까 이런 것임.

그리고 그때 화성군수했던 놈은 지금 서청원 후보 선거대책위 본부장을 맡았고, 아마 어디서 목에 힘주고선 한자리 하고 있겠지.

This is Korea!
IP : 223.62.xxx.121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ullen
    '14.4.22 7:31 PM (223.62.xxx.77)

    아휴.. 씁쓸하네요

  • 2. 이런
    '14.4.22 7:32 PM (219.248.xxx.153)

    빌어먹을 놈의 나라..구석구석 안 썩은데가 없으니..
    소신 정직 원칙 정의가 실종된 나라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표본이에요.

  • 3. ㅜㅜ
    '14.4.22 7:32 PM (112.184.xxx.39)

    세상에..

  • 4. 슬픕니다
    '14.4.22 7:32 PM (211.246.xxx.45)

    도대체 내 나라 우리나라는 왜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할까요

    정말 슬픕니다

    왜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대접은커녕 괴로움에 빠지게 될까요

  • 5. ...
    '14.4.22 7:33 PM (112.223.xxx.172)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수십년간 의로운 행동을 했던 내부고발자들,
    지금 어떻게 됐나 알아보면.. 할 말이 없죠.

  • 6. ocean7
    '14.4.22 7:33 PM (221.164.xxx.10)

    정말 자금 딱 필요한 글을 잘 올려주셨어요

  • 7. 안녕
    '14.4.22 7:37 PM (223.62.xxx.121)

    모두들 있는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원칙대로 사는게 시작인것 같습니다. 뭐 잘 하려고 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원칙대로...

  • 8. joinin
    '14.4.22 7:37 PM (96.49.xxx.98)

    우리가 이런 사회에 살고 있군요.
    이렇게 가슴 치다가 또 없던일로 마무리 되야하나요?
    아니면 나서서 한 마디하다가 죄파로 찍혀야 하나요?
    우리에게도 의인은 있습니다 다만 의인의 기를 꺽어서 계속 못가게 만드는게 정부가 하는 일이죠.
    어떻하면 바뀔 수 있을까요?

  • 9.
    '14.4.22 7:39 PM (221.152.xxx.5)

    This is Korea!

  • 10.
    '14.4.22 7:51 PM (121.136.xxx.249)

    참 ...할말이 없네요
    휴...

  • 11. 자끄라깡
    '14.4.22 8:21 PM (119.192.xxx.198)

    제도를 마련하고 원칙을 지킨다는게 우리나라에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늘 소잃고도 외앙간 못고치는 이 노릇을 어떡해 해야하는지.

    국가최고 권력자가 응급상황에 대한 제도도 없는 상태에대한 잘못과 뉘우침없이
    처벌이란 말만 늘어 놓고
    마치 자신은 잘못이 하나도 없는 양 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좌절케합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만은 좋은 세상에서 살게하고 싶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 12. 슬픈일이죠
    '14.4.22 8:29 PM (184.148.xxx.120)

    물론 국민들도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일반 국민들은 법을 안 지킬 수 없는게 현실이죠

    하지만 부자들이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 검.경찰들 같이 돈있고 법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법을 교묘히 이용하고 빠져나가는게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의 잣대가 다루어 진다면 이런 슬픈 현실은 생기지 않을겁니다

  • 13. ..
    '14.4.22 8:43 PM (125.178.xxx.130)

    윗대가리들이 썩었는데 아랫물은 맑을까요...
    그밥에 그나물들..소신있는 사람이 내처지는 나라가 우리대한민국이네요..

  • 14. ddd
    '14.4.23 8:02 AM (58.226.xxx.92)

    슬프다 억울하다 원통하다

  • 15. ...
    '14.4.23 8:13 AM (219.251.xxx.2)

    This is Korea!
    이 말이 이렇게 가슴 아플 줄이야..

  • 16. terry
    '14.4.23 8:15 AM (125.131.xxx.8)

    프랜시스 캘리와 이장덕.

  • 17. ...
    '14.4.23 8:42 AM (58.234.xxx.161) - 삭제된댓글

    우리나라에 필요한건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고집스러운 원리원칙 주의자겠네요.

  • 18. 참맛
    '14.4.23 8:53 AM (59.25.xxx.129)

    이장덕의 고집스러운 원리원칙을 지켜주지 못하는 이 나라의 꼬라지가 더 문제군요.

  • 19.
    '14.4.23 9:06 AM (211.192.xxx.230)

    서청원 .. 그나물에 그밥이겠죠. 기억하겠어요.

  • 20. 훈이민이
    '14.4.23 9:17 AM (210.98.xxx.88)

    억장 무너지네요

    이글 좀 카피할수있게 해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 21. ..
    '14.4.23 9:36 AM (220.117.xxx.121) - 삭제된댓글

    그런데... 더 안타까운건 이나라는 변할것 같지 않아요..
    드라마 쓰리데이즈 볼때마다 현 정부의 실체인것 같고..

  • 22. ........
    '14.4.23 12:32 PM (180.71.xxx.92)

    이젠 한숨도 안나오고,
    입안이 쓰네요.

  • 23. This is Korea!
    '14.4.23 12:42 PM (125.143.xxx.215)

    This is Korea!

  • 24. ..........
    '14.4.23 12:52 PM (74.101.xxx.101)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바보가 되는 나라

  • 25. ..
    '14.4.23 2:25 PM (222.110.xxx.122)

    뼈저리게 마음아픈 글이네요ㅠㅠ

  • 26. This is Korea
    '14.4.23 3:07 PM (203.226.xxx.179)

    ㅠㅠ
    이장덕님 소식 궁금하네요

  • 27. 원칙과 상식
    '14.4.23 6:03 PM (14.32.xxx.157)

    하루 두끼 먹고 살아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네요~~

  • 28. ..
    '14.4.23 6:43 PM (211.212.xxx.251)

    나만 아니면 됀다는 생각 결코 혼자 피해갈수 없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9636 그네혐오)이럴땐 어째야하죠...도와주세요ㅠㅠ무플 절망이에요ㅠㅠ 2 콩이맘 2014/05/15 1,000
379635 남경필 ”대통령 지키겠다는 말…정치적으로 악용” 12 세우실 2014/05/15 2,917
379634 기사펌-카네이션 받고 눈물 흘리는 단원고 교사 유가족들 3 민이 2014/05/15 2,002
379633 구구아웃) 주요 친일파 후손들 명단 18 봄날은간다 2014/05/15 19,625
379632 (새누리일당들 아웃!) 고무장갑 늘어진 자국 1 고무 2014/05/15 651
379631 진도체육관 관련 진도 군청에 전화했어요. 12 팽목항 2014/05/15 3,165
379630 그네아웃] 노짱 사진 무지많아요!~ 21 그리운분 2014/05/15 2,374
379629 박원순 정말 대단한게 뭐냐면 .. 9 2014/05/15 4,502
379628 노란리본 했다고 실제로 가방까지 불심검문 당했다는데요.... 15 .. 2014/05/15 3,303
379627 이 분 글이 올라왔네요. - 드루킹이 보는 요즘의 세상 2 . 2014/05/15 1,576
379626 [매일신문] '닫힌 대구?' 이젠 폐쇄의 사슬 끊자 5 일베충꺼져 2014/05/15 1,956
379625 방사능안전급식위해 김형태의원을 비례대표로 뽑아주세요 2 녹색 2014/05/15 558
379624 정의당 세월호참사 피해자 지원하는 특별법 발의 7 정의당 2014/05/15 1,293
379623 세금 4백50만원 내라는 통지서.. 5 기가 막힘... 2014/05/15 3,542
379622 터키나 우리나라나.... 후진국 2014/05/15 762
379621 종북 좌빨 운운하시는 분들 이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2 피리 2014/05/15 819
379620 (박근혜 아웃)누가 책임자 1 찔레꽃 2014/05/15 440
379619 저희 시누 어떻게 해야 시집갈까요 7 시누 2014/05/15 2,917
379618 영화 "도가니" 책으로 읽어보신분 계실까요??.. 6 가을이좋아 2014/05/15 1,092
379617 손석희국민대글175.223.xxx.116 알바아이피 외우세요. 9 자유 2014/05/15 1,142
379616 WSJ, 세월호 참사 우왕좌왕 한국정부 ... 2014/05/15 682
379615 클릭금지,댓글삭제!"손석희님은 왜 국민대를 나왔나요?'.. 23 82횐님들!.. 2014/05/15 2,261
379614 진도체육관 관련 팽목항 2014/05/15 547
379613 이번주 토욜 집회요 2 지니 2014/05/15 670
379612 12시까지 배가 떠있었다는 bbc 기사는 단순 실수일까요 2 ... 2014/05/15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