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딱 한 번이라도 내 새끼 품어주고 보내줘야지" -기사펌

우유좋아 조회수 : 2,132
작성일 : 2014-04-21 00:48:03

경향신문|박용근 기자입력 14.04.20 20:58 (수정 14.04.20 20:58)댓글 773작게SNS로 공유하기더보기


"먹지도 자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부패만 안됐으면 해요.
딱 한번이라도 내 새끼 품어주고 보내줘야지, 엄마가 어떻게 그냥 보내"
20일 새벽 큰 딸이 실종한 뒤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청와대로 가겠다며 무작정 나선 김모씨(44)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차가운 새벽이었지만 김씨는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걸었다. 그는 진도체육관에 지쳐 쓰러져있다가 다른 가족들이 체육관을 나서자 정신 없이 따라 나섰다.

함께 나온 김씨의 둘째 딸은 엄마에게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줬다.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나흘 째인 19일 오후 11시 전남 진도군 실내 체육관에서 머물던 실종자 가족들은 참다 못해 일어섰다. "청와대로 올라갈 사람들을 모은다"는 말이 돌았다.

진척 없는 구조작업에 지친 가족들은 "1분에 1명씩 죽어가고 있는데, 책임자는 연결도 안된다. 청와대에서 드러눕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내에서 사망자 시신이 처음 수습됐다는 소식이 때마침 전해졌다.

"청와대에 가는 것 왜 보고 안했어" 사복 경찰의 전화기 통화를 무심코 듣던 한 실종자 가족이 벌떡 일어서서 경찰의 전화기를 뺏어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통화는 끊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이 흥분했다.실종자 가족들은 버스를 수배했고 대표 70여명은 버스를 나눠 탔다. 경찰이 급히 막아 섰다. 체육관에 남아있던 가족까지 합세해 300여명이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새벽 빗속을 걸으며 실종된 가족의 이름을 부르거나, "정부는 살인자" 등의 구호를 사방에서 외쳤다. 처음엔 행진을 허용하던 경찰도 진도대교 2.6㎞를 앞두고는 시위대를 다시 막아 섰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들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2시 45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자동차 유리창에 붙어 "애들은 꺼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눈물을 쏟았다. 승용차 뒷자리에 앉은 총리는 눈을 감은 채 말이 없었다.

가족들은 동이 튼 뒤인 오전 6시가 지난 뒤에야 총리의 차에서 물러났다.한 50대 남성은 "그냥 길만 열어주면 된다. 우리 애들은 5일이나 차가운 물 속에 있다. 지금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주먹을 쥐었다. 또 다른 남성은 쉰 목소리로 "추위에 여기 나온 사람들 다 쓰러져도 배 속에 있는 아이들만큼 춥지는 않다. 애들 살려달라는 것 아니다. 조금만 빨리 꺼내달라는 거다"며 눈물을 연신 훔쳤다.

한 여성은 경찰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애들 목소리 안 들리는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요. 추워요. 꺼내주세요. 이 음성이 안 들리나요. 왜 길을 막아요. 모든 지원 다해 준다고 해놓고 왜 안되는 거예요
."경찰은 "어두워서 행진은 위험하다"며 이들에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가족 대표 한 사람이 외쳤다.

"우리가 데모하는 것 아닙니다. 여기서 안 되니까 청와대로 가겠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해결해 주실 겁니다. 우리는 하나도 안 위험하니까 위험에 빠져 있는 우리 아이들이나 생각해 주세요."오전 7시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애들이 울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울기 시작했다. 길을 막던 여경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행진은 짧게 끝났다.

팽목항 상황실에선 속속 수습된 사망자의 이름이 불렸다. 한 남성은 "이제는 (이름이) 나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라며 기력을 다해 처져있는 아내를 다독였다. 시위대는 20일 오전 10시 30분쯤 해산했다.
미증유의 참사 앞에 정부는 실종자들을 구해내지도, 남은 사람을 위로하지도 못하고 있었다.·김여란 기자<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
부인 잃은 사람을 홀아비라 칭하고

남펴 잃은 사람을 과부라 칭하고

부모 잃은 사람을 고아라 칭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식잃은 사람의 참담하고 기막힌 심정에는 따로 표현이 될만한 이름을 못찾았다고 합니다.

 

 

IP : 119.64.xxx.11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chiffer
    '14.4.21 12:53 AM (175.213.xxx.20)

    미칠거같습니다....

  • 2. ..
    '14.4.21 12:53 AM (14.33.xxx.175)

    눈물이앞을가려 글을쓰지도못하겠네요

  • 3. 건너 마을 아줌마
    '14.4.21 12:56 AM (175.125.xxx.209)

    ............................ ㅠㅠ
    ............................ ㅠㅠ

  • 4. ....
    '14.4.21 12:58 AM (218.234.xxx.37)

    실종자 가족들의 저 암담한 심정을 이해하는 게 오늘 문득 "그래서 이 사고 수습 총책임자가 누구지?" 생각해봤더니 누군지 모르겠어요. 요 며칠동안 인터넷 뉴스, 커뮤니티 돌아다니면서 읽은 기사/글이 몇개인데 왜 대책본부 최고책임자가 누구인지 기억을 못하는 건지.. (해경청장도 책임자는 아님)..

    그제서야 진짜로 느꼈네요. 구조본부, 대책본부 열개 가까이가 중구난방 난립했다더니...총책임자는 없구나...

  • 5. ................
    '14.4.21 12:59 AM (58.239.xxx.131)

    현실이 이렇게 가혹할 수가 있을까요

  • 6. 이 거지같은 나라
    '14.4.21 1:01 AM (175.115.xxx.36)

    지옥이 여기네요

  • 7. 엄마라면..
    '14.4.21 1:18 AM (115.143.xxx.174)

    엄마라면..부모라면..
    그심정알지요..
    내새끼..안아주고싶고..
    얼굴 어루만져주고싶은..
    부모라면..알지요..ㅠ.ㅠ

  • 8. 플럼스카페
    '14.4.21 8:05 AM (122.32.xxx.46)

    ㅠㅠ
    참담해요.

  • 9. 두혀니
    '14.4.21 9:16 AM (1.241.xxx.29)

    딱 한 번 품어주고 보내고 싶은 마음.
    눈물이 나네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841 시어머니께서 아기 봐주실때 얼마드려야 하나요? 23 광화문 2014/05/12 3,529
378840 몽청이 우는거 보니 부정선거 걱정됩니다 28 몽청이의 눈.. 2014/05/12 3,754
378839 어느 문명 가족의 대화 보셨나요? ㅋㅋ 2014/05/12 1,088
378838 애들 휴대폰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네요 10 .. 2014/05/12 2,625
378837 바이엘2권을 치는데 6 ff 2014/05/12 2,103
378836 오늘자 손석희뉴스 어디서 볼 수 있나요? 6 1111 2014/05/12 1,718
378835 이와중에 죄송) 영어 번역 하나 부탁드려요 1 죄송 ㅠㅠ 2014/05/12 777
378834 사고나고 다음날 2 여성 2014/05/12 1,182
378833 안산 소식 전합니다~ 16 안산시민 2014/05/12 5,431
378832 필독) KBS TV 수신료 안내는방법 알려드립니다 7 집배원 2014/05/12 2,212
378831 “MBC 박상후부장 ‘그런 X들 조문해줄 필요 없어’ 4 인증하시네~.. 2014/05/12 1,630
378830 법원, '내란음모 항의' 보수단체 회원 벌금형 2 광팔아 2014/05/12 1,078
378829 정몽준 예전 막말 동영상이라네요.. 6 하하하 2014/05/12 1,834
378828 11일 총리 3중우산속 진도의 '현장이 보이는 현장' 9분 방문.. 1 낙조펜션 2014/05/12 1,057
378827 정몽준이 왜 울었을까요? 20 시민 2014/05/12 4,316
378826 몽설수설.txt 5 몽몽 2014/05/12 2,315
378825 민간잠수사 사망…14일전부터 의료진 투입 요청 정부가 막아 9 열정과냉정 2014/05/12 2,086
378824 [퍼옴]뉴욕타임즈 광고 비난에 대한 미국교민의 뚫어뻥 댓글 - .. 19 물개박수 2014/05/12 3,583
378823 멍주니...짜증나나바요...공주년 토론회랑 비슷해요 14 멍주니 2014/05/12 3,881
378822 지금mbc 리얼스토리 눈 중간에 갑자기 끝난거 맞나요? 6 lee 2014/05/12 2,467
378821 [기사]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 가 1 아뇨.. 2014/05/12 1,681
378820 영어9등급을 4등급까지 올리는데 22 2014/05/12 3,495
378819 죄송해요, 영어과외선생님들께 조언 구합니다 3 ㅠㅠㅠ 2014/05/12 1,364
378818 손석희 뉴스에 정몽준 23 ᆞᆞᆞ 2014/05/12 4,419
378817 JTBC 인터뷰, 정몽준 왜 저래요? 31 ㅇㅇ 2014/05/12 12,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