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마트에서 우연히 토끼한마리를 받았어요.
갓태어나서 한참 인형같이 작고 어릴때 팔리지 않아서
시기를 놓치면서 작은 유리박스 안에서 점점 커져서...
이젠 구경하는사람들이 귀엽다고
와~토끼다~하는게 아니라
흠찟 놀라는표정으로
어머..저 토끼봐... 하는...
상품성없이 커진 하얀 라이언헤드 토끼였죠.
자기몸집은 커지는데 유리박스는 작고,
하루종일 하얀불빛에 덥고 답답하고...
이토끼는 유달리 호기심,모험심,포기하지않는 도전정신,인내심이 대단했죠.
매일같이 그 유리박스를 탈출해서 한참떨어진
그릇코너, 이불코너에서 발견되니..
아침마다 애견코너 아줌마가 얘부터 확인하고 잡으러 다니는게 일이였대요.
그러다 하루는 출근하니 정말 안보이는데...
한참을 둘러보니
유리박스와 장식장의 까만테두리안을 도대체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수가없게
낑겨들어가있어서
그걸 아예 해체하다시피해서
유리박스에 넣어놓고
그코너사장님께 말했대요. 얘 도저히 안되겠다고, 감당이 안된다고
무슨 수를 쓰시라고.
누굴주든지,
농장에 다시 보내든지 하시라고...
사장님도 둬도 더이상 안팔리니 치워버리려고
이곳저곳 사람들에게 토끼한마리 키우라고 얘기하지만
다들 이쁘긴한대~얘정말 이쁘게 생겼다~근데 안돼
거절만 하고
우연히 마트들러서 평소 동물을 좋아하던 저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고
유리박스안에 커진몸집으로 다리도 다 못펴고 누워있는
토끼가 정말로 안타깝고 안스러웠어요..
저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엄마는 자신이 어릴때 병아리가 아랫목 이불안에 있는걸 모르고
놀다 들어와 앉아 깔아뭉개죽인 트라우마가 너무나커서
동물은 좋아지만 털끝도 손을 못대고 몸에 닿는것도 질색하시는분이라
집안에 동물은 생각도 못했기에
망설이고 있는데
그새 이미 사장님은 박스에다 토끼를 담고 제양팔에 안겨주셨어요.
그생각은 했던거 같아요.
그좁은 유리박스안에서
다리도 못펴고 지친듯 누워있는게 정말 불쌍하고 너무 안타까워서.....
내가 너 다리는 펴고 잘수있게는 해줄수있어
다른건 몰라도
다리쭉펴고 누울수있게는 해줄게...
그렇게 시작된거같네요. 바니와 나의인연이
평소에 누가 무슨동물을준다해도
무조건,칼같이
절대적으로거부하던 내가
나도모르게 뭐에 홀린듯 받아온 생애 첫번째 동물이였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1년만에
할머니의 방으로 들어와 살기시작한 동물이였어요.
평소 살아계실때 한쪽눈으로 슬쩍 흘기듯 보시는
할머니의 얼굴,인상과
혼내면 얼굴한쪽으로 비스듬이 쳐다보며
마스카라바른 검정눈 하나로 힐끗하며 보는 바니의 표정이
너무 흡사해서
엄마와전
흠찟흠찟 놀라기도 했어요.
마치 할머니가 쳐다보는거 같다고
그렇게 공경섞인 부양을 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함께 겪어왔어요.
울고웃고...
8년을 가족같이 자식같이 사랑하며 기르던 토끼가 어제낮에 죽었어요..
건강하던 체질로 타고났고 1년에 한두번 소화불량만 살짝있고 다시좋아져서
이번에도 괜찮으려니 했어요..
며칠전부터 소변에 피색이 비치면서 점점 많이비치는데...
식사가 건초보다 색색깔 사료를 많이먹어 그런줄알고 나아지겠거니...했어요.
그러다 결국 심해지면서 ....혼자 쓸쓸히 낮에 죽은거에요..
평소처럼 물을 주려 문열었다....눈앞이 어지럽고 믿기지않아
끌어안고 한참 오열했어요...
힘든세상에 나만남겨두고 가면 어쩌냐고...
너한테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나만 남겨두고 먼저가냐고
이렇게 빨리가면 어쩌냐고
내가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이렇게 가면 어떡하냐고
울었는데
바니는 눈을 뜬채
아무런 미동도 없이
조용했어요.
할수만있다면
숨을 다시 불어넣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안고
울수밖에 없는게 너무슬퍼서...
한참을 오열했어요.
바니는 그냥 토끼가 아니었어요.
자식같이, 친구같이,애인같이
내가 겪은 감정을 같이 나누고 겪어왔어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같이 이겨왔고...
힘들고 외로울때 눈을 맞추면
그저 조용히 다가와 제 이마와 코,뺨을 얼마나 정성스레 핥아주는지
그 핥음을 받는게......마치
신에게 다정한 키스를 받는듯이
너무나 따뜻하고 평화로운 감정을 전해줘서
하루동안 사람들에게 치이고 힘든 마음이 사르르 녹는
그저 조용히 옆에서 바라보는 눈으로
많은 위안을 주던.....그런 토끼였어요.
그런아이가 아픈걸 세심히 배려하지못하고...
혼자 마지막순간에 마지막숨을 몰아쉬었을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여오고 미안해서 눈물이 흐릅니다.
날이 풀렸다고 장판불끄지말고 좀더 따뜻하게 해줄걸
따뜻하게 해줬으면 이렇게 갑자기 병으로 안가지 않았을까
좀더 깨끗이 청소해줬다면 갑자기 병으로 안가지 않았을까
엄청 좋아하는 간식도 듬뿍듬뿍 입에 넣어줄걸
몸에 안좋을까 괜한염려로 애태우며 너무안줬구나
한번더 안아주고, 이쁘다해주고 곁에 더 있어줄걸
짧은시간 보듬어주고 내만족에 됬다하고 문닫고 외면했구나
모두 내잘못으로 성급한 판단과 돌봄이 부족해
좀더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수있는 바니를
성급하게 보낸듯해서 어제도 오늘도
식은 바니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많은 힘든일을 겪어오면서
저희 엄마는 현재 암이 발병되서 치료중이세요.
평소 만지질 못하는 성격상
퉁명하니 대했던 엄마가
바니가 죽었다하니
조용히 화장실로 가셔서
엉엉 소리내서 한참을 우셨어요.
엄마가 상심이 클까봐
눈물을 참으며 말했어요
엄마 집안에 아픈사람이 있을때 동물이 죽으면
주인이 아픈것까지 모두 가지고 가는거래
바니가 끝까지 효도하네요
요자가 떨어지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데 엉엉 울었습니다.
세상에 어느 말못하는 짐승이
보잘것없고 하찮은 내게로 우연히 다가와
이토록 평온함과 사랑과 기쁨과 위로를 주고 갈수있는지
아직도
바니를 만난 경로는
정말
신기하게만 생각되고
내인생에 다시올지 모르는
선물이였구나
생각합니다.....
바니는 말도못하고
생각도 별로없는 토끼일뿐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겠지만
저에겐 정말
우연히 만난
행운이였고 행복이였고 축복이였어요.
다시
바니를 만날수있을지 너무나 그립습니다...
시골이라 하늘에 별이 쏟아질듯 많이 뜨는데
별이 되서 반짝거리고
하늘나라에서 맘껏 뛰어놀고 행복하라고
바니손안에 편지를 넣어 마당한쪽에 묻어주었습니다.
너무좋아하던 간식도 넣어서요.
언젠가 내가 죽을때
하늘나라에서
바니 네가 마중나오라고 했어요.
네가 마중나오면 정말 기쁘고 반가울거같다고..
바니가 평온하고 행복하게
하늘나라가서 쉴수있게
같이
기도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