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르신의 자존심

갱스브르 조회수 : 532
작성일 : 2014-03-25 14:20:47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어르신

기운 빠지고 조금씩 세월에 쓸려 무너져가던 어느 날

퍽 하고 쓰러지셨다

나이 70이 훌쩍 넘어서도 홀로 철두철미하게 일상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금욕주의의 삶...

그래서 갈수록 완고해지시고 자신만이 확신하는 세계가 전부라 믿는 단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은 차츰차츰 경계를 두기 시작했다

"다 필요 없어!.."라는 호령 뒤엔 쓸쓸한 그림자를 껴안고 사셨는가 보다

119에 실려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자식이며 일가 친척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다행히 심근경색 초기라 개복수술은 피하고 관 삽입 시술로 회복이 가능했다

단단하게 쌓았던 노기가 무너진 건 의식을 회복한 후부터였다

안부를 묻는 인삿말에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저승 문턱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었던 거다

죽어야지..늙으면 죽어야지... 무슨 으름장 놓듯 마지막 인생의 정당한 보루처럼 노래를 부르시더니

삶의 실오라기 앞에서 초연함은 쓰잘데기 없는 것이 됐다

살았다!...는 이승의 공기가 그저 좋을 뿐이다

혼비백산했던 가족들도 서서히 이성을 찾아가며 씁쓸한 본성이 보인다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저 고집 센 노친네를 어찌 돌봐드려야 하나...

하며 슬슬 발을 빼는 분위기들...

절대 어느 누구한테도 신세지지 않으려는 어르신의 성정을 알고 영혼 없이 지나가는 질문

"아버지 제가 모실게요..."

그들은 이미 어르신의 대답을 알고 있다

퇴원 하시고 일주일

좋아하시는 사과들고 얼굴을 뵈었다

부러 걱정스런 안부를 여쭙지 않았다

역시나 예의 고집과 근엄한 모습은 더더욱 견고해 지셨다

절대로 무너져선 안 된다는 듯이...

벌건 눈가가 어르신의 맘을 대신한다

죽이 지겹다고 하셔서 밥집으로 모시는데 걸음이 너무 빠르시다

"천천히 가세요.."

"젊은 사람이 걷는 게 왜 그 모양이야!..."

불호령...

그리웠다

IP : 115.161.xxx.12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7053 그것이알고싶다..화가나요 1 타살이 맞는.. 2014/04/05 1,272
    367052 그것이 알고싶다~~김훈 중위는 누가죽인건가요? 17 .. 2014/04/05 13,071
    367051 눈도못뜬 아기고양이 주워왔어요. 17 멘붕상태 2014/04/05 4,378
    367050 부모님 여행.. 요즘 그리스 위험한가요? 3 ㅁㅁ 2014/04/05 1,623
    367049 제가 배신을 한건가요? 4 kll 2014/04/05 1,516
    367048 아까 snl코리아 밀회 따라한거 보셨어요? 11 .. 2014/04/05 4,178
    367047 서울 지금 벚꽃 어때요? 내일, 모레 서울가거든요~ 4 dd 2014/04/05 956
    367046 세바퀴에 29살 연상 한국남자랑 결혼한 모로코 여자 나오네요. ..... 2014/04/05 3,632
    367045 지구상에서 유희 할수 있는건 인간 뿐이라는게 신기해요 65 인간 2014/04/05 3,822
    367044 국민학교 다닌 분들.. 17 쐬주반병 2014/04/05 3,011
    367043 중간고사 문제집 '알찬'이라는거 사면 되는건가요? 9 중1 2014/04/05 1,835
    367042 스타우브 잘아시는분 3 스타 2014/04/05 1,908
    367041 csi 82님들 도와주셔요!!! 3 마님 2014/04/05 598
    367040 식탁 레이스 러너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표시된 길이는 타슬포함 길.. 8 인터넷 쇼핑.. 2014/04/05 855
    367039 생활 에티켓중에 간단하면서도 잘 안지키는거.... 11 ........ 2014/04/05 2,809
    367038 갑자기 콧물이 너무 심하게 줄줄 나오면, 이걸 멈출수 있는 응급.. 7 콧물 2014/04/05 3,287
    367037 오늘 ebs에서 애니 홀 하네요 3 /// 2014/04/05 1,332
    367036 밑에 동서글 보고.. 꽃샘추위 2014/04/05 743
    367035 성북구 길음역 근처에 테니스 배울수 있는곳? 3 ㅇㅇ 2014/04/05 2,828
    367034 전학후 자신감많이 잃은 아이 .. 2 .. 2014/04/05 1,615
    367033 노트북 어디서 사는게 좋은가요? 3 노트북 2014/04/05 1,825
    367032 클렌징 워터 500밀리 한통 몇달이나 쓸수 있나요?? 1 ... 2014/04/05 672
    367031 이별하고 죽을수도 있나요.. 37 2014/04/05 13,376
    367030 코스코 자주 가시는 분? 1 울랄라 2014/04/05 2,434
    367029 밀가루 대신 쌀국수류는 괜찮을까요? 2 .. 2014/04/05 6,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