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런 분 계세요? (공부 스타일)

월요 조회수 : 1,263
작성일 : 2014-03-24 19:13:29
뭐든지 초기 단계에서는 엄청 진도 빠르고 거의 1등을 하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점점 처지고 소화를 못해요.
초등 때 맨날 만점 맞아서 선생님 부모 친구들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자랐는데
공부는 별로 많이 안하고 놀다가 당일치기해서
머리 좋다는 말을 주변에서 수도 없이 들었어요.
중학교도 반에서 늘 상위권이다가
중3 즈음부터 공부가 조금씩 하기 싫은 거예요.
다행히 연합고사?는 엄청 잘봐서
고등학교 (8학군)에서도 담임 기대 많이 받고
학업을 수행했는데요
1학년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고 시험 전날에도
아예 교과서를 들춰도 안 봤어요.
독서실에선 맨날 자고 먹고 놀고 하다가
고3때 조금 분발해서 인서울대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긴 했는데요.
나중에 초등 동창들 만나보니
스카이 간 애들도 많고
곤두박질친 건 저밖에 없더라구요 ㅠㅠ
모범생이었던 저에게 고등학교 시절이
사춘기 반항기 그리고 약간 다쳐서 아팠던 상황
이렇게 그지같이 보낸 게 너무 억울해서
왜 그때 공부를 안했을까 몇년을 속상해하다가
회사 관두고 대학원 진학했는데요
첨엔 승승장구 엄청 잘 나가다가 역시
장기전에 돌입하니 또 엉망진창이 되는 거예요.
물론 끈기없고 잠이 많은 게 최대 결점인 거 아는데요
문제는 몇년 쌓여가니 누구보다 자신있고 완벽해서 인정받았던 부분들마저 가물가물거리며 세미나 때 버벅버벅거리는 거.
몇년간 같이 연구해 온 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머릿속에 데이터가 축적되어 가는데 저만 다 날려먹은 느낌?
근데 신기한 게 지금도 뭔가 새로운 사항을 접하면
가장 진도가 빨라요. 근데 축적이 안돼요.
어렸을 때부터 머리 좋다는 말만 듣고
고딩 때도 담임이 불러다 놓고 너 왜 머리좋은데 공부를 안하냐고 화를 내고 그래서
저는 머리가 진짜 좋은 줄 알았거든요.
근데 장기전에 들어가면 혼자 머리가 텅 비어가는 느낌?
양이 많아지면 머리가 데이터 처리를 못하나 봐요.
장기기억력도 엉망이고...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오늘 새로운 연구 과제를
모두 동등하게 받아서 일주일 정도 시간 똑같이 주고
시험 본다고 하면 일등 할 자신이 있거든요.
머리가 좋지는 않은데 양이 적고 단기전이면
머리 좋은 사람들 다 제치고 상위권 하는 거
정말 이상하죠? ㅠㅠ
어쨌든 결론은 제가 머리가 좋은데 고등학교때 공부를
안해서 엘리트코스를 놓쳤다고 생각했는데
다 늙어서야 공부 머리가 안 좋은 줄 알게 됐어요.
그냥 회사 열심히 다니다가 시집이나 갈껄 엉엉
못다한 한을 푼다고 너무 먼길을 와버렸네요.
고딩때부터 공부를 갑자기 너무 싫어하고 극단적으로 사춘기 방황했던 것도 아마 머리가 나빠서 학습량을 소화시키지 못해서였을 텐데 그냥 잠시 사춘기라서 실수한 걸로 수십년간 착각하고 있었음.
남보다 잘하는 분야는 딱 한 개 정도 있어요. 데이터 분석하는 연구원이요. 직업은 잘 택함 ㅠㅠ
자녀분들 나중에 후회없이 몸을 불살라 학창시절을 보내도록 잘 캐치해서 응원해 주세요. 우리 엄만 캐치를 못하시고
혼내고 한탄만 하셨음 ㅠㅠ 머리 좋은데 왜 안하냐고 다그치기만 했음.
저같은 분 계세요?

IP : 126.226.xxx.17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애니어그램 한 번 해보세요!
    '14.3.24 7:31 PM (182.227.xxx.225)

    사이클이 나랑 똑같네요. 신기하다. 혹시 발명가형 ENTP 아니신가요? 뭔가 새로운 것엔 흥미가 일지만 똑같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상황을 못 견디는 것???
    데이터분석도 잘하지만, 뭔가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은 번쩍번쩍 아이디어가 샘솟는.
    근데 같은 일 일년 동안 반복하라면 지레 지쳐버리는 스타일.
    데이터 분석도 지루한 일이긴 하지만 분석하면서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부분이 있어서 재밌는 것 아닐까요? 이 시기에는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 거다..등등

  • 2.
    '14.3.24 7:53 PM (59.5.xxx.13)

    원글님 머리가 실제로 나쁘지 않을걸요. 다만 칭찬이 독이된 전형적인 케이스 같아요. 당장 늘 듣던대로 머리좋음을 시전할 수 있는 있는 일에는 휘리릭~ 날라다녀주지만 장기전에는 받을수 있는 칭찬보상이 애매하여 동기가 약해지죠. 게다가 단기과다몰입은 거의 다 날아가는거 맞아요. 또 혹여 실패해서 머리좋음의 증명을 못하게 될까봐 노력을 주저하게 되구요. 결국 남들만큼의 노력을 시간적으로 안한 것이 주요원인일 거에요. 머리문제가 아니라요. 진짜 머리가 나뻤다면 원글님 위치에도 가기 힘들구요. 어쨌든 그런 경험이 반복되니까 뇌가 스위치를 끄나봐요. 심리적인게 다분해 보여요. 계획표를 짜서 꾸준하게 공부하고 하루하루 작은 성과와 진보들을 그래프로 그려가면서 성취를 확인하여 보세요.

  • 3. 애니어그램님
    '14.3.25 12:33 AM (118.8.xxx.116)

    애니어그램 어디서 제대로 할 수 있어요? 무료로 할 수 있나요?
    비슷하게 맞는 거 같아요. 반짝 아이디어가 많아요. 게을러서 모두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지만.
    반복적인 일이나 지루한 건 못 참아요. 단어 암기 같은 거 달달 외우기 진짜 못하구요. 그래서 단기기억력..?
    직장일도 익숙해져서 안정될 즈음이면 도리어 지루해서 미쳐 버릴 것 같아요. 역마살도 좀 껴 있죠.
    데이터분석은 관찰력이 뛰어나고 섬세한 면이 있어서 남들이 잘 발견 못하는 걸 용케 잘 찾아내요.

  • 4. aa님 음님
    '14.3.25 12:53 AM (118.8.xxx.116)

    ...이해력만 좀 높은 거 같아요. 호기심, 관찰력 약간. 종합적인 머리는 영 아닌 듯.ㅠㅠ
    저를 과대평가한 부모님이나 어렸을 적에 머리좋다고 한 친구들 전부 원망스러워요. 안 그랬으면 평범하게 노력하는 습관을 길렀을 텐데...지극히 평범하기만 하던 우리 언니가 도리어 스카이대학에 갔죠. ㅠㅠ
    뭐든지 당일치기하면 괴력 발휘해서 늘 괜찮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차곡차곡 축적되는 공부를 못하는 거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그게 버릇이 돼서 그런지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안절부절 암것도 못하고 결국 망쳐 버려요.
    그리고 사실..미리 준비하기 시작하면 다 잊어 버려요. ㅠㅠ 장기기억력의 해마가 뇌에 없나 봐요. ㅠㅠ
    게다가 100% 알고 있는 사실도 갑자기 질문 당하면 아웃풋이 30% 튀어나올까 말까..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됨.
    주변인들은 50%밖에 몰라도 50%를 바로 머릿속에서 출력해서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머리회전 느리고 말주변 없어서 필기셤에 강한가...? ㅠㅠ
    제 인생에서 대학입시와 박사학위 이 두 개가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둘다 실패했죠.
    남은 삶 장기 프로젝트 같은 거 죽을 때까지 안 하고 싶어요.ㅠㅠ 아마 이젠 기회도 없겠죠.
    종합적인 머리가 딸리니...이젠 눈을 낮춰서 저에게 맞는 쉬운 일들을 찾아서 하려구요.
    돌이켜보니 화가 나는 인생임.
    제가 부모라면 자식이 과연 어디까지 능력을 낼 수 있는지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들겨패서라도 모든 힘을 다 쥐어짜내 보도록 시키고 싶어요.
    그래야 나중에 허튼 짓 안 할 거 같아요. 그때 공부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야. 이런 거요.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7614 고추장.. 2 지온마미 2014/04/07 701
367613 저희동네 개표사무원 모집 마감이네요. 5 푸른섬 2014/04/07 1,893
367612 새정치연합 지지층 54% "무공천 약속 지켜야".. 61 탱자 2014/04/07 1,352
367611 원래 여자분들 먹을 것 많이 좋아하나요? 17 궁금 2014/04/07 3,346
367610 공천 대 무공천..이런 선거가 어디 있나요? 8 샬랄라 2014/04/07 627
367609 서양 요리 대가 블로거? 6 gg 2014/04/07 4,096
367608 밀회 꿀잼ㅋ 9 냐하 2014/04/07 3,357
367607 파운드케익을 구울때 자꾸만 바닥이 타요 3 아기엄마 2014/04/07 1,149
367606 난방 안 하는 요즘도 보일러 외출로 해야할까요? 3 == 2014/04/07 15,813
367605 인터넷티비 통신사이동시 위약금. 제책임인가요? 도와주세요 ㅠㅠ 1 .... 2014/04/07 936
367604 전설의 파김치 레시피 찾습니다 14 그립다그맛 2014/04/07 3,834
367603 <단독> 현직 국회의원 염전에도 '노예' 있었다 1 이러니 2014/04/07 735
367602 (19금?) 딸있으신 분들~ 한마디씩만 해주세요 47 아들엄마 2014/04/07 29,573
367601 성남마사지, 경락, 지압같은거 잘하는곳 추천부탁드립니다, 2 여우야놀자 2014/04/07 2,000
367600 최근 제평 가보신 분~ ㅎㅎ 2014/04/07 597
367599 물건 기다린지 일주일인데 오늘 반품완료 문자왔네요 2 반품완료? 2014/04/07 875
367598 영어 잘하기 5 !! 5 drawer.. 2014/04/07 1,757
367597 최민수 아버지 최무룡도 신성일만큼 인기 많으셨나요..??? 8 .... 2014/04/07 5,915
367596 제가 할만한 일이 뭐 있을까요 43세 2014/04/07 460
367595 긴글인데요..기도한번만 해주실래요... 12 슬픈밤 2014/04/07 1,567
367594 아파트 아래층의 담배연기....윗집은 암환자 7 다시시작 2014/04/07 3,598
367593 백화점 시계글보니 생각나는 진상손님 1 ㅈㅅ 2014/04/07 1,674
367592 아들낳았다고 그렇게 자랑하고싶어지나요? 57 근데요 2014/04/07 9,760
367591 나이 40 장농 미용자.. 2014/04/07 879
367590 친정엄마가 미국에 오세요 1 one fi.. 2014/04/07 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