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빨라 어느새 결혼 12년차에 접어들었네요.
남편과는 과 선후배로 만나 오랜 연애끝에 결혼했어요
결혼당시 남편이 박사학위를 시작하는 시점이라 상황이 좋지 못했고
시댁도 지원을 바랄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남편하나 보고 결혼했었어요.
시댁.. 너무나 문제 많지만 너무 길어지니 접어두구요
남편도. 어떤 상황에서도 그리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자기일을 성실히, 열심히 하고
아내이자 딸들의 엄마인 저에게 별 바라는 점이 없다는게 장점이라면 장점이기는 하구요
남편은 저에게 불만을 얘기한 적이 별로 없어요
반찬거리가 부실해도 청소가 엉망이어도 옷을 다려주지 않아도 다 괜찮다고 해요
저녁에 와서 반찬없으면 직접 라면끊여 먹구요 . 출근할때 입을 옷이 없으면 하루 더 입어요
둘째 아이 어려서 손을 심하게 타 바닥에 내려놓을수 없을때
저랑 교대로 앉아서 밤잠을 잤던건 지금도 고마운 부분이구요.
남편이 저에게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없는 것처럼 저도 그런건 아니에요
저는 남편에게 바라는 게 많았어요
좀 일찍 들어와 줬으면.
늦을때는 집에 전화 한통 해주었으면..
아이들과 시간을 좀 보내줬으면 .
나에게 관심 좀 가져줬으면..
게임 좀 그만 했으면..
이것말고도 많았을 거에요
하지만 이제는 저도 거의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해요
내려놓게 된 계기는 결혼년차도 많이 되긴 했지만 남편이 달라지질 않았거든요
제가 뭐라도 조금 안좋게 얘기하면 바로 동굴로 들어가 버리고 저포함 아이들까지 그림자가 되구요
동굴에서 돌아와도 그일에 대해 조금도 말할 수 없었어요
저도 그리 당찬 편이 못되어 그냥 삼켜버린곤 하는 날들의 반복이었어요
내려놓으니 오히려 남편도 부드러워 지는 듯 해서 집안 분위기도 좀 낫구요
하지만 지금도 포기가 안되는건
저녁시간이에요
거의 항상 늦는 사람이고 전화를 해주는 사람이 아니니까 저나 아이들이 전화를 하지요
전화나 메세지를 보내면 안받는 일이 많아요
카톡도 확인하고도 답도 안하구요
뭐하는 지도 몰라요
거의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사람만나 술마시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주변에서 술을 마셔도 제가 알기전에 말 안하니까요
그래요..
답답하지만 뭐라 하면 또 동굴들어가는게 힘들어서 또 삼키지요
그러려니 하구요
엊그제는 밤 11시 넘어도 아무 연락이 없어 제가 전화를 했지요
사무실이라더군요..
언제 오냐니 역정을 내며 맨날 그렇게 전화를 해야 겠냐며...
서글프더라구요
나는 남편이 늦어도 언제 오냐며 전화 한통 못하는 사람인가 싶어..
어젠 10시쯤(평소귀가시간보단 아주 이른 시간)에 들어와 같이 치킨집에 갔어요
미안했긴 했나봐요..
맥주 시켜놓고 생각해 보니
저는 그 시간에 밖에서 맥주 마시며 시간보내본게 2004년 맞벌이 할때가
마지막이었네요..
저 술좋아하는 사람 아닌데 그게 아쉬운건 아닌데 제가 그리 살았더라구요..
평탄치 않은 결혼생활이었어요..
친정부모님께는 죄송하지요..
누가 봐도 귀하게 잘 키워주셨거든요. 다들 그러시겠지만요..
남편은 ..
자기가 나에게 그렇듯 저도 그랬으면 하나봐요
방두개인 아파트 인데 큰방에는 딸둘과 제가 자고 작은방엔 남편이 자요
큰애가 공간이 필요해서 작은 방을 큰애가 쓰도록 하자고 하니 생각해 본다고 하고 말이 없네요
집에 오면 방문닫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더라구요
컴퓨터도 작은 방에 있고..
글이 두서 없는 넋두리 밖에 안되네요
작은 아이가 자꾸 와서 이만 적어야 겠어요
그냥 제가 이렇다고 말할 데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