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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가난한 딸이었어요

마음이 부자 조회수 : 9,704
작성일 : 2014-03-15 17:52:13

어디까지 가난해봤냐는 베스트 글을 보니 제 어릴 적이 생각이 나네요.

저도 참 가난한 집의 맏딸로 정말 힘들게 자랐는데, 지금은 어릴적 얘기를 하면 거짓말이라고 생각을 해요.

어느 정도였냐면요...

초등학교 때 동네는 괜찮은 동네에 살았어요.

그 동네 큰 길에서 상가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생각지 못한 곳에 공장이 있고

그 공장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살라고, 대충 벽돌로 지은 집이 몇채 있었는데, 그 집을 얻어서 살았어요.

집은 여섯채 정도로 기억이 나고, 서너 가족이 살았던것 같아요. 화장실은...생각하시는 것처럼 푸세식인데, 문도 덜렁거리는..허술한 화장실요..

볼일 보려면 문고리도 아닌, 노끈으로 꼰 끈을 붙들고 있어야 했구요(누가 문 열까봐)

밤에 화장실 가려면 동생을 깨워야 했구요.

물도 공동으로 쓰는 수도에서 물 길어다가 사용했어요.

야산에서 나무를 해와서 아궁이에 불을 피워서, 난방 했고 따뜻한 물을 데워서 씻었고.

목욕탕은 일년에 한 번 정도 갔었구요(부엌에서 물 데워서 목욕은 했지요)

친구들은 제가 그 공장 사장의 딸인줄 알았구요. 창피해서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지도 못했어요.

당시 친구들은 이층 양옥 집에, 집 안에 욕실이 있는 그런 집에 살고 있었죠. 욕도조 있고 변기에 앉아서 볼 일을 볼 수 있는..당시 제게는 엄청 충격이었답니다.(친구 집 가보고 놀랬어요)

저희 집이 대로에서 보면 다른 건물에 쌓여 보이지 않았거든요.

어느날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집 앞쪽에 버스가 섰는데, 어떤 친구가 그러더군요.

저 건물 뒤에 이상한 집들 있다고, 그런데 사람이 산다고.. 니네집이 이 근처 아니야? 라고 묻더군요.

제가 거기 살고 있는데 말이죠.

제가 거기 사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가, 말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 집 얘기는 거기서 끝이났고,

말을 돌려준 그 친구와 저는 아직도 절친이구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데, 삼겹살 먹기에는 돈이 없어서 돼지 껍데기를 500원 어치 사다 가족들이 구워 먹으면서, 즐거웠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돼지 껍데기 좋아해요.

집 근처에 재래 시장이 있었는데, 순대가 그리 먹고 싶어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떼를 쓰는데, 엄마는 돈이 없어서 그냥 못들은척 빠른 걸음으로 걷던 기억에, 한때는 순대를 자르지 않고 길게 뜯어 먹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구요.

제가 40 초반인데, 중학교 때 집에 전화를 놨구요. 전화 없는 집이 저랑 다른 친구 한명 밖에 없었어요.

중학교 때는 수업료라고 하나요? 분기별로 8만원 정도씩 냈던거요. 그것도 항상 늦게 내서, 선생님한테 한소리씩 들었구요.

학교 매점에서 군것질 한번도 못 해봤고, 얻어 먹지도 않았어요.(그런 것을 안해봐서인지, 지금도 군것질을 안하고, 군것질 거리로 뭘 사야 하는지도 몰라요)

학교 식당에서 파는 쫄면이 있었는데, 당시에 500원 이었거든요. 이게 엄청 먹고 싶었어요. 돈 모아서 쫄면이랑 삶은 계란을 사 먹었을 때의 그 맛을 잊지 못해서인지, 지금도 쫄면에는 삶은 계란 두개를 통째로 올려서 먹어요.

4남매중 맏딸이었는데, 욕심이 많았고 똑똑한 편이었던것 같아요.

그런 제게 엄마는 고등학교 진학하지 말고 취직해서 생활비 보태라고 하셔서, 엄청 울었어요.

고등학교 시험만 보게 해달라..고등학교 붙으면 내가 돈 벌어서 수업료 내겠다...면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고등학교는 당연히 붙는 것이었고, 수도권에서도 나름 명문이라 불리우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대학까지 가겠다는 말은 정말 못하겠더라구요. 선생님들도 놀라셨구요. 

이때 인생의 좌절감을 알았던것 같아요.

제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장을 다녔어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의 시작인지,

집안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힘들긴 했지만 공부 하고 싶어서, 대학에 진학 졸업했고,

아랫 동생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지금은 카이스트 박사가 되었네요. 지금도 제게 고마워 하구요.

지금은 친정도 부모님도 노후 대비 해 놓으실 만큼 빚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대기업에 취직했고, 거기서 남편을 만났구요. 결혼 자금도 모아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결혼도 했습니다. 처음에 연애할 때는 집이 챙피해서, 큰 길에서 헤어져서 집으로 뒤를 돌아보면서 들어왔구요.

그후 괜찮은 집으로 이사했고, 남편을 편하게 초대했죠.

제게 남편이 행운인지 복인지, 남편을 만난 후부터 돈의 부족함을 모르겠더라구요. 남편이 보태준 것도 없는데 말이죠.

남편도 놀래요. 그렇게 어렵게 살았는지..전혀 그렇게 안보인대요.

제가 태어나길 긍정적으로 태어났나봐요. 저 뿐만 아니라 제 동생들 셋 다요.

저희들 다 모이면 지난 일 얘기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어떤 기억은 저희들에게 너무 너무 너무나 아파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하기 싫지만, 기억에서 지울수는 없는 미운 기억이네요.

글 쓰는 재주도 없지만, 그냥 써봤습니다.

저처럼 힘들게 살았어도, 항상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살면요.....

그 앞이 참 밝아지네요.

지금 힘든 분들!!! 웃으면서 멀리 보세요. 앞은 밝습니다!!

IP : 115.86.xxx.71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4.3.15 5:59 PM (119.201.xxx.188)

    따뜻하네요..
    잘 봤어요...

  • 2. 와우
    '14.3.15 6:02 PM (119.207.xxx.206)

    글도 잘쓰시고, 성실하고 뚝심있는 분 같아요, 가난따위는 물러가라 하고

  • 3. 단비
    '14.3.15 6:10 PM (218.239.xxx.164)

    마음이 따뜻하신분이시네요.

    흐믓합니다

  • 4. ...
    '14.3.15 6:11 PM (180.1.xxx.35)

    우왕!!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 5. ...
    '14.3.15 6:22 PM (220.76.xxx.244)

    여기 정말 좋으신 분들 많아요!
    행복하세요~

  • 6. ~~
    '14.3.15 6:28 PM (112.167.xxx.244)

    잘 봤습니다,
    글을 쓰며 삶을 되돌아 보셨겠네요.
    행복하소서~`~

  • 7. 오오
    '14.3.15 6:34 PM (121.200.xxx.109)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활을 했을거예요.

  • 8. //
    '14.3.15 6:50 PM (1.224.xxx.195)

    원글님집은 그나마 가정에 우환이 없어서 가난을 탈출한것 같아요

  • 9. ,,,
    '14.3.15 7:12 PM (202.156.xxx.11)

    글 잘 읽었어요.원글님이 괜찮은 사람이니까 말돌려주면서 원글님을 감싸주던 그 친구처럼 괜찮은 친구가 있는거겟죠. 지금 힘드신 분들도 결국 이 원글님 처럼 해피앤딩일테니 힘내세요.

  • 10.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
    '14.3.15 8:32 PM (112.173.xxx.72)

    빚쟁이들에게 쫒기고 밥을 굶을 정도로 돈이 없는 거 아니라면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 같아요.
    부모가 사는 형편 넉넉하지 않아도 자녀들은 밝게 잘 자라는 것 보면
    사람에게 물질이란 그냥 조금 더 있고 없고의 차이이지 그게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 하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부자가 부럽지도 않아요.
    가진 게 많음 많을수록 그거 지킨다고 더 머리 쓰는 모습 보면 오히려 짠합니다.

  • 11. 789
    '14.3.15 9:11 PM (121.140.xxx.202)

    글을 다 일고 나니 제 볼에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리네요.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인가봐요.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제날짜에 등록금을 내 기억이 별로 없구
    500원짜리 쫄면 척척 사먹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지요.
    그래도 집에 큰 우환이 없어서 여기까지 살아왔지 싶어요.
    엄마는 우리는 기적적으로 살았다고 해요.
    감사하죠.

  • 12. 원글이
    '14.3.15 10:49 PM (115.86.xxx.71)

    따뜻한 댓글에 고맙습니다.

    집안에 큰 우환이 없었던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큰 빚쟁이들은 아니지만, 아빠가 여기저기 깔아 놓은..빌린..돈을 받으려고,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온 적도 많았구요...
    아빠는 술도 좋아하고, 엄마께 폭력을 행사했고, 석유통 뿌려서 집 불태운다고 했었고...
    칼 들고 휘두르는 것을 동생이 막는다고 칼을 잡았다가 동생 손에 아직 칼자국이 있구요...
    술 취한 아빠 피해서 눈 쌓인 겨울에 맨발로 도망간 적도 많았는데...
    이것은 손톱의 반 조각도 되지 않는 것인데...아주 일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참 희안한 것이요...저와 동생들은 다 잊은걸까요?
    잊은것처럼 사는 것이겠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을 스스로 되새기면서 사는것 같아요.

    지금 70이 된 친정 아빠요? 한 15년 전부터 다른 삶을 살고 계십니다.
    본인이 왜 그렇게 미친 인생을 살았는지 후회하고 계세요.
    엄마께도 잘 하시고, 자식들 눈치 보면서 사시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때 못한 남편의 역활을 지금 하시는지, 아직까지 경재 생활하시고,
    저희가 느끼기에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잔소리나 짜증을 다 받아주시고..
    엄마도 지금이 행복하다고 하시구요.

    789님...500원짜리 쫄면 아시는군요?? 삶은 계란 두개 넣어서 드셔보세요. 엄청 맛있어요.

  • 13. ..
    '14.3.15 11:50 PM (175.223.xxx.212)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지금 힘든일이 좀 있는데 글을 읽고 나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하세요.

  • 14. 그런
    '14.3.16 1:21 AM (1.234.xxx.97)

    아버지가 용서가 되다니요....

  • 15. 디토
    '14.3.16 6:56 AM (39.112.xxx.28) - 삭제된댓글

    며칠 전 방송에서 세 모녀 이야기를 보고 너무 맘이 안좋았어요 끓을 수 없는 가난의 굴레? 같은 게 느껴져서... 근데 원글님 글 읽고는 다시 사회에 대한 희망?이 생기네요 요근래 82에서 본 글 중에 제일 울림이 있는 글이에요 기분좋은 일요일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16. 저는
    '14.3.16 1:27 PM (112.152.xxx.52)

    단 하나뿐인 구멍난 운동화, 닳아빠진 양말,

    어거지로 줄여입은 언니 옷,

    미용실 못가서 덥수룩한 머리....가 생각나요

    제 모습이죠.

    친구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다가

    한 번 친구 집 갔는데

    새우깡이 바구니에 있는데 안먹는 거에요.

    우리 집에서는 구경도 못한 것들

    피아노, 샤르르 주름잡힌 원피스, 찐계란 한 쟁반

    용돈 없어서 친구가 사주면 얻어먹고

    아니면 놀다가 중간에 사먹을 때 되면

    혼자 집에 오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 사먹던 요플레, 던킨도너츠

    저는 먹고 싶지도 않았어요. 무슨 맛인 줄 몰라서.

    나 돈없는 줄알아서 적당히 사주던 친구들

    자존심 상하지만 배 고파서 얻어먹기도 하고.

    지금은 잘 살아요.

    돈 걱정없고 65평 아파트.

    애들 용돈 막 줍니다.

    배고프면 사먹고 친구 사주라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 생각하면 애들한테

    풍족하게 쓰고 싶어져요.

  • 17. 세피로 
    '14.3.16 1:38 PM (211.234.xxx.104)

    해피엔딩....

  • 18. 뭉클해요ㅠㅠ
    '14.3.16 2:24 PM (211.36.xxx.44)

    감동이네요

    위에 저는 님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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