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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 아줌마.. 고맙지만 저는 제가 살림 살고 싶어요

123 조회수 : 4,951
작성일 : 2014-02-20 08:00:36
베스트 글 보고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저희 친정 어머니는 아직 일을 하세요. 제 나이는 30대 초반, 결혼한지 2년 되었네요..
엄마는 전문직이시라서 일을 정말 많이 하시고,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는 집안 살림 흐트러지는 것을 못 견뎌 하셨어요. 
늘 더운 밥에 새로 한 반찬을 원하셨거든요. 엄마는 바쁘기도 하지만 살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셔서 결국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셨습니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세요. 그런데 엄마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리집' 살림이라는 생각이 없으세요.
예를 들어 청소를 하더라도 자기 집이면 물건도 정리하고, 먼지도 구석 구석 닦고 그럴텐데, 그저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하시는 거죠. 그리고 남의 물건이니까 사실 손대기 힘든것도 있구요.
또.. 남존여비 사상.. 저랑 남동생이랑 둘이 있는데, 나이차이 얼마 나지도 않는데, 저는 제가 간식이랑 밥 챙겨먹고.. 남동생은 늘 챙겨주시고요.. 저를 싫어하는게 아니고 그냥 옛날 분이셔서 그렇지만요.
도우미 아주머니께는 감사한 마음이 많지만 저는 결혼해서 제 살림 제가 사는게 참 좋아요. 좀 지저분하면 남편이랑 같이 청소하고, 퇴근해서 밥하기 힘들면 반찬 한두가지만 차려서 간단히 먹거나 나가서 사먹고.. 청소하고 난 다음에 깨끗해진 집을 보는 것도 참 좋고.. 또 같이 소박하게 밥 해먹고 설거지 해두는 것도 좋고. 빨래해서 같이 개는 것도 참 좋거든요.
원래는 집안일 하는걸 참 싫어했는데 새똥님 글 읽고 물건도 많이 정리해서 버리고.. 또 음식하는 법도 배우고.. 하니 살림이 조금씩 재미있어지고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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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저는 집안일을 정말 하나도 못했어요. 심각할 정도로요. 사실 아주머니께서 다 해주셨거든요.. 옷도 한 번 입으면 그대로 내놓고, 수건도 한 번 닦은거 바로 빨래통. 여름에는 2-3벌씩 갈아입기도 했구요. 방청소는 1년에 한 번 할까말까.. 세탁기도 한 번도 안 돌려보고, 밥 할줄도 몰랐어요.. 집에 있을 때 아줌마 계시면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하시는데 저는 낮잠자고 컴터하고.. 돌아보니 참 부끄럽네요.

암튼 그러다가 독립해서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라구요. 장은 많이 봐서 오는데 늘 먹을건 없고, 남은 음식은 다 버렸구요. 온갖 주방 용품, 그릇은 다 샀는데 쓰지는 않고. 치우는 습관이 안 되어서 방에는 사방팔방 물건이 널부러져 있어서 겨우 사람이 다닐만한 길만 있었어요. 침대랑 책상도 물건이 쌓여서 겨우 조그마한 공간만 나오는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바뀌게 된 계기가 몇가지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새똥님 글 읽고서 정말 필요한 것 아니면 다 갖다주거나 팔았어요. 그리고 명상 수련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살면서 필요한 물건의 개수가 몇 개 없구나 알게 되었고.. 또 밥 하고 청소하는것이 즐거울수도 있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그 후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하나씩 차분히 해보니 살림이 재미있어요. 몸은 조금 힘든데 뭔가를 스스로 해서 이루어낸다는 기쁨이 있거든요. 물론 저희집에 오시는 도우미 아주머니는 옛날분이라 스킬이 부족하셨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스킬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오시더라도 직접 하는거랑은 좀 다를거라고 생각해요..

암튼 지금은 물건들 정말 정말 필요한 거 아니면 다 없앴는데, 그 이후로 청소하기가 넘 쉬워요. 냉장고도 싹 정리해서 필요한것만 있으니까, 간단하고 소박한 음식들 위주로 먹네요.

맞벌이.. 힘이 들기는 한데, 저는 일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좀 더 일을 많이 하는 직장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일도 중요하지만 매일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편한 곳으로 직장을 잡았어요.. 맞벌이 하시면서 집안일 하시는 분들 다 화이팅이에요~
IP : 192.55.xxx.4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미영
    '14.2.20 8:23 AM (120.50.xxx.29)

    음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이니 넘 편합니다... 이틀정도 인데도 제 생활에 여유가 있네요.

  • 2. ...
    '14.2.20 8:27 AM (116.127.xxx.199)

    저도 결혼 2년 차고 도우미 쓰는데 실은 시간만 되면 집안일 제가 다 하고 싶어요. 아무리 일 잘하시는 분(친정에서 저희 집일 10년 하신 분이에요)이어도 자기 집 일 하는 거랑은 다르구요.

    전엔 몰랐지만 내 살림 차리고 보니 눈에 이거저거 보여요. 저거도 해주고 가셨음 좋았을텐데... 아마도 남의 집 일이다 보니 안 보이셨겠죠 ^^ 저도 회사 다니고 저녁엔 이거저거 배우고 공부하는 게 있어서 시간이 없어서 도움 받긴 하는데 나중에 시간 여력 되면 다 직접하고 싶어요.

  • 3. 글쎄요
    '14.2.20 8:48 AM (39.7.xxx.44)

    청소 잘하는 도우미는 정말 구석구석 정리를 시스템화해서 해놓고 얼마나 깨끗하게 잘해놓는데요...
    저희집 아줌마같은 경우엔 시래기도 말리고 배추 데쳐서 된장이랑 얼려놓고 만두도 만들고 김말이도 만들고 인절미도 하고 김치 다양하게 하면서 집안 정리 정말 잘해서 친정엄마가 오면 늘 감탄...

    잘하는 사람 뽑으면 좋아요

  • 4. ..
    '14.2.20 9:12 AM (222.110.xxx.1)

    근데 맞벌이에 아줌마 없으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직장과 집이 아주가까운분은 다르겠지만 보통 직장인들은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하면 밤8시인데...
    언제 밥해먹고 설거지하고 화장실청소에 방청소까지.. ㅠ
    전 지금 아줌마 없이 살고 있는데요, 집안정리가 안돼서 미칠것 같아요.
    임신 8개월에 제몸챙기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남편은 거기에다가 한술 더 떠서 자기 옷까지 백화점처럼 전부 다려서 옷장에 좌르륵 걸어주길 바래요. 아무거나 그날 땡기는대로 바로 입고나갈 수 있도록요 ㅠ
    와이셔츠도 굉장히 꼼꼼히 다리고, 바지까지 집에서 각잡아 다려줘야 한다고 해요.. 완전 미칠지경이죠 ㅠ

  • 5. ..
    '14.2.20 9:14 AM (121.160.xxx.196)

    도무지 살림 관련해서는 눈에 들어오는것이 하나도 없어요.
    남들이 치우면 '아, 거기도 닦는거였어?'이러네요.
    살림 잘 하고 싶어요.

  • 6. 저는 반대로
    '14.2.20 9:15 AM (76.88.xxx.36)

    살림에 취미가 심하게 없어서 도우미 분 좋아요 저도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분 계셨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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