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임신한 여성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

좋은 글 조회수 : 2,043
작성일 : 2014-01-29 22:11:53

임신이 유발하는 육체적, 심리적 변화는 매우 다양합니다. 임신은 아마 여성의 삶에서, 적어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가장 스트레스가 크고 힘든 경험일 겁니다. 그 결과 많은 임신한 여성들은 이에 대한 정보와 도움을 찾아 헤멥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주위에서 주어지는 정보들이 종종 ‘도움’의 수준을 넘어 ‘강압’에 가까운 형태를 띈다는 것입니다.

임신한 여성은 곧바로 많은 이들이 자신을 공공의 자산으로 여긴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들은 요청하지 않은 충고와 잔소리, 경고에 시달리며 임신중의 실수가 유발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듣게 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충고들이 바로 선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여기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곧 자신이 얼마나 차가운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은 이해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임신을 직접 경험해 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은 당연히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를 생각하라!”라는 이데올로기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임신한 다른 이에게 무언가 충고하는 것을 자신의 도덕적 의무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임신한 나의 몇몇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매일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이 여기에 빠질리 없습니다. 이들은 혹시나 임신한 여성이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까 두려워 온갖 경고와 주의사항을 이들에게 갖다 바치고 있습니다. 이번 달만 하더라도 우리는 “임부의 흡연이 아이를 동성애자로 만들 수 있다”는 소식과 “임부의 지방 섭취가 아이의 뇌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사실 두번째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물론 쥐에게 일어나는 일이 인간에게도 일어날 수 있으며, 작은 위험이라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낫다는 점에서 이들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닙니다.

사실, 임부의 생활이 태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주제가 아닙니다. 태아의 당뇨와 유전자가 여기에 영향을 받으며, 임부의 비만 역시 좋지 않습니다. 임부가 저체중인 것 역시 좋지 않으며, 너무 키가 크거나 작은 것 역시 좋지 않습니다.

임부가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이르면, 이들은 오지랍은 대박의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사실 이들의 충고는 일관적이지도 못합니다. 한 기사는 임신중의 땅콩이 아이의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먹지 말 것을 권한 반면, 다른 기사는 땅콩이 아이의 알러지를 막아준다고 말합니다. 그럼 임부는 땅콩을 먹으면서 동시에 먹지 말아야 할겁니다. 임신으로 바쁜 와중에 양자역학 땅콩을 사러 다닐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걸 고민하다가 술을 한 잔 마실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술이야 말로 임부가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배나온 여성이 술을 마실 경우 주변인들은 장례식장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을 보았을 때와 같은 표정으로 그 여성을 바라봅니다. 흡연은 더 말할 것 도 없을 겁니다. 이렇게 당신의 모든 행동을 다른 이들이 지켜보고 판단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에게는 자신의 쾌락을 추구할 권리가 조금도 없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안길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임부의 스트레스가 아기에게 나쁘다는 뉴스 역시 당연히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임신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은 모든 과정을 재빨리 이해하고 편안하게 이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이 때문에 발생한 스트레스 때문에 혹시나 아기가 잘못되지 않을지 걱정하며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적어도 아기가 태어나면, 이런 문제들은 다 사라집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문제들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집사람은 임신기간동안은 이런 류의 공격들을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자 사태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녀의 문제는 모유수유였는데,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것은 말 그대로 동물보다 못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온갖 종류의 모유수유 비법들이 그녀에게 안겨졌습니다. 누군가는 정말로 모유가 안나온다면, 호숫가의 물을 떠다가 오래된 고기를 끓여서 먹여야 한다고도 하더군요.

임부와 산모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약하고 불안한 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왜 사람들은 그들에게 온갖 불안한 “정보”를 안기고 원하지 않는 감시와 판단을 행하는 것일까요? 일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이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이들은 남을 돕겠다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이런 행동들을 할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에 의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그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임부들이 겪는 압박이 종종 한계를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 태아의 삶이 산모의 삶보다 무조건적으로 우선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모든 임부는 각각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임신 기간동안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임신과 출산은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수없이 많은 요소들이 그들에게 해롭게 작용할 수 있으며, 따라서 가능한한 이들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실제로 이런 문제들에 노출되어 있거나, 또는 무지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과 간섭을 필요로 하는 임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임부들에게 이런 간섭을 기본적으로, 당연하게 행하는 것은 또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행동입니다.

오늘날 이런 만연하는 간섭은 곧, 우리가 아이에게 뭔가 좋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 “필연적”이면서 동시에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이 글의 제목을 저렇게 지은 이유입니다.

당신은 어쩌면 이글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나를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완전한 불청객으로 생각할 지 모릅니다.

이런 간섭이 얼마나 짜증나는지 알것 같나요?

(Guardian)

원문 보기

IP : 128.103.xxx.14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4.1.29 10:14 PM (128.103.xxx.140)

    번역글 보기 : http://newspeppermint.com/2014/01/28/pregnant/

    가디언 원문 보기 : http://www.theguardian.com/science/brain-flapping/2014/jan/28/pregnant-women-...

  • 2. ㅎㅎㅎ
    '14.1.29 10:56 PM (59.6.xxx.180)

    임신한 여자에 대한 오지랖은 만국공통이네요. 잘읽었습니다!!

  • 3. .....
    '14.1.29 11:06 PM (203.248.xxx.70)

    임신 중 흡연이나 음주에 대해서까지 신경끄고 오지랖부리지 말라는 주의라면
    임산부라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해주는 것 같은 오지랖이야말로 스트레스주는 불필요한 행위겠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9384 유아 양치물 어떻게 해야 뱉나요? 13 썩은이 2014/02/11 5,653
349383 증여세 문의좀 드려요 7 ,, 2014/02/11 2,087
349382 아파트에서 된장 담그기 가능 할까요? 9 .. 2014/02/11 3,618
349381 쿠팡 싸이트 이용 후기.. 8 맑음.. 2014/02/11 3,172
349380 8000원짜리 콘통조림 버려야 되는지 좀 봐주세요. 4 2014/02/11 1,054
349379 정시는 그야말로 수능성적만 보고 뽑는 건가요? 5 초보적인질문.. 2014/02/11 2,630
349378 요즘 학생들이 발육이 좋긴 한가봐요... 2 ... 2014/02/11 2,068
349377 수원 화성..가볼만 한가요 6 ,,, 2014/02/11 1,781
349376 초컬릿 만들때 몰드에 붙어서 안떨어지는건 왜 그럴까요? 4 허쉬키세스 2014/02/11 711
349375 승용차 운전 연수 선생님 초보운전 2014/02/11 1,046
349374 美 abc, 쌍용차 노동자 뒤늦은 승리 보도 1 light7.. 2014/02/11 558
349373 우울한데...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막 일해요...ㅡ.ㅡ 3 반짝반짝 빛.. 2014/02/11 934
349372 내일 세입자가 이사오는데 뭘 선물할까요? 25 채민이 2014/02/11 3,895
349371 광장시장 처음 가요. 먹거리 추천해주세요 15 시장매니아 2014/02/11 3,676
349370 [MBN][단독]국방부, 아리랑을 또 금지곡으로 세우실 2014/02/11 875
349369 아이디룩 패밀리세일 가보신분? 2014/02/11 1,475
349368 비빔밥이랑 잘 어울리는 음식은 뭘까요? 12 음식질문 2014/02/11 13,796
349367 종교생활 혼자서 꾸준히 하는분있나요 4 그린하우스 2014/02/11 1,237
349366 예가아트라고 복제화 해주는 곳 괜찮은가요? 산산 2014/02/11 829
349365 자궁내시경, 시험관 질문이에요 5 푸푸 2014/02/11 2,604
349364 양가 부모님 가끔 용돈 드리는 문제.. 2 고민 2014/02/11 1,990
349363 50일 동안 국회에 안들어왔던 땡땡이 전문 손전등 2014/02/11 640
349362 5살 아들의 사랑고백^^ 8 귀여워라 2014/02/11 2,108
349361 gs홈쇼핑의 김성일의 별 머플러~ 머플러 2014/02/11 1,223
349360 인생선배님들~ 제게 쓴 소리 좀 부탁드려요 5 라떼한잔 2014/02/11 1,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