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꽃바구니와 할아버지: 오늘 지하철에서의 웃프던 경험

로멘스그레이 조회수 : 2,336
작성일 : 2014-01-17 21:15:09

40대 중반 남자사람 주말부부인데요.

 

오늘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한 어르신을 뵈었어요.

70대 초반? 공무원이나 교직으로 은퇴하셨을 것 같은 분위기와 차림새의 할아버지

고가로 보이진 않지만 점잖은 노인네 스타일 코트에 연세와 분위기에 썩 어울리는 안경태...

 

그런데...

가슴에 예쁜 꽃 바구니 하나를 소중히 안고 계시더라구요.

꽃 장식도 무척 예뻤지만(문외한인 제가 봐도 가격이 꽤 되보이는듯한), 저의 눈을 사로 잡는 것은....

아름다운 꽃 가운데에 꽂혀 있는 심플한 카드와 글귀

"사랑하는 당신 생일 축하해"

무심하게 보일만큼 꽂꽂한 자세와 우직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그 모습이시라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저는 기분이 참 좋아지더군요. 그리고 진심 멋져보였습니다. 그 어르신이

 

나는 언제 아내에게 꽃을 선물해 보았던가?

오늘 읽은 기사에서 한국 부부들 30%가 하루 30분도 대화를 안한다고 했는데....

꽃은 고사하고 나는 주 중에 전화로라도 얼마나 대화를 하고 사는가?

가부장적 전통에 솔직한 애정표현이 익숙치않은 우리사회의 분위기 등등....

평소엔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자책 비슷하게 했겠지요.

 

하지만 지하철 안에서는 할아버지를 곁 눈으로 보면서도마음이 훈훈해지면서 우리 부부의 미래 모습도 그려 보았을겁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입가에는 그야말로 "빙그레"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빨리 아내가 보고싶기도 하고요.

마침 저와 같은 역에서 내리셔서 우리 동네에 사시는구나 했지요. (ㅎ, 우리동네 로멘틱 타운!)

 

그런데...

역을 지나칠뻔 했다는듯 서둘러 내리시는 모습과 그 다음 행동을 보았을 때, 저는 분명 깨달았지요.

그 분은 꽃바구니 배달을 가고 계셨다는 것을....

저 혼자 멋대로 행복한 노년의 로맨스를 상상하고 마음 속으로 기쁘게 웃고 있었다는 것을.

그러고 보니 그 분의 코트가 아무리 풀린 날씨라지만 약간 추워보인다는 것을

역명을 확인하고 출구 번호를 헤매이시는 모습에는 꽂꽂하다거나 우직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더군요.

 

제가 참 순진한건가요?

하긴 현 한국사회에 이 정도의 마음적 여유와 로멘스를 간직하고 계실 어르신들이 과연 얼마나 계실지 그제서야 생각이 들더군요.

저 혼자 마음대로 노년의 소소한 행복을 상상하고 웃다가 불과 수 분 후에 슬퍼진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것이 요즘 하는 말로 "웃프다"는 감정이었군요. ㅠㅠ

하긴 아내에게 그런 꽃바구니 사주면 쓸데없는 데 돈 썼다고 책망이나 들을 것도 같구요.

IP : 222.107.xxx.6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17 9:24 PM (121.165.xxx.165)

    169 댓글 참 뜬금포네요

  • 2. ..
    '14.1.17 9:25 PM (118.243.xxx.210)

    남자사람이라는 말은 어디서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말인가요? 출처가 정녕 궁금해요..
    남자사람이란걸 일본 어투인데..요즘 유행하는 말인가요?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

  • 3. 와중에
    '14.1.17 9:27 PM (183.98.xxx.95)

    올리브가든 댓글은 광고인가요?

  • 4. 애들도아니고
    '14.1.17 9:31 PM (14.32.xxx.97)

    결혼한 성인이
    남자사람이라는 표현

  • 5. 원글
    '14.1.17 9:38 PM (222.107.xxx.62)

    솔직히 저도 의미를 모르고 썼군요 그 표현이 일본식인지 젊은사람들의 표현인지도요 거슬렸다면 죄송하구요 영어로 chair man을 chair person으로 표현하는 것 처럼 사용하는가보다하고 썼습니다

  • 6. ;;
    '14.1.17 9:50 PM (121.165.xxx.165)

    진짜 댓글보고 불쾌해지긴 간만이에요 지하철택배 어르신들 못보셨나봐요..정말 많이들 하세요.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사시는 분들인데..아무리 농담이라도 애인집이라니요;; 솔직히 웃자고 한 농담에 안웃어지네요;; 지워진 첫댓글은 어이없는 꽃집광고질 않나

  • 7. 춥네
    '14.1.17 10:32 PM (223.33.xxx.52) - 삭제된댓글

    저도 오늘 9시도 한참 넘어 집에 들어오는데 머플러에 검정 롱코트를 점잖게 차려입은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단지 밖으로 나가시는걸 봤어요
    아마도 대리운전 하시는 분인것 같던데 한겨울에 오리털 잠바도 아니고 코트입고 밤거리를 다닐걸 생각하니 돈벌기 참 힘들다 싶으면서 맘이 안좋더라구요
    꽃배달이나 대리운전이 손님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위해 옷을 차려입게 하는 뜻은 알겠는데 겨울에는 좀 따뜻하게 입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8668 오늘 슈퍼맨..하루요.. 3 ,,, 2014/02/03 4,042
348667 허현회 카레 사건 들어보셨어요? 20 으흐흐 2014/02/03 22,956
348666 간단한 영작 좀 도와주세요!! 5 젬마 2014/02/03 706
348665 명품 병행수입 이미 되고 있지 않나요? 3 3월 2014/02/03 2,367
348664 밤이 무서워서 잠을 못자겠어요..결혼해야하나요 7 pots o.. 2014/02/03 3,546
348663 내일 아니 오늘 출근해야하는데 잠이 안와요ㅠ 2 긴 연휴로 2014/02/03 1,044
348662 시조카 아이,,볼때마다 넘 짜증나요. 혼내도 될까요? 61 ㅇㅇ 2014/02/03 18,149
348661 올 해 토정비결 재미로 봤는데 새식구 소식이 있대요 6 토정비결 2014/02/03 2,331
348660 '자녀 7명 있는데'..정초 쓸쓸히 숨 거둔 구순 노인 7 zzz 2014/02/03 3,361
348659 안정환 잘됐으면 좋겠어요 31 .. 2014/02/03 26,917
348658 4월 지방이사예정인데..지방선거 참여하려면?? 1 지방선거 2014/02/03 763
348657 기분이 너무 안 좋아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12 피를 모두 .. 2014/02/03 2,994
348656 겨울왕국이 라푼젤보다 더 재밌나요? 22 디즈니사랑 2014/02/03 2,896
348655 잇몸에 염증이 생긴 듯 하더니, 편두통까지 왔어요 ㅠㅠ 6 아프다 2014/02/03 4,621
348654 인터넷 글들 진짜웃겨요 4 2014/02/03 3,875
348653 고양이가 계속 토하고 아파요ㅠㅠ 6 고양이 2014/02/03 3,494
348652 드라마스페셜 저거 뭔가요 7 아이고 2014/02/03 3,075
348651 감기약 먹기에 애매한 상황 2 2014/02/03 731
348650 40평대 4억시가 집한채, 2천cc 차 한대 지역의료보험 얼마정.. 2 33 2014/02/03 2,809
348649 전통엿 살 수 있는 곳 알려주셔요~~ 3 궁금맘 2014/02/03 1,500
348648 전문가용 침구청소기 가격이...장난아니네요 한적한시골에.. 2014/02/03 4,956
348647 5세 남자아이의 에너지...어떻게 방출해야 할 까요? 1 ^^ 2014/02/03 1,096
348646 이경제 선식 왜 안팔아요? 1 12 2014/02/02 2,592
348645 전북대병원이 별로인가요??? 8 2014/02/02 2,497
348644 재벌집 며느리에 어울리는 배우 22 yaani 2014/02/02 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