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가 어제 사우나에서 쓰러지셨어요.

조회수 : 2,603
작성일 : 2013-12-23 14:30:51

저희 동네에 좀 큰 사우나,찜질방이 있는데 친정엄마가 거기 오시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데 어제 오셔서 같이 동지팥죽 먹고 기분 좋게 사우나에 갔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엄마는 평소대로 사우나 갔다가 냉탕 들어가는 걸 두번 반복 하시고

안마탕에 좀 계시다가 "어째 오늘은 팥죽을 많이 먹고 와서 그런지 힘들다.." 하시면서

나가셨는데 기절을 하신 거에요.

주변에 계신 분들이 오셔서 이것저것 도와주시고 엄마도 금새 정신이 돌아오시긴 했지만

그 순간 정말 너무 멍하고...잠깐 쓰러진 사람이 정말 내 엄마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어려운 형편에 아둥바둥 사시다 보니 짠순이처럼 사셔서

지금도 그렇게 사는게 안타까우면서도 짜증도 나고 그랬는데...

어제는 고장 난 김치냉장고 사라고 현금을 주시길래 평소같지 않고 왜 이러나 싶고

잠깐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도 그 짧은 시간에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평소에 안 하시던 행동을 하시더니 여기서 쓰러지시려고 하나...무슨 일 나려고 하나...

싶은게 사람이 너무 당황하니까 눈물도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어찌저찌 정신 돌아 오시고 괜찮다고 이제 편하다고 하셔서

집에 돌아 와서 응급실 가보자고 해도 안 가시고 청심환 하나 드시고 그냥 저희 집에서

주무시게 하고 오늘 병원에 모시고 갔다 왔어요.

뇌졸증 검사에 다행히 아무 이상 없고 평소에 고혈압 약을 드시는데

오늘 병원에서 잰 혈압은 저혈압으로 나온다고 혈압약을 조절하라고 하더라구요.

암튼....평소에 엄마한테 불만도 많고 정도 많이 떼었다고 생각 했는데

어제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엄마란 존재가 다시 보이고 감사하고 너무 소중하더라구요.

엄마 앞에서는 눈물도 안 나왔는데 가시고 나니까 그동안 냉랭하게 못 해 드린것만

생각나고...너무 죄송스럽더라구요.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시고 혼자 있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 공부고 재산 불리는 거고 뭐고 다 필요 없고

그저 다 건강하고 또 건강만 하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직 칠순도 안 된 엄마를 보낸다 생각하니 정말 마음 속이 뜨거워지면서

앞으로 엄마를 볼 날이 길어야 20년인데...정말 잘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어머니께도 안부 전화 드렸네요.

 

 

IP : 175.113.xxx.5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밍기뉴
    '13.12.23 2:33 PM (203.226.xxx.188)

    저도 그래요.
    요새 나이드신 부모님 뵈면서 원글님 같은 생각 많이 들어요..

  • 2. 조심
    '13.12.23 2:39 PM (119.203.xxx.233)

    친척분중 새벽에 사우나 가셨다가 그렇게 쓰러지셔서 돌아가신 분 계셔요. 앞으로 어머니 모시고 사우나 가시는거 조심하셔야 할 것 같네요.

  • 3. ...
    '13.12.23 2:47 PM (61.77.xxx.178)

    어르신들은 특히 겨울철 조심하셔야 한다네요.
    고혈압보다 고, 저 급변하는 혈압이 더 위험하다던데...
    앞으로 잘 신경써서 지켜보고 위해드리셔야겠어요.

  • 4. ...
    '13.12.23 3:15 PM (222.108.xxx.73)

    냉탕 온탕 번갈아 들어가는거 위험해요.
    이전에 돌아가신 분...황수관 박사가
    그건 언제 죽나 볼려고 실험하는거 밖에 안된다고 했어요.
    절대로 못하시게 하세요.

  • 5. 혈압약 드시는 분들..
    '13.12.23 3:16 PM (116.123.xxx.85)

    사우나 가서 냉탕,온탕 번갈아가는거 금지사항이예요. 뜨거운 곳도 안가시는게 좋구요.
    혈관이 확장,수축되다가 잘못되시는거예요. 앞으론 적당한 온도에서 20분 이내로 목욕하시는게 좋아요.

  • 6. ,,,
    '13.12.23 3:32 PM (203.229.xxx.62)

    냉탕 온탕 왔다 갔다 하면 혈관이 갑자기 확장 했다가 축소 했다 하다가
    나이 드신 경우 터질수도 있다고 위험하다고 나이 드신분들은 조심하라는 얘기 들었어요

  • 7. ..
    '13.12.23 5:40 PM (218.236.xxx.152)

    제가 아는 분 공중목욕탕에서 돌아가셨어요
    티비 보니 누구 어머니도 목욕탕에서 돌아가셨다던데요
    조심하라고 하시고 가볍게 씻고 나오시라 하세요
    탕에도 들어가지 마시고

  • 8. 저희
    '13.12.24 10:39 AM (61.252.xxx.37)

    외삼촌도 공중목욕탕에 가셨다가 쓰러져 돌아가셨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7063 세 여성 캐릭터가 참 싫은데 공교롭게 다 미인들이 아니네요 5 개그콘서트 2014/01/27 1,656
347062 '모미이'라는 꼭두각시 개의 개소리 손전등 2014/01/27 883
347061 영어로 옛날에... 어릴 때....를 문학적으로 표현하려면 4 영어고수님들.. 2014/01/27 1,527
347060 엄청 큰 고민이 있어요 2 ㅇㅇ 2014/01/27 1,238
347059 기본적으로 기브앤 테이크가 안되면 만남을 지속하기 힘든것 같아요.. 4 ... 2014/01/27 2,416
347058 주말 내내 냉전 5 냉전 2014/01/27 1,633
347057 뒤통수에 혹이 났어요.. ㄷㄷㄷ 2014/01/27 7,076
347056 모시던제사 안지내는집은 제사를 그냥안지내시는건가요? 10 퍼랭이 2014/01/27 3,768
347055 버버리 김희애 송지효 패딩 7 구매할까요?.. 2014/01/27 7,011
347054 시댁 용돈 문제글 읽으니 저희집처럼 이런 집도 있습니다. 74 생활비 2014/01/27 12,613
347053 동대문이랑 평화시장 가려하는데요.. 3 .. 2014/01/27 2,247
347052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자꾸 체중이 부는데 병일까요? 4 건강 2014/01/27 2,144
347051 주말에 아이들(초5, 초3 형제)이랑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취.. 1 수박 2014/01/27 1,128
347050 서강대, 삼성의 '총장추천제' 거부 11 참잘했어요 2014/01/27 3,537
347049 흑설탕 스크럽 만드는 방법 추천 부탁드려요 1 얼굴 2014/01/27 2,597
347048 정보유출 잊었나…금융권 '주민번호 수집' 강행 外 세우실 2014/01/27 596
347047 (급질) 신혼생활지로 여주vs이천vs안성 어디가 괜찮을까요? 4 2014/01/27 1,151
347046 4,50대남편분들 1 ㅎㅎ 2014/01/27 1,216
347045 (펌) 아파트 끝났다.(재건축 잔혹사) 1 .. 2014/01/27 3,548
347044 백수생활이 길어지니...우울증이 온거 같아요 3 .... 2014/01/27 3,315
347043 오피스텔 중개수수료관련 문의드립니다 3 이사예정 2014/01/27 1,100
347042 신용카드대란보니...베리칩음모가 설득력있네요 2 conjun.. 2014/01/27 2,023
347041 강릉여행에 버스 타고 다녀도 되나요? 2 강릉분들~ 2014/01/27 1,701
347040 은행직원 친절함에 빵 터졌어요 8 ... 2014/01/27 3,729
347039 비비크림은 어떤게 좋을까요? 1 회색하늘 2014/01/27 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