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2월 1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77
작성일 : 2013-12-17 08:23:50

_:*:_:*:_:*:_:*:_:*:_:*:_:*:_:*:_:*:_:*:_:*:_:*:_:*:_:*:_:*:_:*:_:*:_:*:_:*:_:*:_:*:_:*:_:*:_

바리캉으로 남의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다가 날이 저물면 짐 싸서 산으로 돌아왔으면
내가 나중에 다른 사람으로 나타나 이렇게 저렇게 살고 있어도 그게 나인 줄 모르게
나무손잡이바리캉 하나하고 무쇠손잡이바리캉 하나하고
그러다 내가 죽으면 남는 것 없게 그 바리캉 두 개하고 아이들 목에 감아주던 보자기
흰 꽃무늬 하나 겨우 없는 사각민보자기 하나하고
그리고 나무에 걸어서 칼날을 척척, 출렁출렁 같던 누구 가죽인지 가죽띠 하나하고 또
그 가죽에 날이 들지 않아 휘청휘청, 찰싹찰싹 날을 때려 치던
검은 플라스틱 칼날집 있는 기다란 기역자 면도칼하고 또 나그네들이 들고 다니던
흙 묻은 천가방 하나하고 한 십년 쯤 된 밀크색 비누통 하나하고
집으로 가면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게 아무에게나 인사 받지 않으려고 고개
푹 숙이고, 집으로 어둑해 돌아가는, 흙만 밟고 시멘트 같은 것 돌 같은 것 안 밟는
머리가 짧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에 생각나지 않게
막바지 입고 가슴에 검은 단추 달린, 작은 주머니 두 개 달린 상의 입고
아이들에게 머리 이리 돌릴까? 잠깐만, 하는 유의 말만 하는 사람 이 세상에서
아이들 머리나 깎는 일만 하다 죽으려는 사람 됐으면 하고, 다른 건 아무것 생각 안 하는
그렇게 저 남국 같은 데 요함을 걸어놓은 나무 그늘 밑에서 그거 하다가
내가 언제나 거길 지나다 버스 창밖을 내다보고 아 저 사람, 해도 난지 모르는 사람으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세상을 살았는지 모른 사람으로
이제 그 사람 죽어서 어디선가 누가 누가 손같은 바리캉을 들고 다니면
아이들 머리나 깎아줬으면 하고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길가 같은, 길가 나무 같은 사람의
어느 갯가, 그 아이 머리가 되어 떠도는 이발사의 무지 커다란 손이,
짧은 머리카락 밀고 올라가는 절벽의 머리 뒤쪽 때 묻은 나무바리캉이었으면
그래서 어느 날, 한 형제가 나타나 둘이 함께 한 슬픈 아이 머리를 깎아주는
가벼운 왼손잡이 나무바리캉이고 또 하나는 무거운 오른손잡이 무쇠바리캉이었으면


                 - 고형렬, ≪자신에 대한 분개의 시 - 경주 첨성대와 다보탑을 여행하고≫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12월 1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12월 1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12월 1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15664.html

2013년 12월 17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12/h2013121620455775870.htm

 

 

"니네 국민들"만 모으면 과연 안녕하실까요?
 

 

 

―――――――――――――――――――――――――――――――――――――――――――――――――――――――――――――――――――――――――――――――――――――

”위로란,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라고 묻는 것이다.”

                 - 양광모 "비상" 中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우실
    '13.12.17 9:27 AM (202.76.xxx.5)

    의문만 갖지 마시고 님이 퍼오셔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게시판이잖아요? 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8666 미친짓을 했을까요.. 4 내가 왜.... 2014/01/07 1,829
338665 굳이 생선을 먹어야 할 상황이라면 어디걸 먹어야 할까요? 2 ... 2014/01/07 1,679
338664 노르웨이 고등어 왜이리 기름줄줄인지 원래 이런거에요? 16 요리망함 2014/01/07 5,466
338663 신촌이 많이 변했네요 2 ㅇㅇ 2014/01/07 2,116
338662 전쟁이 날 수도 있나요 8 H 2014/01/07 2,123
338661 장터에 책은좀 팔게하면 13 사고팔고 2014/01/07 2,548
338660 이케아 식탁 괜찮나요? 16 ..... 2014/01/07 5,162
338659 굿닥터에 김재준있어요 리턴공주 2014/01/07 855
338658 꽃등심 100그람이 남이있는데 무얼 해먹으면 좋을까요? 5 꽃등심 2014/01/07 1,090
338657 감자5키로에8천원 2 배곱 2014/01/06 1,198
338656 셜록 시즌 3 에피소드 2(스포없음) 2 ㅗㅗ 2014/01/06 1,669
338655 무슨 말만 하면 애키워봐라 하는 친구 16 다음 2014/01/06 3,227
338654 고등어 이야기 (퍼온글) 3 수입 2014/01/06 1,610
338653 불륜의 기준이 뭘까요? 21 정초 2014/01/06 15,580
338652 롱샴백은 어느 색깔이 제일 무난할까요?(결정장애) 8 미맘 2014/01/06 4,399
338651 최정윤 박은혜 홍수현 헷갈려요 8 시스터 2014/01/06 2,828
338650 의사 전문의 시험이 까다롭나요? 11 ..... 2014/01/06 8,911
338649 신성일도 엄앵란 안만났으면 이혼 밥먹듯이 했겠죠..?? 5 ... 2014/01/06 2,910
338648 이휘재 고추가루 빼주고 싶어 미치겠어요 12 yesica.. 2014/01/06 14,639
338647 평촌 범계 피부과 좀 추천해주세요~( 검버섯 ) 3 내일은효녀 2014/01/06 7,385
338646 박근혜 신년기자회견, 유민봉... dbrud 2014/01/06 1,266
338645 영화 변호인 얼마나 사실이죠? 6 ... 2014/01/06 2,564
338644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 계실까요?? 이비인후과 2014/01/06 808
338643 이별과 결혼에 대한 상담(욕먹을 준비하고 써요) 26 dhcie 2014/01/06 8,466
338642 진짜 양털 다음으로 따뜻한 인조털은 뭘까요? 2 동물학대 반.. 2014/01/06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