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2월 1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34
작성일 : 2013-12-17 08:23:50

_:*:_:*:_:*:_:*:_:*:_:*:_:*:_:*:_:*:_:*:_:*:_:*:_:*:_:*:_:*:_:*:_:*:_:*:_:*:_:*:_:*:_:*:_:*:_

바리캉으로 남의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다가 날이 저물면 짐 싸서 산으로 돌아왔으면
내가 나중에 다른 사람으로 나타나 이렇게 저렇게 살고 있어도 그게 나인 줄 모르게
나무손잡이바리캉 하나하고 무쇠손잡이바리캉 하나하고
그러다 내가 죽으면 남는 것 없게 그 바리캉 두 개하고 아이들 목에 감아주던 보자기
흰 꽃무늬 하나 겨우 없는 사각민보자기 하나하고
그리고 나무에 걸어서 칼날을 척척, 출렁출렁 같던 누구 가죽인지 가죽띠 하나하고 또
그 가죽에 날이 들지 않아 휘청휘청, 찰싹찰싹 날을 때려 치던
검은 플라스틱 칼날집 있는 기다란 기역자 면도칼하고 또 나그네들이 들고 다니던
흙 묻은 천가방 하나하고 한 십년 쯤 된 밀크색 비누통 하나하고
집으로 가면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게 아무에게나 인사 받지 않으려고 고개
푹 숙이고, 집으로 어둑해 돌아가는, 흙만 밟고 시멘트 같은 것 돌 같은 것 안 밟는
머리가 짧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에 생각나지 않게
막바지 입고 가슴에 검은 단추 달린, 작은 주머니 두 개 달린 상의 입고
아이들에게 머리 이리 돌릴까? 잠깐만, 하는 유의 말만 하는 사람 이 세상에서
아이들 머리나 깎는 일만 하다 죽으려는 사람 됐으면 하고, 다른 건 아무것 생각 안 하는
그렇게 저 남국 같은 데 요함을 걸어놓은 나무 그늘 밑에서 그거 하다가
내가 언제나 거길 지나다 버스 창밖을 내다보고 아 저 사람, 해도 난지 모르는 사람으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세상을 살았는지 모른 사람으로
이제 그 사람 죽어서 어디선가 누가 누가 손같은 바리캉을 들고 다니면
아이들 머리나 깎아줬으면 하고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길가 같은, 길가 나무 같은 사람의
어느 갯가, 그 아이 머리가 되어 떠도는 이발사의 무지 커다란 손이,
짧은 머리카락 밀고 올라가는 절벽의 머리 뒤쪽 때 묻은 나무바리캉이었으면
그래서 어느 날, 한 형제가 나타나 둘이 함께 한 슬픈 아이 머리를 깎아주는
가벼운 왼손잡이 나무바리캉이고 또 하나는 무거운 오른손잡이 무쇠바리캉이었으면


                 - 고형렬, ≪자신에 대한 분개의 시 - 경주 첨성대와 다보탑을 여행하고≫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12월 1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12월 1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12월 1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15664.html

2013년 12월 17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12/h2013121620455775870.htm

 

 

"니네 국민들"만 모으면 과연 안녕하실까요?
 

 

 

―――――――――――――――――――――――――――――――――――――――――――――――――――――――――――――――――――――――――――――――――――――

”위로란,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라고 묻는 것이다.”

                 - 양광모 "비상" 中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우실
    '13.12.17 9:27 AM (202.76.xxx.5)

    의문만 갖지 마시고 님이 퍼오셔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게시판이잖아요? 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24588 친정부모님 매일 다투시는데 그만좀 23:17:38 22
1724587 지금 시기에 과탐을 사탐으로 바꾸는 고3도 있나요? 23:16:14 30
1724586 오늘도 먹고싶은거 주저하지 않고 다먹었어요. 1 23:13:02 209
1724585 제사 설거지 후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는데요 남편 23:10:14 397
1724584 넘어지면 밟아주는 부부 .. 23:06:17 524
1724583 발목과 종아리가 자꾸 굳어요 3 ㅇ ㅇ 23:05:36 265
1724582 캐모마일 키워보신 분 무명 23:00:06 93
1724581 요새꽂힌노래 ㅎ 5대비전송 yjyj12.. 22:58:47 134
1724580 임기 첫 현충일 추념사 비교 4 123 22:58:43 372
1724579 김치끼개 얻어먹은 그지새끼들이 아직 기레기 5 놀며놀며 22:55:10 610
1724578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오늘은 안하나요? 9 일제불매운동.. 22:51:30 410
1724577 주얼리 브랜드 순위요 1 123 22:50:21 486
1724576 강동원 배역 모티브가 잼프? 1 오호 22:50:13 316
1724575 두 개의 서로 다른 20만 명 2 몸에좋은마늘.. 22:49:20 517
1724574 대통령 이재명 / YTN 2 0000 22:45:04 884
1724573 대통령실 "생수 사서 출근해야‥폐허 같은 업무 환경&q.. 31 ㅇㅇ 22:41:11 1,918
1724572 수박 좋아하는 집들은 8 사면 22:40:44 954
1724571 여초사이트에만 암약하는 리박이들 12 푸른당 22:37:40 400
1724570 왜 자꾸 아줌마 몸매로 변할까요 ㅠ 16 ... 22:30:44 2,156
1724569 노무진 재밌나요 맘 아파서 안 보는데 5 드라마 22:23:51 1,409
1724568 채상병 특검법 통과시 퇴장하는 국힘의원들 4 이뻐 22:22:04 1,173
1724567 제발 국토부장관 똘똘한 사람으로 뽑길... 5 ... 22:20:51 861
1724566 강유정대변인에게 재밌다라고 비아냥 거리는 남기자 23 ... 22:07:53 3,648
1724565 트럼프 전화에 대한 소견 45 진진 22:06:04 1,986
1724564 이준석 국회의원 제명 청원 20만명 돌파 4 그렇죠 22:04:44 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