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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명박 정부는 엉터리

장진수이야기-9 조회수 : 1,107
작성일 : 2013-12-09 16:39:05
https://www.facebook.com/jinsoo.jang.3110/posts/1381882278727788
이명박 정부는 엉터리

2008년...

장진수 : 선배님! 아니 이런 정부개편을 보고도 온 신문에서 잘한다는 기사밖엔 없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선배 : 아무튼 지금은 온 국민들의 희망이 경제발전이고, 이 대통령이 바로 그걸 할 사람이잖아~ 자꾸 브레이크 걸어서 만약 제대로 경제발전 못하면 어떡해?

장진수 : 그래도 그렇지요... 아닌 건 아니라고 하고 옳은 건 옳다고 해야 되는데... 이게 맞는지...원... 그런데 이렇게 하면 약속한대로 경제발전은 잘 될까요?

이명박 정부는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특히 정권이 출범함과 동시에 단행한 정부조직 개편이 그러하였다. 어떻게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기획예산처라는 핵심 정부부처들을 그렇게 쉽게 폐지(해체 이관)할 수가 있는지?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정부부처를 폐지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우리나라와 같은 IT 강국에서 정보통신부를 폐지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해양수산부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리 못마땅한 일인가? 나라의 살림을 편성하는데 있어 특정 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기획예산처라는 독립적인 기관을 둔 것이 뭐가 못마땅하단 말인가?

아울러 이명박 정부는 우리의 뼈아픈 과거사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는 여러가지 위원회들도 함께 폐지하였고, 부패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청렴위원회라는 기관을 독립적으로 두지 않고 별 관련도 없는 행정심판위원회 및 고충처리위원회와 함께 통합해버리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뼈대로 하는 경제 살리기가 목표라고 하면서, ‘작은 정부’의 구축을 위해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한 것이라 하였지만 과연 그러한가? 민간으로 이양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지금도 정부 어디에선가 계속 행해지는 일들이고, 공무원의 숫자가 줄어든 것도 아닌데 과연 작은 정부라 할 수 있는가?

경제 살리기도 마찬가지이다. ‘747성장’이라는 목표와 함께 ‘줄푸세 타고 747로’이라는 슬로건도 제시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곧 세금은 줄이고, 정부 규제는 풀고, 법치주의를 확립하여 연 7% 성장, 4만불 소득, 세계 7위 경제를 이룩하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과연 지금 돌이켜보면 어떠한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있는가? 이건 사기나 마찬가지다.

지난정부에서 한 것이라면 무턱대고 틀린 것이라며 모두 바꾸어 버리겠다는 오만한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발전이라는 국민적 희망 앞에 작은 정부라는 명목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국민을 현혹하는 ‘쇼’를 펼쳤던 것이다.

이들은 국무총리실에 대해서도 기능이 불필요하게 비대하다며 국무총리의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폐지하고, 새만금 정책 업무를 청와대로 이관하였으며, 이른바 암행감찰반인 ‘조사심의관실’을 폐지하기도 하였는데, 이때 폐지된 이 기능들이 국무총리실에 모두 다시 부활하는 데에는 불과 채 6개월도 걸리지 않았으니, 이는 이명박 정부가 깊은 검토 없이 얼마나 마구잡이식으로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그리하여 폐지된 암행감찰반은 불과 5개월만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하였다. 하지만 본연의 임무인 공무원의 비리를 감시한 것 보다는, 정권에 일심으로 충성하는 친위부대로서 정권의 안위에 거슬린다고 판단하면 공직자든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사찰하여 이를 억압하는데 앞장서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출발점이 되어 버리고 말았으니, 참으로 엉터리 같은 정부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나는 우연히 그 곳의 말단 서무로 일하며 그들의 흐름에 이끌리다 결국 공직을 잃게 되고 말았으니, 나에게 이명박 정부는 참으로 형편없는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그런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나 같은 말단에게까지 책임을 떠 떠넘기는 것인지... 참으로 찌질하고 양심도 없는 자들인 것이다.

(10회 - 잠정 ‘불법 활동비’)

IP : 211.216.xxx.18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3.12.9 4:43 PM (61.254.xxx.206)

    공감. 눈 뜨고 당한게 너무나 억울.
    그리고 어리석은 건지, 정권에 영합하는 건지, 하여간 부화뇌동한 언론인들은 자폭하라!!

  • 2. 장진수이야기-1
    '13.12.9 4:43 PM (211.216.xxx.186)

    [장진수 이야기 1회]

    ㅁ 불법사찰 점검1팀과의 첫 만남!

    점검1팀과의 첫 만남은 내가 인사발령을 받기도 전인 2008년 12월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총리실 인사과에서 근무하던 나는 상관의 심부름으로 서류 전달을 하기위해 처음으로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던 일이 있다. 당시 지원관실은 국무총리실이 있는 세종로 청사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진 창성동 별관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평소 그곳에 근무하는 요원들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누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한마디로 베일에 싸인 조직이었다.

    그날 내가 그 서류를 전달한 사람은, 그때는 몰랐지만 공교롭게도 바로 김종익씨를 불법으로 사찰한 점검1팀의 K경정이었다. 그는 나중에 나와 같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으로 함께 기소되고 함께 재판을 받게 되는 사람이다. 참 묘한 인연이다. 어쨌든, 나는 그저 심부름을 온 것뿐이고, 서류가 무슨 내용인줄도 몰랐고, 그저 K경정에게 그것을 전달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기에, 나는 별생각 없이 서류봉투를 건네주고는 곧바로 방을 나가려 하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는 나를 붙잡아 자리에 앉히더니, 서류봉투를 뜯어보면서 ‘왜 이걸 제때 조치 안했느냐?’하며 나를 다그치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그 서류는 당시 국무총리실 L국장이 밤늦게 음주상태에서 퇴근하다가 교통경찰관을 폭행하였던 사건과 관련한 자료였는데, 사건이 언론에 보도가 되어 문제가 된 것에 대해 K경정이 인사담당자인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추궁을 하였던 것이었다.)

    K경정 : 왜 이런 문제가 발생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안했나요?

    장진수 :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진 저희도 몰랐습니다. 지금 장관님(국무총리실장)한테까지 다 보고가 되었으니까 이제 방침이 내려오겠지요.

    K경정 : 그런 사건은 즉각 처리를 했어야지... 제대로 못하니까 이런 큰 문제가 생긴 것 아니예요?

    장진수 : 방침이 내려와야 조치를 하죠! 제가 방침도 없는데 무슨 힘으로 조치를 하겠습니까? 그 문제를 말씀하시려면 저희 인사과장님이나 총무비서관님한테 말씀하십시오.

    K경정 : 국무총리실 자체규정에 이런 걸 어떻게 처리하라고 되어 있나요?

    장진수 : 자체규정은 없고 공무원징계령(대통령령)이 있으니까 그것을 따릅니다.

    K경정 : 왜 자체규정이 없어? 그런 건 당연히 만들어 놓았어야 되는 것 아니야? 당신 직무유기야!

    장진수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데... 지금 저를 조사하시는 겁니까? 저는 그냥 서류를 가져다주라고 해서 온 건데요? 제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야 됩니까? 그리고, 저를 지적하시려거든, 무슨 규정에 근거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부터 알려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냥 조사관님 생각만으로 이렇게 막 해도 되는 겁니까? (옆 자리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던 다른 사람에게) 제 말이 틀립니까? 말씀 좀 해보십시요(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바로 점검1팀장이인 K팀장이었다).

    K경정 : 이 사람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거 따끔한 맛 좀 봐야 되겠구만!

    장진수 : (K팀장에게)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K팀장 : (K경정에게) 됐어~ 그냥 보내!

    이것이 나와 점검1팀과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 본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하며 씁쓸한 기분으로 방을 나왔다. ‘총리실 인사담당자인 나에게 이 정도까지 할 사람들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땠을까? 휘두른 칼 끝은 언젠간 모두 다시 돌아오는 법인데, 이 사람들 과연 괜찮을까?’나는 어쩌면 이때부터 나는 어렴풋이 이들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2회에서 계속)

    위 이야기가 어떤가요? 요즘 종북몰이 및 국가기관 개입 부정선거 등등 중대한 현안들도 많이 있기에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어쨌든 말씀드린대로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속에서 제가 겪은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들고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불법사찰 사건은 4대강, 쇠고기, 용산참사, 쌍용차, 천안함, 언론장악 등등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퇴시킨, 일일이 다 열거하지도 못할 이 모든 사건들의 출발점에 있는 것이라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나갈지는 아직 저도 정해진건 없기 때문에, 다소 서툴고 두서 없이 진행될 수도 있으니.. 너그러이 봐 주시기 바랍니다^^

    틈나는 대로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3. 장진수이야기-2
    '13.12.9 4:43 PM (211.216.xxx.186)

    암행감찰반 인사발령기 - 장진수, 공직윤리지원관실 근무를 명함

    2009년 7월경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기획총괄과장인 J과장과 서무인 K주무관이 나를 찾아왔다. 곧 원소속(당시 행정안전부)로 복귀할 예정인 K주무관의 후임으로 내가 적합한 인물인지 확인하기위해 J과장이 나를 면접보러 온 것이었다. 세종로 정부청사 1층 휴게실에서 그들을 만났다. 면접이라고 해봐야 별건 없었고,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었다.

    K주무관 : 이분이 K과장님 과장님입니다. 인사드리세요. 과장님 말씀드렸던 장 주임입니다.

    장진수 : 처음 뵙겠습니다. 장진수입니다. 바쁘실텐데 뭐하러 여기까지 직접 오셨습니까? 전화를 하시면 제가 그쪽으로 바로 달려갔을텐데... 이렇게 찾아오시니까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J과장 : 그런 건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장진수 : 그래두...

    J과장 : 고향이 어디예요?

    장진수 : 예 경북 문경입니다. 점촌이라고 아실런지... 저는 거기서 고등학교까지 쭉다녔습니다.

    J과장 : 인사과 오기전에는 어디에서....?

    장진수 : 현정부 들어서는 정보관리비서관실에 있었습니다. K비서관(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님 밑에서요... 참여정부때에는 제가 2007년에 조사심의관실에...

    J과장 : 2007년이라~ 나는 그때 노동심의관실에 있었는데... 조사심의관실 바로 옆방에...

    장진수 : 아~ 그러세요? 그때 제가 노동심의관실에 놀러 많이 갔었는데... 그때는 과장님을 제가 미처 몰랐네요... 아유...

    J과장 : 그땐 그냥 조용히 있었으니까~ 총리실 사람들은 날 잘 몰랐어요...
    (생략)

    그렇게 만난 J과장의 첫인상은 그저 평범한 공무원일 뿐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그저 무척이나 어색했던 만남으로 기억될 뿐... 당시 나는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하급 기관에 폭언도 서슴지 않는 그런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었으며, 나중에 자신의 불법사찰 범죄에 대한 증거인멸을 함에 있어서 치밀한 계략하에 부하직원인 나를 이용한 후 자신은 발뺌을 해버리는 그런 기본이하의 야속한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무실로 돌아간 K주무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장진수 : 진 과장님한테 잘못 보인 것 같아서, 그쪽으로 가는 건 안되겠죠? 안되면 그냥 없었던 일로 하시죠 뭐!

    K주무관 : 무슨 소리에요? 진 과장님이 엄청 좋게 보셨어요!

    장진수 : 예? 그럴리가요? 특별히 잘 보인것도 없는데... 혹시 K감사(K주무관)님이 저를 좋게 말씀해주셔서... 아유 감사합니다!

    K주무관 : 진 과장이 보고 혼자 판단하는 거지 나는 아무 말도 안했어요! 아마 이제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진행 될 겁니다. 이쪽으로 와서 일할 준비나 잘하세요!

    장진수 : 예? 그러면 이제 L국장님(공직윤리지원관)한테도 면접을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K주무관 : L국장님한테는 안 봐도 되요. 그냥 발령 받고 와서 인사하면 됩니다.

    장진수 : 예? J과장님만 오케이 하면 다 되는 거예요? 어떻게...? 나중에 국장님이 절 안 좋아하시면 어떡할려구요? 엉뚱한 놈 받았다고 J과장님이 국장님한테 혼나는 거 아닙니까?

    K주무관 : 그럴 일 없어요. 와보면 알아요. 그걸 지금 설명 할 수는 없고... 와봐야만 알 수 있어요! 장 주임이 정 그러면... L 국장님한테는 면접 안 봐도 되긴 한데... 미리 인사드리는 것도 나쁜 건 아니니까... 그냥 한번 인사나 드리러 오세요! 어쨌든 그건 그건 면접은 아니고...

    일개 과장에게는 면접을 봐야되고, 조직 전체의 수장인 국장에게 면접을 안봐도 된다니... 또 그 이유는 와보면 알게 된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결국 나는 나중에 그곳에 근무하게 되면서 비로소 K주무관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힘의 원리인 것이다. J과장이 실세이고 L지원관은 허수아비 신세였던 것...

    이런 역학 관계는 당시 청와대 내에서는 L노동비서관이 그의 상사인 사회수석보다도 더 힘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과도 비슷하다. L비서관은 VIP에게 직보를 하며 VIP의 마음을 사로잡아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며, J과장은 L노동비서관에게 직보를 하며 L지원관보다도 더 힘이 셀 수 있었던 것이리라~ 정상적인 지휘체계를 무시한 채 중간 상사를 건너뛰고 곧바로 힘 있는 사람에게 달라붙어 자신도 힘을 누리는 그런 관계... L노동비서관과 J과장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그래도 나는 L국장을 만나보는 게 도리일 것 같아 며칠 후 지원관실을 찾아갔다. K주무관의 안내로 L지원관의 집무실에서 L지원관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무척이나 짧은 만남이었는데, 그는 나에게 딱 한가지만을 물어 보았다. ‘뭘 잘하느냐?’였다. 나의 대답은 ‘제가 과거 조사심의관실에서 일은 좀 해봤습니다만 아직 부족합니다. 국장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였다. 내 대답을 들은 L지원관은 약간 뜸을 들이더니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억양으로 ‘그래? 나가봐~’라고 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인사발령 통보
    국무총리실 인사과 행정주사 장진수
    공직윤리지원관실 근무를 명함
    2009년 7월31일 국무총리실장 권태신

    그렇게 나는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떠나는 나에게 인사과 동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었다. 아무도 내가 발령 받은 곳이 불법으로 사찰을 저지르는 곳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테니... 나 역시 내가 증거인멸범이 되리라곤 상상하지도 못했으니까~

    (3회에서 계속...)

  • 4. 장진수이야기-3
    '13.12.9 4:44 PM (211.216.xxx.186)

    [장진수 이야기 3회]

    지원관실의 서무 업무

    ‘거기가면 나 좀 잘 봐줘~’ ‘촌놈 출세했어~’ 등등 인사과 상사들과 동료들의 농담 섞인 인사를 들으며 짐을 정리한 후 나는 곧바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창성동 별관에 위치하고 있던 지원관실로 향했다.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왜냐하면 매일 야근하며 힘들게 일했던 인사과에서 나와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데, 지금 가는 곳은 암행감찰반으로 불리는 조직으로서 우리나라 정부에서 청와대를 제외가면 가장 힘센 곳 중 하나가 아닌가! 게다가 암행감찰반의 서무업무는 내가 2년 전에도 해본 적이 있는 일이 아니던가! 나는 어떤 일도 척척해 낼 것만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엄청난 사건들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아무런 줄도 백도 없는 내가 그런 곳에 가게 된 것은 그저 행운인 것만 같았다. 경복궁의 담장너머로 비춰오는 맑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지원관실로 걸어가고 있는 나의 얼굴엔 아마도 미소가 가득하였을 것이다.

    나는 예정대로 서무업무를 맡았다. 기본적으로 예산의 편성, 집행된 예산의 회계처리, 결산 업무가 있고, 국회의 자료요구나 서면질의에 대응하는 업무도 있고, 암행감찰 요원들을 각 정부부처로부터 파견을 받는 등의 내부 인사관리도 있으며, 워크숍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다던지, 컴퓨터를 포함한 각종 물품 관리 및 직원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관리 같은 잡다한 일들도 있었다. 직원 전체회식이나 갑자기 L지원관 등 상사들의 자택 또는 그들이 위치한 곳으로 호출이 되어 무언가를 해야 되는 그런 즉흥적인 일들도 모두 조직의 서무인 나의 업무였다.

    내 업무가 그러하다 보니, 나중에 있었던 증거인멸도 즉흥적인 일이었으니, 그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호출하고 나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내가 맡은 일들은 대체로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암행감찰반인 조사심의관실에서 했던 것들과 비슷하였만, 다른 점도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과거에는 운전 같은 건 할 일이 없었는데 지원관실에서는 운전을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두 번째로는 조사심의관실에서는 점검팀들이 감찰해 온 일들을 거의 모두 서무인 나의 손을 거쳐 행정처리가 되었는데 지원관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내가 할 일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이기에 몸은 좀 더 편했지만, 지원관실의 핵심 업무인 암행감찰 본연의 업무에 대해서는 그저 곁눈질로 돌아가는 분위기만 파악하는 수준인지라 조금 답답하였다. 외부에서 누가 물어도 나는 모른다는 말 밖에는 할수 없으니... 가끔 모른다고 말하기가 좀 부끄러운 경우에는 ‘그건 극비 사항이라 말씀 못드려요~’ 하면서 그냥 뭔가 있는 척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 하는 수밖에 없었다.

    (4회에서 계속)

  • 5. 장진수이야기-4
    '13.12.9 4:44 PM (211.216.xxx.186)

    ㅇ K 주무관의 인수인계 - 1

    지원관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후 무렵, 나는 전임자인 K주무관과 인근 식당에서 수차례 만나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나는 이것을 인수인계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장진수 : 그럼 여기(지원관실)는 총리한테는 보고 안합니까?

    K주무관 : 청와대에 하니까... 지금은 EB한테 거의 다 해요... 민정도 여기 잘 못 건드리고...

    장진수 : EB요? 그게 뭔데요?

    K주무관 : L 고용노사비서관... 여기에서는 다 그렇게 불러요.

    장진수 : 아~

    K주무관 : 그런데 지금은 EB가 저렇게 해도, 나중에 한 1~2년 후에는 아마 민정에서 다시 가지고 갈 거예요.. 그게 맞고...

    장진수 : 그렇게 될까요?

    K주무관 : 민정에 J 공직기강팀장(나중에 출처불명의 관봉 5천만원을 마련해 나에게 전달하는 자)이라고 있거든요... 그 사람 만만치 않은 사람이거든요... 업무능력도 있고, 성격도 좋아가지고... 따르는 사람도 많아요. EB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서울시(청) 출신인데, MB가 서울시장할 때 J 팀장이 아마 과장이었을 텐데... 서울시에 이렇게 일 잘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칭찬을 엄청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MB신임이 대단하고... 그래서 지금 청와대에 와 있는 거고... 이런 거 장감사(장진수)는 그냥 모른척하고 J 과장이 시키는 거나 잘 하고 있으면 될 겁니다.

    장진수 : 예 그래야지요...

    K주무관 : J 과장은 원래 고용노사비서관실에 행정관이었어요. 작년에 이거(공직윤리지원관실) 조직 신설하면서 여기로 온 거예요. EB 심복이지 뭐... 고용노사에 C행정관(나중에 나에게 하드디스크를 파괴할 것을 지시하는 자)도 있는데, 처음에 총괄과장에 누가 갈래 하다가 J과장이 나이가 좀 더 많으니까 먼저 가고, 나중에 C행정관이 오는 걸로 했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조심해야 될 사람이... 1팀장(K점검1팀장)이라고 있는데, 거기도 포항 사람인데... 아유...

    장진수 : 뭔 문제가 있었습니까?

    K주무관 : 지금 내가 다 말할 수도 없어요... 나중에 발령받아서 오면 알테지만... 나중에 함 잘 살펴보세요... 이 사람들 EB하고 한 몸처럼 움직여요.. 이 사람들 짝짜꿍이 아주 잘 맞아요!

    장진수 : 예...

    K주무관 : 근데 C 행정관은 사람이 좀 괜찮아요. 내가 옛날에 공무원노조 담당하는 업무할 때 같은 방에서 근무해서... 그때는 사무관이었는데, 노동부에서 파견을 나와 가지고... 약간 낯설어 하고 그러는 것 같아서... 내가 좀 챙겨주고 그러다 보니까 좀 잘 알게 되었어요... 나중에 C행정관하고 언제 내가 연락해서 따로 한번 자리 마련하께요..

    공식 보고라인이 아닌 고향 사람이나 심복 등을 통한 비선라인을 통해 일(물론 은밀한 일이겠지만)을 한다는 등의 이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당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저 높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그냥 그렇게 하는 건 줄로만 알았을 뿐, 이러한 문제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문제인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가 알려준 이러한 내용 덕분에 지원관실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나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ㅇ K 주무관의 인수인계 - 2

    K주무관 : 운전할 줄 알죠?

    장진수 : 운전은 왜요? 요즘 운전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K주무관 : 아니 그냥... 장 감사 나중에 여기 오면 운전을 좀 잘해야 되거든요.

    장진수 : 제가 운전을 할 일이 있어요?

    K주무관 : 내가 운전 많이 했거든요. EB가 차 대라하면 가야되니까... 아마 장 감사도 일주일에 몇 번씩은 해야 될 겁니다.

    장진수 : 그냥 청와대 차를 타면 되지, 왜 여기 차를?

    K주무관 : 모르지 뭐.. 청와대 차를 타면 아마 일지에 다 기록을 해야 되니까... 그럴 수도 있고...

    장진수 : 아~, 저도 운전은 하니까 뭐...

    K주무관 : 그게 아니라, 운전을 좀 잘해야 되요. EB가 성격이 좀 급해가지고 그런지 너무 늦게 가면 짜증을 낼 때가 있어요. 차가 막혀서 늦게 가는 건데 나보고 어쩌라고... 디기 머라 카더라고요... 그리고 시간도 잘 맞춰야 되요. 한번은 내가 깜박하고 차를 좀 늦게 댔더니... 아유 정말... 그날 내가 평생 못들을 소리 다 들었다니까... 내가 속이 많이 상했어요 그날...

    장진수 : 아 그러면 저도 신경 좀 써야 되겠네요... 제가 서울 지리도 좀 아니까, 운전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뜻밖이었었긴 하였지만 어쨌든 이러한 K주무관의 조언 덕분에, 나중에 나는 항상 지시받은 시간보다 최소한 5분 이상 일찍 도착하여 차량을 대기하곤 하였고, 운전도 굉장히 신경쓰면서 하여, 결과적으로 K주무관과는 달리 꾸중을 듣거나 L비서관이 짜증을 내는 상황까지 경험해 본적은 없었다.

    그런데 과연 L비서관은 어딜 다니기에 그렇게 총리실 차량을 이용하여야만 했을까? (나중에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함)

    ㅇ K 주무관의 인수인계 - 3

    K주무관은 매월 한번씩 고용노사비서관실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해야 한다는 사실도 말해주었다. 총 280만원씩 전달을 하는데 L 비서관에게는 200만원, J 선임행정관에게는 50만원, C 행정관에게는 30만원이 상납된다는 것이었다. 예산을 은행에서 인출하여 J 과장한테 가져다주기만 하면 그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하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좀 이상하긴 하지만, 2008년 조직이 신설되면서 서로가 논의하여 결정한 일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상급기관에서 하급기관으로 격려금 차원의 예산지원이 이루어지는 일은 있어도 이처럼 상납을 하는 일은 당시 나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기에,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그 일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그저 우리나라 최고 기관인 청와대 사람들이 밑에 있는 수하조직의 코 묻는 예산을 받아 챙기는 것에 대해 상당히 쪼잔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을 뿐, 나 같은 서무가 무슨 결정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윗사람들 여럿이 논의하여 결정한 일이기에 만약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윗사람들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전임자가 하던 대로 따라 하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걸 바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한다면, 그때 내가 바로 그러하였다!

    나중에 결국 이 특수활동비 문제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되어 재판도 받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돈을 상납 받은 청와대 사람들은 아무런 죄가 없고, 돈을 상납한 지원관실의 L지원관과 J과장만이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며 나는 그저 궁금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법이란 과연 이런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기 때문에...

    (5회에서 계속...)

    저의 이야기에 나오는 대화들은 모두 제가 알고있는 100% 진실에 기반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조금씩 재구성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 참고로 말씀드리니 이해해 주세요^^

  • 6. 장진수이야기-5
    '13.12.9 4:45 PM (211.216.xxx.186)

    나의 첫 임무는 불법 특수활동비

    2009년 7월31일 금요일, 지원관실에서의 첫 근무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점검팀 직원들은 밖에서 활동을 하므로 사무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L지원관 등 기획총괄과 직원들과 우선 인사를 하고 나서는, K주무관이 떠난 후 얼마동안 공석이었던 자리 책상위에 쌓여 있던 뽀얀 먼지들을 간단히 닦아내며 곧바로 업무준비를 하였다. J 과장은 내가 총리실 업무시스템과 예산회계 시스템에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컴퓨터 세팅을 미처 다 마치기도 전에 업무지시를 내렸다.

    J 과장 : 장 감사! 저 위(청와대)에 갖다주어야 되는 게 있는데... 활동비...

    장진수 : 예.. 과장님! K 감사(전임자)한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월요일날 그거부터 바로 하겠습니다.

    J 과장 : 그거 오늘 좀 해야 되요... 내가 다음주에 휴가를 좀 가야되는데... 오늘이 말일인데 아직 7월분도 못 갖다줬고... 오늘 EB한테 갈 때(휴가를 허락받거나 또는 그 사실을 보고하러 갈 때) 모양새가...

    장진수 : 예 알겠습니다. 빨리 하겠습니다.

    당시 제대로 업무 세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어수선한 상태긴 하였지만, 첫날부터 시킨 일을 버벅댄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나는 최대한 신속하게 해치우기로 하였다.

    나는 곧바로 K 주무관에게 건화를 걸어 관서운영경비 통장과 직인(도장) 및 관련 서류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고, K주무관이 하던 대로 결재서류를 만들어 사인을 받은 후,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찾고, 세 개의 이중봉투(파란 속지가 안에 들어 있어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봉투)에 각각 200만원, 50만원, 30만원을 넣고, 각 봉투가 헷갈리지 않도록 접는 부분 안쪽에 조그만 글씨(200만원 봉투에는 E, 50만원 봉투에는 5, 30만원 봉투에는 3)를 연필로 적은 후 J 과장에게 슬며시 갖다 주었다. 아마도 J 과장은 내 업무 스피드에 충분히 만족하였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나의 첫 임무였다. 불법이었다. 지원관실로 자리를 옮긴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는 불법행위를 그저 업무로만 알고 그렇게 행하였던 것이다. ㅠㅠ

    (6회 - ‘생애 최초 청와대 방문기’ 예정)

  • 7. 장진수이야기-6
    '13.12.9 4:45 PM (211.216.xxx.186)

    생애 최초 청와대 방문

    EB에게 가져다 줄 돈 봉투 3개를 전달한 후, J 과장은 뜻밖에도 나에게 청와대에 함께 가자고 하였다. EB한테 인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말단 서무가 새로 왔다는 이유로 청와대에까지 인사를 시킨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나는 예상치 못하였기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청와대의 높은 사람들에게 혹시나 잘못 보일까 싶어 긴장이 되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닌 일 같지만, 그땐 그러하였다.

    청와대 출입문의 이름은 ‘연풍문(2009년 2월 완공)’이다. MB정부 첫 해인 2008년 새해를 맞아 제시했던 시화연풍(時和年豊, 나라가 화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이라는 4자 성어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명칭과는 달리, 연풍문은 공사발주 과정에서 청와대 모 행정관이 억대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시작부터 비리와 부패로 얼룩져있다. 온갖 좋은 미사여구를 다 가져다 쓰면서 국민을 현혹하지만, 결국 부정과 비리에 휩싸여 있음이 밝혀지는 MB정부의 그 실상을 마치 연풍문이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죽어 있지도 않은 강에 ‘살리기’라는 표현을 쓰며 국민을 현혹한 후 공사 과정에서 온갖 비리와 함께 강을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을 한 MB정부! ‘공기업 선진화’라 포장한 후 암행감찰반을 통해 임기가 남아있는 공기업 사장들을 찍어서 제거하며,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해놓고 처음부터 국민을 사찰하고 억압한 MB정부! 그들의 첫 단추는 그렇게 끼워져 있었던 것이다. 마치 연풍문처럼!

    J 과장을 따라 연풍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통령 경호실 소속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미리 작성해 온 출입카드와 공무원증을 제출하고, 확인절차를 거쳐 출입증을 받은 후 가슴에 패용하고, 몸 수색을 받으며 당시 가지고 있던 폴더형 휴대폰 카메라에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하는 스티커를 붙인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로써 나는 생애 처음으로 청와대 땅을 밟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차라리 밟지 말았어야 될 그 땅을...

    고용노사비서관실은 연풍문 바로 뒤편에 위치한 여민관이라는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건물안으로 들어서니, 밖에서 보기엔 잘 몰랐지만, 내부가 무척이나 낡고 오래된 구식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같은 건 없고 건물 내부 중앙에 낡은 계단이 덩그러니 하나 있을 뿐이었다. J 과장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중앙에 일직선으로 긴 복도가 있고, 양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사무실들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형태였다.

    J 과장 : (고용노사비서관실 앞) 우리가 업무를 하는 곳은 여기... (맞은편을 바라보며) 저쪽에는 얼씬거리지도 말고 상종할 필요도 없어요.

    장진수 : 예? 저쪽은 뭔데 그러십니까?

    J 과장 : 민정(민정수석실)... 민정 저 놈들 아주 형편없는 놈들이거든... 장 감사도 우리 일 하는 거 저쪽에다가는 입도 뻥끗해서는 안 돼요.

    장진수 : 아~ 예 명심하겠습니다.

    고용노사비서관실의 맞은편에는 수많은 비서관실들 중 하필이면 지원관실에 대한 지휘 주도권 때문에 앙숙관계나 다름없던 민정수석실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마치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용노사비서관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7회 - ‘L비서관, C행정관과의 첫 만남’ 예정)

  • 8. 그녀
    '13.12.9 4:46 PM (121.50.xxx.31)

    랑 mb. 철도급해요 중복이면죄송 http://krwu.nodong.net/home2008/bbs/board.php?bo_table=news04&wr_id=495 오늘 파업몇시간만에 이천명넘게 직위해제 정의당트윗왈/ 사유화 줄줄히 봇물터질라

  • 9. 장진수이야기-7
    '13.12.9 4:46 PM (211.216.xxx.186)

    L비서관, C행정관과의 첫 만남

    고용노사비서관로 들어가니, 바로 왼쪽에 L 비서관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집무실이 있었고, 직원들을 그 앞으로 좁고 길게 늘어진 방에서 고개만 들면 앞사람이 보이는 정도의 낮은 파티션으로 구분된 책상들에 옹기종기 앉아 무언가를 분주하게들 하고 있었다. 최신식 사무실로 꾸려져 있을 것 같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다소 비좁고 집기들은 비교적 열악해 보였다. 하지만 권력 만큼은 그야말로 최강이었으니 그들의 근무환경 따위를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

    우리는 곧바로 L 비서관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비교적 탄탄한 체구에 짧은 스포츠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L 비서관이었다. 하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그가 L 비서관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였다. 여타 1급 공무원들처럼 의례 나이가 좀 있고 중후한 느낌을 풍길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그는 훨씬 젊어 보이고 강렬한 첫 인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L 비서관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2012년 3월경에 있었던 일명 ‘호통 기자회견’때의 모습과도 상당히 달랐다.)

    J 과장 : 비서관님! 오늘 새로 온 서무입니다. K씨(전임자 K주무관) 대신에...

    장진수 : 안녕하십니까? 장진수라고 합니다.

    L 비서관 : (손을 내밀며) 그래~ 그러면 앞으로 수고 좀 해줘!

    장진수 :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치는 자세로 고개를 꾸벅 숙여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에 상당한 악력이 느껴졌고, 보통의 악수보다는 좀 더 긴 악수를 나누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테이블에 앉아 보라는 말도 없이, 그야말로 꾸벅 인사만 한 것이었다.

    J 과장 : 장 감사~, 먼저 나가 있으세요.

    장진수 : 예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비서관님!

    아마도 활동비를 상납하고 휴가와 관련한 이야기도 하였을 것이다. 몇 분 후 J 과장도 밖으로 나왔다. J 과장은 나에게 비서관실 여직원 C 씨를 소개시켜 주었다. 자료 전달이나 여러 가지 일들로 서로 연락할 일이 좀 있을 것이니 알아두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중에 2010년 증거인멸 당시에 C 행정관으로부터 지급받아 사용하였던 대포폰을 다시 반납할 때 바로 이 여직원 C 씨에게 반납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C 행정관이었다. 비서관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가 J 과장의 소개로 인사를 하였던 사람은 그렇게 딱 세명뿐이었던 것이다. C 행정관의 첫 인상은 옆집 형처럼 생긴 평범한 외모에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장진수 : 안녕하십니까? 장진수입니다.

    C 행정관 : 그래요. 앞으로 일이 많을텐데... 수고 좀 해주시고... 우리 같이 잘 해 봅시다.

    장진수 :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C 행정관 : 내가 잘 부탁드려야지... 장 감사라고 했죠? 참 인상 좋으시네...

    J 과장 : 우리 요 앞에 잠깐 나가서 이야기 좀 더 하지...

    비서관실앞 복도엔 사방이 유리로 되어 안이 훤히 보이는 회의실이 하나 있었다. 마침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그곳에 나란히 앉아, 약 20~30분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낮선 환경에 낮선 사람과 주제도 없는 대화를 나누느라 무척이나 어색하였지만 내가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결국 대화는 J 과장과 C 행정관이 주로 나누면서 나는 옆에서 듣고만 있다가 가끔식 맞장구를 치는 정도였다.

    J 과장 : 장 감사, C 행정관 이분 참 좋으신 분이니까, 앞으로 잘 모셔야 됩니다.

    C 행정관 : 무슨 말씀을요.. J 과장님이 훨씬 더 고생이 많고 훌륭하신 분인데.. 장 감사님, J 과장님 잘 모셔야 됩니다. 나 한테는 그냥 편하게 하시고...

    장진수 : 예. 두분 다 필요하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씀해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형적인 공무원들 간의 의미 없고 영혼 없는 대화였다. 나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C 행정관 : (J 과장에게) 이번 휴가 어디로 가세요?

    J 과장 : 몇 군데 들릴데가 있는데.. 아직 뭐...

    C 행정관 : 비행기타고 남태평양 쪽으로 가서 한 20일 푹 쉬고 오면 좋을 텐데... 내가 예전에 그쪽 가보니까 정말 좋더라고... 근데 나는 올해는 휴가를 못가겠어요 내가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에휴... 장 감사는 휴가 다녀왔어요?

    장진수 : 아뇨! 아직 못 갔습니다.

    C 행정관 : 내가 권하는데, 그 쪽이 정말 좋아요.. 가족들 데리고 꼭 한번 다녀오세요... 그게 아니면 유럽 쪽도 괜찮고...

    장진수 : 저는 그런 것 까지는 아직... 나중에 여유 되면 생각해보겠습니다.

    나는 아직 국내여행도 제대로 해 본적이 없는 데... 남태평양이라.. 그저 너무나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릴 뿐이었다!

    여민관을 나와 지원관실로 내려오는 길에 J 과장은 봉투를 하나 살짝 보여주며, L 비서관이 휴가비로 챙겨준 것이라 한다. 약간 두께감이 있어 보이는 봉투였으므로, 모두 5만원권이라면 적은 액수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역시 EB 밖에 없다며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 말하는 J 과장의 목소리는, 그가 L 비서관에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충성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처럼 비장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그저 그 봉투가 상납한 것에 ‘반띵’을 한 것인지 온전한 것인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반띵 정신은 MB정부의 고유하고도 숭고한 원칙이 아니던가?

    국민의 혈세는 그렇게 사용되고 있었다.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 돈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바로 국민인데,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공무원들은 너무도 많았다.

  • 10. 장진수이야기-8
    '13.12.9 4:46 PM (211.216.xxx.186)

    나는야 L 비서관의 운전기사 - 그의 행선지는?

    L 비서관 : 저 앞에 대(세워)

    장진수 : 예~ 몇 시에 다시 모시러 올까요?

    L 비서관 : 아냐~ 갈 때는 내가 알아서 가니까... 너 일봐~

    지원관실에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었고, 운전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K 주무관으로부터 전해들은 바와 같이, L 비서관은 청와대의 관용차량을 이용하기보다는 지원관실의 차량을 수시로 호출하였다. 주로 J 과장을 통해 지시가 내려왔지만, 가끔씩 C 행정관이 직접 전화하여 차를 대기시키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L 비서관은 점심시간에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로 연풍문 앞에 11시 50분까지 차량을 대기시키곤 하였다. 그 시간 연풍문 앞에는 항상 점심 식사를 하러 외부로 나오는 청와대 직원들을 세종로로 인근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셔틀버스(11시45분 출발)가 있었기에, 나는 주로 그 뒤에서 대기하곤 하였다.

    가끔씩 직진, 좌회전, 우회전을 일일이 지시하며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L 비서관은 주로 타자마자 목적지를 말한 후 주로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전화통화 내용에 대해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운전에 신경 쓰느라 잘 못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들었다 하더라도 무슨 내용인지 잘 알 수도 없을 것이지만, 아마도 나는 그때 그런 높은 사람들의 전화통화는 내가 함부로 들어서는 안되는 것으로만 알고 아예 귀를 기울이지 조차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점심시간에 그가 주로 가는 곳은 종로구청 인근 음식점, 서대문 역사박물관 앞 일식집, 조선호텔, 코리아나호텔, 롯데호텔 등 이었고, 가끔은 멀리 김포공항 인근까지 가기도 하였다. 그곳은 올림픽대로 인근에 위치한 간장게장 집이었는데, 집 앞에 간판이 있긴 하였지만, 얼핏 겉보기에는 식당이 아니라 가정집처럼 보이는 일반 주택이었다. 보통은 태워주기만 하고 곧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떤 날은 그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밖에서 그냥 기다려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2009년 겨울 무렵, C 행정관도 함께 동행하여 간장게장 집으로 향했던 어느 날, L 비서관은 처음으로 나에게도 함께 식사를 하라며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였다. 말하자면 이것이 내가 L비서관과 함께한 첫 식사 자리였는데, 식당 안에는 뜻 밖에도 누군가 몇 명이서 L 비서관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공항공사 소속의 사람들이었다. 공항공사는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이고 고용노사비서관실과는 업무 관련성이 별로 없는 곳이기에, 무슨 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L 비서관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단순히 간장게장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C행정관은 알레르기가 있어 간장게장을 먹지 못한다며, 혼자만 된장찌개를 시켜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공항공사 사람들과 헤어져 이동한 곳은 영구아트였다.

    영구아트 1층에는 몇 개의 방으로 나눠져 있는 공간에서 직원들이 무언가 일들을 하고 있었고, 대표 심ㅇㅇ씨의 집무실은 2층에 있었다. L 비서관이 그를 만나는 동안 나는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였는데, MB정부 청와대 핵심 실세인 L 비서관이 왜 이런 민간 사업장을 방문해야만 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할 일이지만, 당시 나는 그저 운전만 안전하게 하면 내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는 것으로만 알았고, 높은 사람들이 뭘 하든 내가 알바도 아니고 알아서도 안 되는 일인 줄로만 생각한 채 그저 멍하니 그렇게 시간만 때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9회 - ‘이명박 정부는 엉터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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