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금 생각하니 서러운 일

원글 조회수 : 1,569
작성일 : 2013-12-03 02:12:36
13년전 결혼 2년차. 집안 사정상 남편이 막내 아들이지만 집에서 제사 지내게 되었어요. 당연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큰 형님과 아주 많은 나이차가 나고. 형님이 오랫동안 혼자 제사를 지내셨고요. 하지만 하필 그 즈음 직장일이 너무 바빠 연일 야근이었어요. 지금 같으면 여러가지 음식을 구입해서 상을 차려도 괜찮다고 생각했을텐데, 그때만 해도 정성들여 조상을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미련곰탱이였어요.  조태하고 그 전날 갈무리 해놓은 재료로 상을 차리고. 거의 일주일간 하루에 두세시간 밖에 못 잔 탓에 몸이 까불어지더군요. 정말 몸이 땅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마침 다음날 중요한 업무 때문에 일찍 출근해야 했고, 이대로 있다가는 다음날 일을 망칠 것 같아서 음식 준비해 놓고, 남편에게 식구들 오면 같이 상차려 제사 지내라 하고 저는 병원에 링거 맞으러 갔어요 (난생 처음 링거라도 맞고 기운을 차리고 싶더라구요.) 

동네 병원에서 서너시간 푹 자면서 링거 맞고 오니, 식구들이 제삿상 물리고 다 둘러 앉아 밥먹고 있더라구요. 누런 얼굴로 들어서는 저를 아무도 알은체 안하더라구요. ㅎ. 시누이가 여러명 있었고, 형님도 계셨건만. 남편이 다 얘기 했을텐데도...이게 시댁인거구나...라고 생각하며 부스스한 얼굴로 한쪽에 찌그러져 꾸역꾸역 밥먹었어요. (내일의 회사일만 생각하면서요) 

13년이나 지난 일. 그 분들에겐 제가 시위하는 걸로 보였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도 문득문득 떠오르는게, 그날의 그 냉랭함. 누구하나 얼마나 아픈거냐, 고생했다 등등의 말 한마디 안했던 사람들. 잊혀지지가 않아요....

IP : 59.6.xxx.16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ㅍ
    '13.12.3 3:17 AM (203.152.xxx.219)

    어흑
    세상물정 모르는 새댁한테 그 무거운 짐을 지워놓고
    게다가 직장까지 다니는 새댁한테 제사라니 진짜 못된 인간들이예요.
    저도 20년 넘게 제사 지내는 맏며느리지만 저 신혼때 어리버리햇던 생각이 나네요..
    그깟 죽은 사람 제사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리 미련을 떨었는지 ㅠㅠ
    원글님도 이제 깨달으셨을테니 옛날처럼 하시진 않죠? 할말 하고 사세요...

  • 2. ,,
    '13.12.3 2:40 PM (39.115.xxx.13)

    뭐하러 오래전에 지나간 일을 떠올려 속상해하세요. 그런건 털어버리시고 좋은 일 떠올려서 웃어보세오~
    행복도 노력이잖아요 토닥토닥~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9406 아놔.......(오로라 관련글 맞아요-_-) 11 -_-;; 2013/12/05 3,096
329405 종종 키 크다고 컴플렉스라는 여자들 중에 41 ㅇㅇ 2013/12/05 5,241
329404 생리통이랑 뱃살이랑 상관 있을까요? 8 감사 2013/12/05 1,887
329403 가전 가구에 꼬질꼬질한때 제거에 4 제일 좋은것.. 2013/12/05 1,500
329402 어느 학교가 나을까요ᆢ 10 조카 2013/12/05 2,270
329401 3살, 5살 아이들 있는 직장맘이예요... 4 2013/12/05 1,430
329400 코슷코 월풀 전기레인지 사용하시는분?? 1 코슷코 2013/12/05 3,198
329399 목감기 빨리 낳는 민간요법아시는님??? 18 목감기 2013/12/05 2,789
329398 오로라=세번결혼하는 여자 4 혀기마미 2013/12/05 2,641
329397 제시카 키친 다큐브시티점 어때요? 8 그린 티 2013/12/05 1,904
329396 스마트폰.구글계정에서자동백업어떻게하나요? 둥글둥글 2013/12/05 763
329395 앞으로의 집값 오를지 어쩔지 전망 10 as 2013/12/05 2,762
329394 지퍼없는 롱부츠요~~ 9 갈등중 2013/12/05 2,315
329393 사교육비.. 3 궁금 2013/12/05 1,371
329392 아파트 지하실 길냥이요 2 고양이 2013/12/05 900
329391 매실액 개사료통에 보관하는거 옛날분들은 그럴 수 있는건가요? 17 ㅡㅡ 2013/12/05 2,289
329390 정보 .. 2013/12/05 705
329389 출산후 뇌출혈 3 ........ 2013/12/05 4,084
329388 올겨울 한번쯤 마스터하면 좋을 (공짜라서 더 좋은) 기초영어강의.. 23 홀릭홀리커 2013/12/05 2,131
329387 서초역 사랑의 교회 11 2013/12/05 3,692
329386 인도 출장중인데 밀크티를 사오라고 하려는데 6 남편이 2013/12/05 1,366
329385 광화문에서 방금 위험한 엄마랑 아들 봤어요 2 방금 2013/12/05 2,463
329384 이나라를 움직이는 비루한 인간들~~ 1 흠... 2013/12/05 847
329383 공기청정기 둘중에서 뭘 쓸까요? 4 ... 2013/12/05 1,581
329382 김종인, ‘朴 사기극’ 장기말로 사용됐던 것 깨달아 1 靑갈팡질팡 .. 2013/12/05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