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당신이 국무총리라는 게 부끄럽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합니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최우선적으로 그 권한을 대행합니다. 국무총리와 관련된 대한민국 헌법의 주요 조항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정홍원은 1944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진주사범학교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검사로 입신해 검사장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낙점을 받아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그런 그가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초등학생만도 못한 답변으로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 총리에게 질문했습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가 조선 침략을 진출로 기술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에 진출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자본 침탈, 자본 침략 아닙니까? 총리는 진출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침탈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 총리는 “용어 문제가 있다면 그런 부분은 지금 검증위원회와 또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도 의원은 또 “식민지 근대를 경험하기 전에는 우리 민족이 전근대적인 민족이었고 무지한 민족이었고 미개한 민족이었던 것처럼 생각하게 돼 있습니다. 총리 이게 누구를 위한 역사, 누구를 위한 역사 교과서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정 총리는 “지금 말씀하시는 내용을 미리 줬으면 저도 좀 검토를 해보고 생각을 얘기할 수 있지만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하니까 판단할 시간을 못 갖겠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도 의원이 정 총리에게 한 질문은 답변을 위해 생각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정 총리의 어제 답변은 역사인식의 존부 여부를 따지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친일 총리냐? 대한민국 총리 맞나?”라고 성토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습니다. 오후에 속개된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정 총리를 상대로 초등학교 교실에서나 있을 법한 한국사 문답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제의 조선 침략입니까? 진출입니까?” “일제의 의한 의병 소탕입니까? 학살입니까?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가 만행입니까? 아닙니까?” 어제 방청객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있었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미래 세대에게 넘겨줄 이 나라의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2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