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물리적 고요함과 마음의 고요함..

나비 조회수 : 969
작성일 : 2013-11-18 21:29:20

실제 조용한 것과 마음이 시끄럽지 않은 것. 어느쪽이 더 평화로울 까요?

그렇죠. 마음이 고요한 것.. 그것이 더 평화로울 것이라는 건 다들 아실텐데...

자신의 실 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윗집에 두달쯤 전 이사온 분이... 발소리가 어마어마합니다.

이사온 후부터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발소리와 발 소리외에도 들려오는 알수없는 무거운 것을 옮기고 놓고 떨어뜨리고 하는 소리때문에 저는 잠도 못자고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곧바로 82쿡에서 윗집이나 발뒤꿈치나 층간소음 따위의 단어로 검색을 시작하고,

꿍꿍 소리가 들려올때마다 올라갈까 말까를 고민했습니다.

참다참다 검색을 하고, 남의 사연들을 일일이 읽어보며 그 분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내 것으로 동감하며 내 분노를 키웠습니다. 실제로 올라간 건 한번이었어요. 한 번 올라갔는데.... 다리두께가 어마어마하고, 이미 불편을 호소하는 아랫집에 단련되어 있는지 네네 죄송합니다~ 만 앵무새처럼 하더군요.

일단 올라갔지만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으니,  그 다음 방편을 생각하게 되고,  법적으로 갈 수도 있을까? 를 생각하며 가슴이 혼자 뛰고...

 

알고지내는 한의사는 그게 고쳐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종아리가 약하면 뒤꿈치를 찍으며 걸을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본 다리두께를 생각하면서 '설마...' 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안고쳐지면 일찍 자던가!! 뭐... 계속 화내는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친구가 5살짜리 딸을 데리고 저희집에 놀러왔는데 그 꼬맹이가 그렇게 걷더라구요.

5살짜리 여자아이가 걷는 소리가 완전 대박입니다.

제가 살살 걸으라고 했더니 ㅜㅜ 발을 질질 끌면서 다닙니다....

그게 진짜 안되는 거더라구요. 그 여자아이도 다리 두께가 만만치 않은 굵기였는데.

 

그 순간.

이게 그냥 사는 거고 사람이 이런사람도 있고 저런사람도 있는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혼자 화를내고 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윗집에 하려고 했던, 속마음에 부글부글 끓으며 준비되어 있던 외침을 저 자신에게 하게 되었습니다.

" 아니!! 이 집이 당신네들 혼자서 사는 집이예요? 당신들 방바닥이 우리집 천장이라고욧!! "

----> 그렇다면 나도 이 집이 나혼자서 사는 집이 아니다.... 우리집의 천장은 그들의 방바닥이구나....

 

내가 천장을 오롯이 천장으로만 쓰고 싶다면.... 돈 많이 벌어서 누군가의 방바닥이지 않은 천장이 있는 집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형편상... 위아래가 다닥다닥 붙어서 서로의 발소리를 들으며 살 수밖에 없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선택했다면, 거기에따르는 여러가지 불편도 역시 감수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지요.

이건 누가 말해줘서 깨닫는게 아니고, 갑자기 순간적으로 느낀 것인데....

그 뒤부터 윗집의 발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책도 읽고, 잠도 잘 자고, 뭔가 생각도 하고,,,,제 집에서의 생활이 평화로워졌습니다.

 

많은 것들을 82쿡에서 배우고, 도움도 받고 즐거움도 얻지만, 층간소음에 관해서는 부글부글 끓는 마음에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하며 분노를 키워주기만 하더라고요.

발소리에 곤두선 나의 신경이 다른이들의 사례들까지 다 내일처럼 여기며 마음이 너무너무 시끄러워지더라구요.

여러가지 방편들이 내 맘속에서 시뮬레이션 되니까 마음적으로는 매일매일 윗집에 올라가서 한판 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더라구요.  

 

그런데, 그냥 윗집도 우리집이고 아랫집도 우리집이다. 너가 나고 내가 너다...하는 생각과 함께 모든 번뇌가 사라졌네요.

 

혹시 부글부글 끓으면서 거의 신경쇠약 걸릴 지경으로 층간소음으로 검색하시는 분들께 이 글도 잠시 읽히기를 바라면서 써보았습니다.

IP : 116.39.xxx.2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견성
    '13.11.18 10:11 PM (207.219.xxx.178)

    견성하셨어요!
    바로 그 깨달음을 다른 일상에도 적용해서 살아가시면
    파도 심한 바다 위를 가뿐하게 걸어가는 듯한
    자유로움을 맛보시겠지요.
    전생에 덕을 많이 지으셨거나
    아니면 평소에 마음수련을 해오셨던가요?
    정말 대단하세요.

  • 2. ^^
    '13.11.18 10:19 PM (119.195.xxx.145)

    쉽지않은 깨달음인데요..
    내속이 시끄러우니, 내 신경이 밖을 향해있으니 다른 소리에 민감해진다고 하더군요..저도 그런 내모습을 발견할때마다 떠올립니다..

  • 3. 청매실
    '13.11.18 10:53 PM (125.128.xxx.7)

    흠.내면의 깊이가 대단 하십니다. 주위에 계시다면 친구가 되고 싶네요.

  • 4. ㅇㅇ
    '13.11.18 11:52 PM (211.186.xxx.7)

    큰깨달음을 얻으셨네요ᆞ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3175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싶어해요 40대초반 재취업 넘어렵지않나요.... 23 ... 2013/11/19 14,663
323174 외식상품권(애슐리,리미니,,) 어디가서 뭘 먹어야?? 1 .. 2013/11/19 925
323173 무용인데요. 82수사대님들. 장르 좀 찾아주세요. 9 ... 2013/11/19 893
323172 10분운동에 한시간 등산 효과 뭐 그런곳이요 1 효과 2013/11/19 1,221
323171 구스다운 점퍼 무난한 색상은 무엇인가요? 5 리뷰다 2013/11/19 1,671
323170 택배기사가 1층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려달래요. 안알려주니 화냅.. 22 ... 2013/11/19 31,262
323169 전기장판 추천 해주세요.~~ .. 2013/11/19 1,258
323168 영화 볼 만한거 있나요? 2 fdhdhf.. 2013/11/19 724
323167 [대화록 수사결과 논란] 완성본 있는데 초본에 집착 '이상한 검.. 2 정권의 개 2013/11/19 775
323166 링크드인 (linkedIn) 친구 신청 질문 1 ... 2013/11/19 1,034
323165 삶의 동력이 무엇이세요? 8 힘! 2013/11/19 2,125
323164 어제 동대구 역에서 택시탔다가 4 .. 2013/11/19 1,675
323163 비행기 진상 고객들 18 ㅇㅇ 2013/11/19 9,212
323162 박근혜 믿고 경호원도 정치에 끼어드는 나라 17 손전등 2013/11/19 1,605
323161 파주시의원 무면허 교통사고 뒤 운전자 바꿔치기 1 세우실 2013/11/19 779
323160 (속보) 21일부터 전기료 평균 5.4% 인상(1보) 18 /// 2013/11/19 2,780
323159 유자차를 꿀로만 재워 담아도 될까요..? 5 유자유자 2013/11/19 1,352
323158 글 잘쓰는 블로거 아시는분 계세요? ,,,, 2013/11/19 1,480
323157 전세구하고 이사 다니니가 너무 귀찮은데.. 2 무주택자 2013/11/19 1,474
323156 복층아파트 살기에 어떨까요? 21 복층아파트 2013/11/19 27,638
323155 조립하는 원목식탁.. 다른사람이 조립후 반품 시킨걸 제게 보냈는.. 1 .... 2013/11/19 1,068
323154 주부들의 살림,일상이 디테일하게 묘사된 미드나 고전물이 넘 좋아.. 193 미드보기 2013/11/19 17,634
323153 롱패딩엔 어떤 부츠? 신발? 신어야 어울려요? 1 ... 2013/11/19 990
323152 항공장애등 꺼져 있어...경찰, 통화내역 분석 2 근조 2013/11/19 896
323151 티셔츠(모50%, 캐시미어5%...) 몇년이나? 1 ㅠㅠㅠ 2013/11/19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