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11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47
작성일 : 2013-11-11 07:03:38

_:*:_:*:_:*:_:*:_:*:_:*:_:*:_:*:_:*:_:*:_:*:_:*:_:*:_:*:_:*:_:*:_:*:_:*:_:*:_:*:_:*:_:*:_:*:_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복사꽃 비 오듯 흩날리는데,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 취하라,
劉伶도 죽으면 마실 수 없는 술이거니!>,
李賀의 <將進酒>를 중얼거리다가 끝내 술을 마셨다,
한때 아픈 몸이야 술기운으로 다스리겠지만,
오래 아플 것 같은 마음에는 끝내 비가 내린다

어제는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환청에 시달리다
골방을 뛰쳐나가면 바람에 가랑잎 흩어지는 소리가,
자꾸만 부서지려는 내 마음의 한 자락 낙엽 같아 무척 쓸쓸했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면
메마른 가슴에선 자꾸만 먼지가 일고,
먼지 자욱한 세상에서 너를 향해 부르는 내 노래는
자꾸만 비틀거리며 넘어지려고 한다

어제는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슬펐다,
네가 너무나 보고 싶어 언덕 끝에 오르면
가파른 생의 절벽 아래로는 파도들의 음악만이
푸르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 푸른 음악의 한가운데로 별똥별들이 하얗게 떨어지고,
메마른 섬 같은 가을도 함께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정신을 가다듬고 내 낡은 기타를 매만질 때,
너는 서러운 악보처럼 내 앞에서 망연히 펄럭이고 있었다

어제는 너무 심심해 오래된 항아리 위에 화분을 올려놓으며,
우리의 사랑도 이렇게 포개어져
오래도록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우젓 장수가 지나가든 말든,
우리의 생이 마냥 게으르고 평화로울 수 있는,
일요일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밤새도록 몇 편의 글을 썼다,
추운 바람이 몇 번씩 창문을 두드리다 갔지만
를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속 톱밥 난로에 불이 지펴졌다,
톱밥이 불꽃이 되어 한 생애를 사르듯,
우리의 生도 언젠가 별들이 가져가겠지만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때까지 사랑이여, 나는 불멸이 아니라 오래도록 너의 음악이다


                 - 박정대, ≪어제≫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11월 11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11월 11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11월 1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10603.html

2013년 11월 11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11/h2013111019515675870.htm

 

 


여러 면에서 일베와 그 맥을 함께 하는 것 같군요.

 

 
 

 
―――――――――――――――――――――――――――――――――――――――――――――――――――――――――――――――――――――――――――――――――――――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 파스칼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0186 말기암 진단 받고 병원 치료 포기 하면 9 .... 2013/11/11 4,292
    320185 김장 담글때 액젓 어디꺼 사세요? 6 구입 2013/11/11 2,216
    320184 마루에 장판깔면 값어치 떨어지게보이나요? 20 최선을다하자.. 2013/11/11 5,364
    320183 치열한 유치원 입학... 1 알흠다운여자.. 2013/11/11 1,083
    320182 지겨움을 극복하는 방법 3 2013/11/11 1,634
    320181 상속자들에 대한 잡솔...최원영 캐스팅 뒷얘기 8 .. 2013/11/11 5,266
    320180 주유소 강아지 7 날아라얍 2013/11/11 1,937
    320179 sk핸펀이 3대가 되어서 6 ... 2013/11/11 980
    320178 이 코트 진심 어떠세요? 환불 or 수선 96 봐주세요 2013/11/11 15,722
    320177 중.고딩.....겨울엔 교복 셔츠 안에 뭘 입고 다니나요? 9 추워서 2013/11/11 2,185
    320176 90년대 자동차 이름 좀 알려주세요 7 ?? 2013/11/11 1,558
    320175 추운데서 못 자라는 식물, 월동 어떻게 해야하나요? ㄹㄹ 2013/11/11 1,054
    320174 추우면 두통이 오나요? 8 맞나? 2013/11/11 3,286
    320173 어제 신발글 올렸었는데...250~255 신발 신어보고 살 수 .. 1 fdhdhf.. 2013/11/11 1,132
    320172 초등 3학년 남아.. 다리가 휘었는데 어째야 하는가요? 4 다리 2013/11/11 781
    320171 90년대 주말 드라마 제목문의 6 무지 2013/11/11 1,012
    320170 오로라 공주 추가연장 반대 임성한 퇴출 서명합시다. 12 행복한나라 2013/11/11 5,170
    320169 칠봉이랑 삼천포가 화이에! 어마나 2013/11/11 1,207
    320168 응답하라는 참 따뜻한 드라마네요. 13 사투리 2013/11/11 3,166
    320167 동네 피아노 학원 갔다가 빈정상해 돌아왔네요. 5 2013/11/11 5,160
    320166 크라운은 괜찮나요 1 엄마과자 2013/11/11 680
    320165 표창원님 쓰신 책 중에 가장 추천해주실 만한 책은? 5 ㅇㅇ 2013/11/11 765
    320164 절임알타리 어디서 주문하는게 좋을까요? 2 김장초보 2013/11/11 1,063
    320163 응답하라 1994 시청률 공약이 화제네요. ㅋㅋ 2013/11/11 2,278
    320162 기가 차서 퍼 왔어요.(불펜에서 퍼 온건대 괜찮죠?) 3 ... 2013/11/11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