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아기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자가자 조회수 : 1,362
작성일 : 2013-09-18 23:34:11

저 중학교 1학년 때 그런 아기 본 적 있어요. 시골이라 아기가 귀하다보니 어른들이 보면 다들 귀여워했거든요. 그걸 당연하게 즐기는 아기였는데 제 언니가 그런 꼴을 못 봤어요.
그래서 언니는 일부러 외면했죠. 아기가 온몸을 비틀며 시선을 끌려고 할 때마다 더 외면하고, 그럴수록 아기는 그걸 못 견뎌서 나중엔 엄마품을 벗어나 기어코 사랑을 받아내겠다고 언니 옆으로 기어가 무릎을 건드렸는데 끝내 외면하더군요. 말 못하는 아기는 자기 머리를 때리면서 울고, 언니는 고개를 돌린 채 피식피식 웃고 있고, 주변에 보는 사람들은 안타깝고 민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언니가 애정결핍에 사춘기라서 애정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대상을 견디지 못했어요. 아기든, 동물이든, 여자든......

예전엔 언니를 보면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미운 말, 미운 짓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면서 왜 자기를 사랑하지 않냐고 화를 내고, 사랑 받고자 하는 대상에게 못 하는 화풀이를 제일 만만한 저에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연민만 남아 있어요.

언젠가 제 둘째 언니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 난 네가 싫어. 나나 넷째가 죽어라고 노력해도 얻기 힘든 걸, 너는 아무 노력도 안 하고 거져 받고 살면서도 그걸 모르니까."


언니는 사춘기를 꽤 오래 보내야했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아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살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제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대요. 저를 너무 심하게 괴롭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전해줬어요.

'신이 나를 용서했는데 내가 누구를 용서 못하겠나.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니 부디 편히 살아라.

언니는 이미 용서 받았다.'

아마 아기는 잘 지냈을 거예요.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간혹 언니같은 사람도 만났겠지만 균형을 찾아갔겠죠.

아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제 언니같이 마음이 추웠던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게 뭔지 알고 있는 아기는 그래도 나름 풍요로울 거라 믿어요.

아기가 사랑 많이 받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서 주변 곳곳이 모두 행복으로 물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IP : 1.246.xxx.6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9.18 11:42 PM (183.91.xxx.42)

    저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 용서가 안되요.
    빨리 지금 엮인 관계 다 끝나고
    더이상 서로 안보고 죽는 날까지 살면
    죽기 전에 용서해줄래요.
    그 전에 용서 못하는 이유는 죽기 전에 또 엮길까봐 무서워서예요.

  • 2. 자가자
    '13.9.18 11:51 PM (1.246.xxx.67)

    .../ 저도 안 보니까 용서한 건지도 몰라요. 언니가 외국에 있고 동생편에 말을 전한 거라서 저도 답을 한거거든요.
    안 보고 살게 된 것도 고맙고, 억울하고 슬펐던 감정도 없어져서 고맙고, 늘 그랬듯이 기억 못한다고 우길 줄만 알던 언니가 용서를 구한 것도 고마워요.
    정말 자기자신에게 만족했다면 다른 사람을 그렇게까지 괴롭힐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이해를 했어요.
    그래도 가깝게 지낼 마음은 없어요. 언니의 너무 오래 몸에 밴 습관이 혹시라도 튀어 나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멀리 있어서 좋은 관계도 있나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1094 자동차 번호판에 붙어있는 흰색나사 어디서 파나요? 6 궁금 2013/09/19 2,304
301093 참 여기서도 직업비하글 보려니 참 기분이 그러네요 25 의도 2013/09/19 5,369
301092 82사이트에 바라는 점 1 하루 2013/09/19 1,112
301091 오늘 생일인 분들 4 축하 2013/09/19 1,081
301090 기독교가 '개독교' 된 이유 9 호박덩쿨 2013/09/19 2,757
301089 이혼서류 작성할때 위자료는 어디다 명시하나요.. 1 어려워요 2013/09/19 1,955
301088 비위 강하신분들 도와주세요 5 오마이갓 2013/09/19 1,863
301087 애기가 아팠는데 오늘 움직여도 될까요? 10 가을 2013/09/19 1,217
301086 뉴라이트 교과서 무효화 - Daum 청원에 서명해주세요. 8 청원 2013/09/19 1,036
301085 뭐 이딴 치과의사가 다 있나요? 44 000 2013/09/19 14,454
301084 부산 비빔 당면 양념장 알수 없을까요? 4 어휴 2013/09/19 4,272
301083 짜지 않은 김치브랜드좀 1 저염 2013/09/19 1,761
301082 차례상에 전지 꼭 깔아야죠? 5 날개 2013/09/19 2,184
301081 아침부터 궁금해서 급 글 올리네요 4 .. 2013/09/19 1,683
301080 영국식 추석 보내기 7 푸르른틈새 2013/09/19 3,136
301079 온수매트 추천 좀 3 며느리 2013/09/19 2,214
301078 전국노래자랑 빠빠빠 1 우꼬살자 2013/09/19 2,126
301077 한국날씨 어떤가요? 1 2013/09/19 1,297
301076 연애 많이 해본 여자가 만나는 남자는 어떤 남자인데요? 27 asdf 2013/09/19 31,696
301075 이런 메세지가 왔어요 1 2013/09/19 3,185
301074 크록스 좋다는 말에 1년반정도 신었는데 솔직히 별로인것같아요. 7 크록스 2013/09/19 4,634
301073 하루 몇칼로리 먹어야 할까요? 2 Yu 2013/09/19 1,620
301072 상상으로 아픈 디스크통증 이나 다른 통증.. 8 진실 2013/09/19 1,948
301071 패키지 여행중인데 집에 가고싶어요 17 .... 2013/09/19 8,498
301070 에휴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우리가족의 단면입니다... 31 수아 2013/09/19 14,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