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 택배

갱스브르 조회수 : 2,433
작성일 : 2013-09-17 22:56:50

작정하고 백화점 가는 때가 있다.

명절이나 가족 생일에 이왕이면 값나가는 물건을 선물하려

그곳에 간다.

브랜드를 떠나 OO백화점에서 샀어 라는 촌스러움이 아직 있다.

강남 중심 ...

지하철부터 붐빈다.

오고 가고... 부딪치는 건 예사...

정신 안 차리면 스텝이 꼬일 것만 같다.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렇게 시내 나와 사람들 보면

상기되고 바쁜 표정들이다.

아님 나처럼 오랜만에 백화점 나들이던지...ㅋ

근데 그 무리들 속에 양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친구한테 물었더니 시니어 택배란다. 퀵 서비스까지...

할아버지의 퀵 서비스...

그래서 그런가 잰 걸음으로 연신 핸폰을 들여다보며 전쟁터 총알 피하듯

사람들 사이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니신다.

에스컬레이터에선 일부러 자리를 피해 드렸다.

오랜 땀 냄새가 훅 올라온다.

그 할아버지의 손엔 모 명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다.

쥐색 면바지에 짙은 초록색의 반팔 티...

나두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 듦에 대한 엄청난 편견이 있음을 오늘 알았다.

직업에 대한 허영이 있음도 할아버지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

아마 시간을 조금 넘긴 모양이다.

매장 여직원의 핀잔이 들린다.

딸이거나 손녀뻘인데...

할아버진 표정 변화가 없다.

늘상 당하는 일이라는 듯이...

가끔 느끼지만 명품 매장 직원들은 자신도 "명품"인 줄 안다.

정말 망할 병이다.

IP : 115.161.xxx.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로에
    '13.9.17 11:04 PM (74.125.xxx.10)

    3일 이란 다큐에 나오는 시니어 택배, 퀵서비스 다니시는 어르신들 얘기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갱스브르님 글 읽으니 정말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그 젊음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 2. 저희
    '13.9.17 11:23 PM (58.145.xxx.251)

    친정아버지도 시니어 택배일을 하십니다
    80이 다되시고 작년에 암수술까지 하셨는데도
    석촌호수옆 빌라한동을 몽땅 소유하시고
    월세가 나오지만 일을 놓지 않으세요
    일이 즐겁고 고맙다고 하십니다
    무시당하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만을
    항상 기도합니다

  • 3. 봄봄
    '13.9.17 11:28 PM (211.246.xxx.116)

    그림 그려져서... 한참을 먹먹하네요.. 명품 매장 화장품 매장... 백화점은 유독 매장 직원들이 갑인듯할때가 많아요 ㅠㅠ
    트레이닝복에 민낯이 부끄러운 그곳 ㅠㅠ

  • 4. ^^
    '13.9.18 12:32 AM (210.98.xxx.101)

    제가 나이가 먹었나봐요. 요즘은 노인분들 특히 힘들게 일 하시는 노인분들 보면 울컥해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도 늙을텐데... 이러면서요. ㅠ ㅠ

  • 5. 저도
    '13.9.18 7:24 AM (211.234.xxx.201)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들 보면 50초린 저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허망해요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0645 음식다하고나면 도착하는 여자사람... 19 쩝.... 2013/09/18 10,350
300644 아리따움에서 화장품 구매하면요 7 샘플 2013/09/18 1,990
300643 이쯤되면 친정오빠 정상아닌거죠?? 8 휴~~ 2013/09/18 4,196
300642 좀아까 산책하면서 문득 든생각... 정말 정말 궁금해요.. 2 좀 뜬금없지.. 2013/09/18 1,520
300641 14년된 그랜저 XG 15 의견주세요~.. 2013/09/18 3,308
300640 남동생,올케 흉좀 볼랍니다 ㅠ 7 털파리 2013/09/18 5,159
300639 복코는 성형하면 망하나요? 11 복코 2013/09/18 11,870
300638 은평뉴타운 동네 어때요 5 양파깍이 2013/09/18 3,720
300637 전화안하는 아랫동서 49 짜증 2013/09/18 13,550
300636 책상 구입 조언 부탁드려요.. 1 데스크 2013/09/18 1,015
300635 개님께서 몸살이시래요. 9 추석명절 2013/09/18 3,049
300634 단식중인데 머리카락이 안빠져요 10 신기해요 2013/09/18 4,946
300633 결혼14년 아직도 시댁가기가 부담스러워요 1 2013/09/18 2,708
300632 카톡 질문드려요... 1 side 2013/09/18 1,350
300631 아이한테 부부싸움 보여주면 10 눈에띄네 2013/09/18 4,660
300630 새머리 인간들이 국민들께 추석인사 한답니다~ 7 손전등 2013/09/18 1,804
300629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감사노트를 시작했어요. 18 언제나 화이.. 2013/09/18 4,723
300628 분당쪽에 내일 하는 식당 있나요? ... 2013/09/18 1,363
300627 아빠 팔 한쪽이 퉁퉁 부으셨어요. 5 초겨울 2013/09/18 1,424
300626 뉴카렌스 가격 (사야 할지 말지 고민) 2 .. 2013/09/18 1,768
300625 소개팅에서.. 6 2013/09/18 2,365
300624 서울 지하철에 사람이 없어요. 2 대박 2013/09/18 2,440
300623 나가수 박정현 와우 5 히히 2013/09/18 4,620
300622 이혼...아이들이 있는 이혼문제요.. 53 도와주세요 2013/09/18 13,515
300621 에세이 잡지 추천해주세요 2 에세이 2013/09/18 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