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과 각 지역 단체가 교학사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규탄하며 ‘검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서자, 여당인 새누리당과 보수단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응에 나섰다. 이에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세력 간 전면전이 벌어질 태세다.
지난 4일 5선 중진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주도로 ‘근현대 연구교실’ 첫 모임을 개최됐다. 이 모임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100명이 가입해 여당 내 최대 규모 모임이 됐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가의 미래가 어두워져서 역사가 퇴보하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께서 막아줘야 한다”며 “역사교실에서 역사를 바로잡을 방안을 잘 모색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좌파와의 전쟁” 발언이 있은 후 민주당 의원들의 날 선 비난이 잇따랐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심한 발언이다. 교학사판 검정 승인과 새누리당의 연관성에 주목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 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이 오류투성이 책자를 검정 심의를 통과시켜준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명백한 역사마저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책동을 분쇄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 모임의 다음 강연자는 이명희 공주대 교수로 친일파와 5·16 군사쿠데타를 미화하고, 위안부 문제 등을 왜곡 서술해 검정취소 요구를 받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주저자"라며 "새누리당이 역사전쟁까지 벌여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대체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배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교과서에는 오로지 진실만이 담겨야 한다. 좌와 우로 나누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친일 미화, 독재 찬양이라는 좀비를 무덤에서 꺼내지 말라"며 "좌파와의 역사전쟁에 앞서, 역사 공부부터 다시 하시길 권해드린다"고 힐난했다.
한편, 이날 보수 세력은 기존 역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지적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박세일 전 국민생각 대표가 꾸린 보수단체인 한반도 선진화 재단은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사 교육의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역사문제연구소, 역사정의실천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실을 객관적으로도 서술하지도, 학계에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반영하지도 못한 수준 미달의 교과서"라며 "국사편찬위원회는 교과서 심의 과정 일체를 공개하고 교육부는 검정 심의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김권정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근·현대사 용어의 문제'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2000년대 들어 국사 교과서에서 역사용어뿐만 아니라 서술에서도 편향적 내용이 노골화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민중 중심의 민족사 서술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현대사 서술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교과서에서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한 산업구조와 정경유착 등을 중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면서 "특히 '재벌' 용어에 대한 서술은 교과서의 반기업-반시장경제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기업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서술은 반기업적 정서를 더욱 격화시키는 배경이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