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전격 발표한 '2000억 지방채 발행'은 박 시장의 표현대로 '극단적 선택'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무상보육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고,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몫까지도 시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약 20조에 달하는 시 채무를 안고 있는 박 시장으로서는 하고 싶지 않았던 힘겨운 결단인 셈이다.
그간 부채감축을 강조해온 박 시장은 2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내 무상보육 예산을 수혈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대승적 차원의 '절박한 선택'임을 거듭 강조했다.
박 시장은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만 한다"며 "더이상 이렇게 지방재정을 뿌리채 흔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줄곧 격앙된 표정으로 정부와 국회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께 건의도 하고, 국회의원과 장관도 만났다. 시가 가진 매체에 사연을 실어 어려운 사정을 호소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것은 중앙정부의 외면과 정치권의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 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심지어 이 정부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태도에 큰 절망의 벽을 느꼈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시 무상보육 홍보물에 대해 새누리당이 박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 시장은 이날 작정한 듯 "우리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찌 정치적 논쟁이 될 수 있겠느냐"며 "그것을 선거운동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억지와 무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박 시장은 대통령 면담 요청과 국무회의,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수도권 3개 시도지사 기자회견, 국회의원 면담 등을 통해 무상보육 지원을 수차례 촉구해왔다.
박 시장은 이번 주 현오석 부총리와 만나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현 총리의 해외 출장으로 끝내 불발됐다.
'어느날 갑자기' 국회와 정부가 결정한 무상보육 약속을 서울시도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를 새누리당이 '사전선거운동'으로 몰아가자 박 시장은 깊은 서운함과 절망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2000억 지방채 발행이라는 '통 큰 양보'를 한 만큼, 예산 지원을 외면했던 정부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한 여당의 명분도 궁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서울시 추경을 전제로 약속한 지방비 증가분을 일부 지원할 경우 1355억원을 충당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중앙-지방정부 재정분담 원칙 바로 세워야
일각에선 무상보육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다른 복지사업 수준에 준하는 국고보조율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팀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노령연금, 장애인활동지원 등과 같은 수준에 준하는 국고보조율(40~90%)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영유아보육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20%에 불과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계급여와 부랑인 시설 운영, 장애 및 장애아동 수당 등의 국고 보조율은 50%다.
'무상보육 위기'로 불거지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보육사업에 대한 중앙-지방정부 간 재정 분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보육은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보육에 있어서도 국가사무인지 지방사무인지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생환 서울시의회 의원도 "지방재정을 논의함에 있어 지방자치 당사자가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 역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보육 재정문제는 서울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재정 편성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자회견문 전문.
"중앙정부가 국민 앞에 드린 약속, 서울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제 중앙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서울시민여러분!
저는 오늘 시대와 시민의 요구 앞에 엄중한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힘겨운 결단을 했습니다.
0~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습니다. 올 한해, 서울시의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몫까지도 서울시가 책임지겠습니다. 단,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만 합니다. 더 이상 이렇게 지방 재정을 뿌리채 흔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 결정은,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무상보육 논쟁 속에서 과연 서울시의 주인인 천만 시민 여러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오로지 시민 여러분만 기준으로 놓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입니다.
지난 2011년 10월, 저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복지특별시장이 되겠습니다"는 약속과 함께 서울특별시장에 취임했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 밥 굶는 사람 없게 하겠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 차디찬 냉방에서 자는 사람 없게 하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서울시민복지기준선 제정, 희망온돌사업, 공공의료의 강화, 장애인과 노인복지의 확장, 국공립어린이집 증설 등의 복지정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