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를 볼까 스파이를 볼까 너무너무 고민하다가
간만에 일찍 끝난 날, 뫼비우스는 후유증이 너무 클 것 같아서 가볍게 스파이를 혼자 봤어요.
옛날 영화들과 비슷한 설정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시사회 후기들이 워낙 좋아서, 본 사람들은 다 재밌다고 한다기에 봤는데
휴우... 아까운 내 두 시간. 속상하네요.
그 옛날, 20년 전에 본 <트루라이즈>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도 없고
<7급 공무원>보다 발전된 디테일도 전혀 없고
인물들은 평면적이기 그지없는데다, 정보요원이고 스튜어디스고 누구고 간에
다 덜 떨어진 사람들뿐이네요.
아니다.. 국정원 요원이 덜 떨어진 건, 희화화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최대한으로 살린 건가요? -.-;;
아니나다를까... 제작 각색이 윤제균이었어요. 어쩐지.
정교하거나 세심하거나 예리하게 느껴지는 데가 단 한 군데도 없어요.
그냥 추석 대목에 이 정도 만들어놓으면 관객은 좀 들겠지, 하고 엉성하게 조립해서 던져놓은 공산품 같은 느낌.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건 아주 잠깐 나온 다니엘 헤니 복근뿐이네요... ㅜㅜ
김기덕 감독 별로 안 좋아하지만 피에타의 묵직한 여운이 오래 남아서 뫼비우스도 볼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그쪽으로 선택할 걸 그랬나봐요.
참고로 제 취향은 이렇습니다. 지난 주에 심야로 혼자 본 설국열차 넘넘 재미있었고, 감시자들 그럭저럭 볼 만해서 후회 없었고,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를 워낙 좋아하니까 하정우 원맨쇼 원없이 보는 재미가 있었고, 베를린, 신세계 모두 두 번씩 볼 만큼 좋았었고, 이젠 관상 개봉하기를 손꼽고 있는... 한국영화 많이 보는 마흔 언저리 아줌마의 내맘대로 후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