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활어의 죽음

진시리. 조회수 : 1,498
작성일 : 2013-09-05 16:55:34
활어의 죽음

활어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는 수족관에 일식집 주방장의 손이 들어가면 평화가 깨진다.. 모두 자기만은 잡히지 않겠다고 죽기살기로 도망친다.. 그러나 도망쳐봐야 좁은 수족관 안이다... 뛰어야 벼룩이다..

결국 주방장은 처음에 점찍어둔 놈을 잡아올린다..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활어대가리를 도마 위에 두어번 세게 내리치면 그 버둥거림이 사뭇 줄어들고 거의 포기지경에 이른다...

그러면 일순간의 긴장모드는 해제되고 주방장은 휘파람을 불어제끼며 여유로이 사시미칼을 가져와 도마 위에 얌전히 누워 가쁜 숨만 헐떡이며 죽음의 공포에 떠는 활어를 살아있는 체로 포를 뜨기 시작한다... 

수족관 안에서 이를 쳐다보는 동료 물고기들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서 압도적인 공포감에 전율하며 동료의 잔혹한 죽음을 바라본다... 이 다음번에 자신이 주방장에게 낙점을 받지 않을 갖은 방법을 강구한다... 아픈 척도 해보고, 주방장이 주로 오는 쪽 반대쪽으로 숨어있기도 하고, 자신의 동료들을 주방장 손이 오는 쪽으로 밀어내보기도 한다... 그래봐야 순서의 차이일 뿐.. 결국은 다 산 채로 칼로 난도질당하여 인간들의 배속에 들어가게 되는 살육의 현장을 벗어날 수 없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굴복 이외의 단어는 떠오르지조차 않는다..

동료가 주방장 손에 잡혀 올라갈 때... 동료를 구하겠다는 놈 하나도 없다... 동료가 당할 모진 살육.. 그것이 자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오히려 기쁘기까지 하다... 가장 기쁜 것은 한끗차이로 자신옆의 동료가 잡힘으로써 자신의 무사가 결정된 순간이다... 막상 동료와 함께 수족관의 물보라가 가라앉고 수족관엔 평화가 찾아들면 한치앞의 동료의 살육 따위는 관심도 안 갖고 언제 그랬냐는 듯 유유히 유영을 즐기며 무뇌를 뽐내는 활어들이 사실상 대부분이다...

비좁던 수족관이 넓어져서 좋다고 환호작약하는 놈도 있다.. 그놈이 괜히 팔팔하게 돌아다니고, 생생하게 헤엄도 요리조리 잘 치며 돌아다녀서 '모난 돌이 정맞은 것'이라며 자승자박한 것이라며 횟감이 되어 죽어가는 동료의 치부를 드러내며 난도질하며 '힘이 곧 정의이니 까불고 나설 생각하지 마라' '물지도 못할 거면 뭐하러 짖나... 그냥 쥐죽은 듯 침묵하고 순종하라' 며 설교질을 시작하는 지도자급 활어들의 발언권이 높아진다..

그들이 주방장의 압도적인 힘에 도전할 생각없이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순응하는 한, 그들의 유유자적도, 환호작약도 일순간이다... 다음은 그들 차례다..
IP : 119.71.xxx.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9.5 5:01 PM (175.223.xxx.55)

    도전해도 이길수없잖아요
    계란으로 바위치기인데..
    더 싱싱한척 해야 늦게 죽임당하죠
    아픈척하면 먼저 횟감..

  • 2. 흠...
    '13.9.5 5:03 PM (180.233.xxx.229)

    작금의 정치판에서 우유부단한 처신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 3. dd
    '13.9.5 5:13 PM (39.119.xxx.125)

    시의적절하고 무서운 글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5002 (급질)전세를 월세로 계산시 3 스맘 2013/09/05 2,343
295001 이탈리아어로 매일이 왔는데요 2 옴니 2013/09/05 1,263
295000 종합학원괸 단과학원중..어디가 괜찮을까요? 도와주세요 2013/09/05 1,336
294999 시댁 명절비 고민 28 마우코 2013/09/05 4,629
294998 서울시, 지방채 2000억 발행해 ‘무상보육 대란’ 막는다 2 샬랄라 2013/09/05 1,114
294997 csi뉴욕에서 스텔라 1 hide 2013/09/05 1,917
294996 신반포(한신) 2차 재건축은 언제쯤 될까요? 2 .... 2013/09/05 5,230
294995 청소고수님들 창문은 어떻게 닦으세요? 1 사랑이야 2013/09/05 1,584
294994 강북구에 전용 축구장이 생길까요?? garitz.. 2013/09/05 724
294993 캠핑 고기 얼마나 필요할까요 4 고민중 2013/09/05 2,027
294992 하루에 한봉지씩 먹는 견과류요.. 어디께 안눅눅한가요? 4 견과류 2013/09/05 3,398
294991 고도비만자 식단 올리겠다는 사람입니다 21 다이어터 2013/09/05 4,492
294990 강촌 레일바이크 코스선택 도와주세요. 4 ** 2013/09/05 4,545
294989 독일 대통령, 프랑스서 나치 학살 반성…일본과 극과 극 세우실 2013/09/05 1,413
294988 6명 아내 둔 기업가 복상사 한 사연. 1 ..... 2013/09/05 4,475
294987 공진단이 뭔가요? 7 수험생 2013/09/05 4,241
294986 30대 중반에 전공 바꿔서 새로운 석박사 시작하는 거 미친 짓인.. 18 ..... 2013/09/05 3,391
294985 부츠 봐주세요~ 2 죄송 2013/09/05 1,684
294984 오늘정말시원한방송들었습니다 3 팟빵 2013/09/05 1,447
294983 불규칙 과거동사 쉽게 외우는 법좀... 4 88개 2013/09/05 2,215
294982 서울대 증빙서류는 5개 항목 모두 채워제츨하나요? 4 고삼엄마 2013/09/05 1,569
294981 (수시원서) 논술 1차와 2차 어떤 비율로 넣는 게 효과적인가요.. 4 수시 2013/09/05 1,784
294980 곤지암 리조트 화담숲 예쁜 꽃 많나요? 7 부페는 어떤.. 2013/09/05 4,229
294979 평촌 북클럽 인원충원 합니다.(독서 토론, 책 읽기) 5 ... 2013/09/05 1,755
294978 난임이거나 임신 준비 중인 분들 운동 어떻게 하시나요? 1 2013/09/05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