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의 일에 끼어 듭시다

집단폭행으로숨진 조회수 : 1,643
작성일 : 2013-08-30 16:30:31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불행한 사실을 접하고 마음이 우울해졌습니다. 인천의 모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여러명의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교 1학년 남학생 다수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같은 집단폭행 끝에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였습니다. 

이처럼 집단 폭행이 벌어진 이유를 살펴보니 더 어이가 없습니다. 가해자인 남학생이 사귀는 여자 친구를 피해자인 중2 남학생이 사귄다는 소문 때문에 벌어진 사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문이 사실은 ‘헛 소문’이었다고 하니 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은 이 아이의 불행 앞에 무슨 말을 할까요. 그리고 이런 경위로 옥보다 귀한 아들을 잃은 그 부모님과 가족이 느낄 참담한 슬픔 역시 할 말을 잃게 만들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피해 부모 입장에서 아들이 맞아 죽을 때까지 그냥 방관하며 지켜본 학생에 대한 분노 역시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도 말릴 생각없이 이 어린 학생이 고등학생 다수로부터 당하도록 그냥 ‘나몰라’라 했다고 하니 저 역시도 이해할 수도, 용서하기도 힘든 분노감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 학생의 부모는 당시 곁에서 이 폭력 사태를 방관한 학생 모두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게 요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안타까운 사건을 살펴보며 저는 한편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그 아이들에게 끼어들지 말고 방관하라며 가르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냥 지켜볼 뿐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들은 없었을까.
 
저는 90년대 초반부터 인권운동가로 일해 왔습니다. 인권운동가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남의 일에 숙명적으로 끼어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와달라며 찾아오는 분들도 많지만 제 스스로가 어떤 부당하거나 불의한 일을 보며 끼어드는 일이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90년대에는 경찰의 부당한 검문이 빈번했습니다. 그러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일에 끼어들었습니다. 경찰에게 검문받는 이에게 “만약 불심 검문을 거부하고 싶다면 불응할 권리가 있다”며 말해 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뭔데 공무 방해 하는거야” 운운하는 검문 경찰과 ‘시비 아닌 시비’를 자청한 것입니다.
 
힘이 약한 여성 등이 폭력적인 누군가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지하철에서 이런 사례는 더욱 많았습니다. 술에 취한 남자가 젊은 여성에게 큰 소리로 쌍욕을 하며 행패를 부리는데도 바로 그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며 눈을 감고 있거나 신문만 보는 상황을 참 많이 경험 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섭니다. “저 일에 개입할까 .말까.”하는 생각보다 제 몸이 먼저 그 상황에 개입하고, 그러다가 그 싸움이 제 싸움이 되는 일도 참 겪은 많은 사례중 하나입니다.
 
아내는 종종 이런 저에게 너무 과도하게 남의 일에 개입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치거나 억울하게 몰리면 당신을 누가 도와줄 사람이 있겠냐. 또 그러다가 칼에 찔리거나 다치면 어떻게 하냐며 진심어린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아내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개입한 지난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드는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0년에 어느 취객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있는 한 공익요원을 도와줬던 일입니다. 이번에도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섰습니다. 지하철에서 맞고 있는 공익요원을 위해 취객의 폭행을 제지했습니다. 그러자 취객은 나의 넥타이를 움켜쥐고 한바퀴 돌려 내 목을 조르는 등 패악을 멈추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경찰이 출동했고 함께 파출소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때 공익요원의 행동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음,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을 도와준 나에 대해 고맙다는 말은 고사하고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취객에게 맞은 사실이 있냐”고 물었고 공익요원은 “그런 사실은 있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나와 취객 사이에 벌어진 폭행 사건에 대해 다시 묻자 그는 조그마한 소리로 “정신이 없어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헐’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억이 사실은 적지 않습니다. 그중 이 사건이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여하간 다행히 저는 이 사건에서 쌍방 피의자로 몰리지 않고 무죄 처분을 받았지만 한동안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되어야 했음은 씁쓸한 기억입니다.
 
그럼 이제 다시 이번에 벌어진 사건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아이들은 이 폭행사건에 개입하지 않았을까요. 왜 이 잘못된 범죄행위를 말리려 하지 않았을까요. 바로 우리가 잘못입니다. 어른의 잘못입니다. 어른이 말합니다. ‘괜히 남의 일에 끼어 들지 말라’고 말입니다. 끼어들어 봤자 너만 손해라는 말을 저 역시 어려서부터 참 많이 들었습니다. 민주화 운동 전면에 나서지 말고, 공안 사건 벌어지면 나서지 말고, 촛불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 역시 우리의 어른들이 ‘살아본 삶의 지혜’라고 늘 들려준 말이 아니었나요.
 
바로 이러한 우리의 방관과 무관심이 이번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을 일으킨 ‘주범’입니다. 내 아이는 안 되고 다른 사람 누군가가 나서서 도와주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제2, 제3의 불행한 누군가를 만드는 ‘영양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남의 일에 적극적으로 끼어 드십시오. 제가 그런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불의를 보면 용기 내서 ‘안돼’라고 외쳐 주십시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명, 두 명 늘어나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사람사는 세상’이 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왕따는 잘못이라고 싸워주시고 세상은 다 이런 것이라며 ‘불의를 정당화 하는 것’에 화를 내 주십시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정의로운 행동입니다.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이 때로는 피곤하고 한심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제 경험에 비춰본다면 이것 한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스스로가 느끼는 자부심입니다. 가치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자기 스스로의 확신입니다. 그래서 오늘 또 다시 누군가가 자신의 힘과 권위를 통해 불의하게 군림하려 한다면 저는 기꺼이 끼어들며 외칠 것입니다.
 
“안돼”
 
바로 이것이 인권운동가의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인권운동가가 되는 날이 ‘정의로운 세상’의 첫 시작임을 말씀드립니다.
 
※ 외부 기고의 글은 국민TV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IP : 115.126.xxx.3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ㅌㅌ
    '13.8.30 4:30 PM (115.126.xxx.33)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839

  • 2. dd
    '13.8.30 4:35 PM (39.119.xxx.125)

    좋은 글이네요~

  • 3. 쓰신 글중에
    '13.8.30 4:35 PM (117.111.xxx.211)

    과연 그 아이들에게 끼어들지 말고 방관하라며 가르친 사람은 누구였을까 . 그냥 지켜볼 뿐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들은 없었을까 ...

    이 부분 읽다가 82님들 생각났어요 ㅠ

  • 4. 긍까
    '13.8.30 7:45 PM (223.62.xxx.105)

    숨어서 신고하자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3641 무서운 할배들’ 총기위협 이어 女당직자 폭행까지 9 응급실 실려.. 2013/08/30 1,724
293640 수꼴이 책을 읽으면 가스통할배짓은 못한다 2 무지렁이 2013/08/30 1,369
293639 김용판 화내며 12‧12압수수색 영장신청 막아 4 입장 바꿔 2013/08/30 1,676
293638 좌파가 유식해지면 우파로 돌아선다! 41 진석이 2013/08/30 2,635
293637 사춘기 중딩아이 미국이나 캐나다로 유학 보내는거 어떤가요? 14 궁금 2013/08/30 3,836
293636 부동산 질문입니다. 10 세입자 2013/08/30 2,240
293635 새로 생겨난 직업 뭐가 있어요? 9 직업 2013/08/30 3,545
293634 헬쓰장서 첨뵙는 분이 본인과 제가 닮았다고.. 7 으쌰쌰 2013/08/30 2,923
293633 6세(만5세) 한글교재 추천해주세요 4 만5세 2013/08/30 1,598
293632 여기서 전에 추천해서 산 샌들 ~~ 6 발 편해 2013/08/30 2,867
293631 표창원 교수님 좋아하시는 분들..~!! 9 고고씽 2013/08/30 1,768
293630 체육교육학과는 정녕 정시밖에 없나요? 2 고3 첫째 .. 2013/08/30 2,563
293629 김나운 집이여? 놀이동산이여? 29 맨발의친구 2013/08/30 19,494
293628 패티김-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2 라디오서 2013/08/30 1,888
293627 유학 왔는데 너무 우울하네요. + 모르몬교 16 ㅏㅏ 2013/08/30 8,395
293626 DMZ 투어 개인적으로 해보셨나요? 6 DMZ 2013/08/30 1,969
293625 2일 천하로 끝난 박근혜국정원 공안정국 놀이 6 손전등 2013/08/30 2,523
293624 아가랑 찍은 사진 포토 컨테스트 응모하고 유모차, 아기띠 받으세.. mom822.. 2013/08/30 1,548
293623 중학교아이 학교에서하는 정신건강, 상담하기로했는데 괜찮을까요 2 기록남지 .. 2013/08/30 1,361
293622 요즘 옷은 왜 지퍼가 다 4 얼그레이 2013/08/30 2,895
293621 82 보다보면 옆에 아니스 물걸레 청소기가 뜨는데요... 이제품.. 8 ㅇㅇ 2013/08/30 2,841
293620 벌써 2학기 중간고사가 4주후네요- 아이가 어떻게 공부 할지 막.. 5 중1 2013/08/30 1,866
293619 대구에 맛있는 게장집 있나요? 2 맛난게좋아 2013/08/30 2,016
293618 부모님이 대신 내주시는 월세금은 증여세 대상이 되나요? 2 싱드 2013/08/30 2,452
293617 스마트폰 할인카드...추천 해주세요. 하나sk? 2013/08/30 1,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