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준준 조회수 : 811
작성일 : 2013-08-26 01:16:22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님 262분의 시국선언 전문입니다.

짧지 않지만 '명문'이라 같이 읽고 싶어 가져왔습니다.

괄호 속의 인용 출처 표시들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은 낯설게 여길 수도 있으나 문맥상 그냥 건너뛰고 읽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왠지 마음이 찡하네요...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교회는 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민주주의가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는 법치 국가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올바른 인간관의 기초 위해 성립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백주년 46항 참조)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정치생활의 목적이며 통치 기준인 공동선에 대한 투신과 같은 .... 가치들을 확신 있게 수용한 열매이다.” 국가권력(공권력)의 존재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류역사는 ‘개인들의 독단적 의사’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법치주의’로 극복하고,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권력분립’(입법, 사법, 행정의 공권력)으로 균형과 견제를 발전시켜왔다.(「간추린 사회교리」, 407항, 408항 참조) 마침내 우리는 이를 ‘민주공화(民主共和)’라고 이름 한다.

그러나 교회는 현실에서 어떤 정치체제도 완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죄의 구조들’ 의 존재 때문이다.

하느님의 뜻과 이웃의 선익에 반하는 태도와 행동들, 그리고 그것들로 구축된 “죄의 구조들”, 그 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든 이익을 집어삼키려는 욕망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쟁취하려는 권력에의 욕망이 강렬하게 꿈틀거리고 있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37항 참조) 가히 경제독재와 정치독재라 할만하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37항 참조)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공화’를 실현하려는 힘겨운 과정이었다.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고, 인권을 발전시키며,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십자가를 짊어졌는지 우리는 그 분들의 희생에 빚을 졌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국가권력을 독점한 폐쇄적 지배집단”(「백주년」, 46항)이 ‘민주공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얼마나 끈질기게 왜곡했으며, 깊은 상흔을 남겼는지를... 일제강점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폐쇄적 지배집단”은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민주공화’를 부정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죄의 구조들’에 대해 때로는 강압에 의해 침묵하거나, 때로는 무감각과 무관심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그 확장을 돕는다.

‘정보’도 그 한 몫을 한다. 교회는 '정보‘가 민주적 참여를 위한 주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그러면서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정치 활동, 금융기관, 정보기관들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결과를 미친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 고 경계한다.

이른바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일련의 ‘새로운 사태’는 “죄의 구조들”이 ‘민주공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이에 우리의 무감각과 “정보의 비윤리성”(「간추린 사회교리」 416항 참조)이 가세한 것이다.

첫째, 국민이 “국가안보수호와 국익증진의 사명”을 부여한 ‘국가최고의 정보기관’이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포기하면서까지, 국가안보와 국익의 토대인 ‘민주’의 가치를 허물어뜨렸다.

둘째,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관의 이 권력남용 행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침묵으로써 방치하거나, 왜곡으로써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를 정쟁으로 희석함으로써 공동선을 무너뜨렸다.

셋째, 국민을 위한 봉사의 목적에서 일탈한 행정부를 바로잡아야 할 입법부의 무능함과 사법부의 수수방관은 ‘법치’를 적극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그렇게 ‘삼권’이 협력함으로써 “폐쇄적 지배집단”은 강화되어 절대 권력화를 도모했다. 모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은 위기에 내몰린다.

넷째, 대중매체가 ‘상황과 사실들과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객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민주시민의 책임 있는 공공생활 참여에 기여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이데올로기, 이익추구, 정치적 통제 욕심, 집단 간의 경쟁과 알력, 기타 사회악” 때문일 수도 있겠고, “특정 이익 집단을 위해 잘못 이용되는 돈벌이 사업”(「간추린 사회교리」 416항) 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가 “공동선을 위해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간추린 사회교리」 415항)하지 않는다면, 대중매체 역시 “폐쇄적 지배집단”에 부역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다섯째, 오늘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익을 추구하는 욕망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배 권력을 쟁취하려는 욕망이 그렇게 강력하게 결탁한 ‘죄의 구조들’은 버젓이 시민의 “옷을 빼앗고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도 태연하다.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리는” 사제가 될 수는 없다.(루카 10,29-37)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내놓고 길을 떠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자.
 

2013년 8월 21일

IP : 59.24.xxx.15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존심
    '13.8.26 8:32 AM (175.210.xxx.133)

    예!!!!!!!!!!!!!!!!!!!!!!!!!!!!!!

  • 2. 명문이고
    '13.8.26 8:35 AM (211.234.xxx.151)

    마음을 울리네요.
    확실히 82가 변한게 이런 좋은 글이 올라오는데도
    반응이 없어요. 무슨 80만원짜리 가디건을 살까말까
    하는 글에는 베스트까지 갈 정도로 댓글 달더만.
    그런다고 그 옷 자기 옷 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시녀병
    비슷한 증상만 목격.

  • 3. ...
    '13.8.26 8:45 AM (1.241.xxx.18)

    천주교 신자임이 자랑스럽네요
    신부님들 사랑합니다

  • 4. 망곰
    '13.8.26 11:07 AM (203.233.xxx.54)

    냉담중인 천주교 신자입니다.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2664 91평 친구집을 갔다오니... 61 마흔즈음에 2013/09/03 27,914
292663 “간첩사건 무죄판결 불방, KBS 국정원 시녀 자임” 4 뉴스 2013/09/03 990
292662 힘들게 책이랑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다음책좀 골라주세요 1 초6맘 2013/09/03 773
292661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 뒤 수사 어떻게 되나? 外 1 세우실 2013/09/03 1,813
292660 책 추천--애착의 기술 ** 2013/09/03 1,625
292659 헤어 트리트먼트, 헤어팩 추천해주세요^^ 3 머리결 2013/09/03 4,787
292658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출발부터 이념적 지향 품고 집필” 1 5·16필연.. 2013/09/03 1,201
292657 더운거랑 추운거 중 뭐가 더 나으세요 58 날씨 2013/09/03 3,712
292656 검찰, 김무성·권영세도 조사하라 2 as 2013/09/03 1,477
292655 오이지 겉면에 하얀게 생겼어요;; 먹어도 상관없나요? 2 보리쌀 2013/09/03 2,398
292654 큰 놈, 작은 놈, 두 마리의 당랑(螳螂) 1 이플 2013/09/03 828
292653 게시판 글 읽으려 클릭하면 광고 홈피가 얼리네요.. .. 2013/09/03 1,147
292652 요즘 양재 코스트코에 실크테라피 있나요? 2 머리결 2013/09/03 1,704
292651 연금보험,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에게 돈이 안되나요? 6 휴.. 2013/09/03 1,951
292650 냉장고 좀 봐주세요... 4 시댁선물 2013/09/03 1,478
292649 키 130센티 정도 남아 자전거 추천해주세요. 5 엄마 2013/09/03 4,396
292648 고등학교 입학 거주지 조사시 전입날짜.. 1 ... 2013/09/03 1,327
292647 요즘 고등학교 2학년생들은 수학여행 국내로 가나요? 2 신영유 2013/09/03 1,305
292646 선관위 “박원순 무상보육 광고, 선거법 위반 아니다”…與 ‘당혹.. 2 세우실 2013/09/03 1,183
292645 요즘 20대들 남친이랑 사귀면... 5 냠냠 2013/09/03 2,674
292644 [원전]후쿠시마에서 조작된 측정기로 방사능 수치를 공개 2 참맛 2013/09/03 1,063
292643 컴퓨터에 카톡을 깔았는데요....상대방쪽에서 제이름이 없다고 하.. 카톡 2013/09/03 1,537
292642 와이드그릴 사려고 폭풍검색했으나 회사 내 몰이 젤 싸네요 2 그릴 2013/09/03 1,299
292641 반지 절대 안빼시는분 있나요 6 커피앙 2013/09/03 2,842
292640 고등학교 질문요... 고딩고딩 2013/09/03 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