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하나만 남았다. 함께 참여할 동료 교수들을 모으는 일이다. 교수 명단을 놓고 한 명씩 검토해 나갔다. 보수 성향이어서 시국선언에 동참할 리가 절대로 없는 분들은 일단 제외하고,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될만한 분들도 참여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 마찬가지로 제외하고, 학교 보직을 맡고 있는 분들은 시국선언 참여가 부담스러울테니 알아서 빼드리고, 그러다보니 제안을 해볼 만한 교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연락이 되는 분께는 전화로, 통화 연결이 안되는 분께는 문자메시지로 시국선언 동참을 요청했다.
하지만 반응들이 신통치 않았다. 어색하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은 빼달라거나 문자메시지에 아예 답장을 안주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두 분만 동참 의사를 밝혀주셨으니 결국 시국선언 참여 교수는 달랑 네 명, 초라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숫자이다. 네 명으로라도 강행을 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대학 이름을 걸고 하는 시국선언으로는 너무 민망할 것 같았다. 게다가 네 명이서 동영상 찍어봐야 기본 분량도 안나올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눈물을 머금고 이 멋진 프로젝트를 접기로 했다. 이렇게 나의 교수 시국선언은 좌절되고 말았다.
그럼 나는 왜 좌절된 시국선언 추진담을 이렇게 주절주절 글로 썼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중에는 나처럼 뜻을 같이 할 동료들이 주변에 별로 없어서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못하는 교수님들이 분명 더 계실 것이다. 이런 분들께 제안드리고 싶다. 굳이 같은 대학 소속이 아니더라도 함께 모여 동영상 시국선언을 재차 추진해 보면 어떻겠냐고. 굳이 교수라는 특정 직업층끼리 모여 할 필요는 또 뭐 있으랴? 시민 개개인이 각자 자신의 메시지를 동영상으로 찍어 모아서 유튜브에 올리는 새로운 형식의 시국선언을 조직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이 지면에 ‘나의 시국선언 성공기’를 신바람나게 글로 쓰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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