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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를 미워하는 아버지

갑갑하네요 조회수 : 2,979
작성일 : 2013-07-19 10:37:37
40여년간 두 분이 사이좋게 잘 사셨어요. 엄마가 좀 많이 참으셨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나이드시면서 점점 까칠해지시는거에요. 그러면서 사소한 거에 화를 내세요.
예를 들면, 화장실 휴지를 다 쓰고 안갈아놓으면 일부러 자기 엿먹으라고 그런다,
이런 식으로, 아, 잊어먹었나보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실에 하나하나 다 의미;를 넣어서 트집을 잡으세요.
그리고 냉장고, 찬장, 다 하나하나 간섭하세요.
냉동실에 나물 쌓여있는게 보기 싫다; - 아니, 봉지에 잘 담겨있는 건데!
락앤락통이 너무 많다, 그리고 걍 갖다버리셔서 새로 사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화나면 말로 푸는게 아니라 문 쾅쾅 닫고 다니고 혼자서 중얼중얼.
엄마가 귀가 어두우셔서 잘 못 들으세요. 그거 다 듣는 저만 미치죠.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다 자기한테 다 반대한다, 맘에 안든다.
그런데 또 소심하고, 겁은 많으셔서, 엄마가 참다참다 한번 문 쾅 닫고 들어가니까
바로 따라 들어와서 엄마 잡고 잘못했다고 난리를 치시더래요. 근데 그게 며칠 못가요.
제가 보긴 자기 성격을 어떻게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를 우습게 봐요. 아니 하등하게 본다고 할까.
근데 또 평소에 기분좋을때는 엄마한테 굉장히 잘하세요.

어제 제가 출근한 사이에 사단이 났었나봐요.
엄마한테 소리지르면서 왜 자기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하느냐.라고.
이 반대라는게요, 선풍기를 이쪽 콘센트에 꽂은 걸 왜 저쪽에 꽂냐 그런 아주 사소한 거에요.
엄마는 이쪽은, 지나가는데 걸리적 거리니까 저쪽으로 옮겨 꽂은 거고요.
암튼 그래서 난리가 났었대요.

오늘 아침에 자는데 엄마가 부르시더라고요.
아버지방(방 따로 쓰세요. 이건 사이좋을때부터니까 상관 없어요.)에 가니까
'나 먼저 갈게'라는 메모랑, 화장해서 뿌려라, 보험은 어디어디, 연락처 어디어디 써놓고, 
있는 돈 다 찾아놓고 핸드폰 놔두고 차만 갖고 새벽에 몰래 나가신 거에요.
가실만한 데는 일단 할아버지 산소라서 회사 월차 내고 제가 바로 갔지요.
근데 가는 중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버지 들어왔다고...

집에 왔다가 또 나가려는거, 엄마가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고 잡았대요.
뿌리치고 나갔다가 다시 또 들어와서 방문 잠그고 계세요.

이게 몇년째에요. 지쳐요
오늘 엄마한테 이혼하라고 했어요. 앞으로 몇년을 더 살지 모르는데 맘편하게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한편으로는 제가 좀 한심하네요. 돈 많이 벌어서 독립해서 살고 있으면 엄마 데리고 바로 나올 수 있는데..

저는 집에 있으면 아버지가 저한테 말 걸까봐 조마조마해요.
아버지가 저한테는 뭐라고 막 못하세요. 
그런데 한번 삐지면 길에서 마주쳐도 눈 돌리고 그냥 가세요. 엄마랑 제가 몇 번 당했어요.
전 같으면 제가 중간에서 어떻게 해볼텐데 일단 제가 아버지가 너무 싫어서, 
그리고 또 무마해봐야 금방 또 터질거 같아서 못하겠고, 하기가 싫어요.

갑갑하네요...
아버지 저러는 거 보니, 결혼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어요.
매일 엄마가 잘 버텨주기만 바라고..퇴근길 조마조마하고..

그냥 엄마랑 저랑 먼저 죽어버릴까봐요. 아버지 보는 앞에서.

IP : 220.75.xxx.55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가둘맘
    '13.7.19 10:43 AM (14.45.xxx.125) - 삭제된댓글

    원글님...불쌍해서 어쩌나...그래도 어머님 생각해서 죽지마세요... 스트레스 풀어줄 즐거운거 하나씩 찾아서 어머님과 즐기세요...예를들어 재미있는 드라마보기. 영화보기. 맛있는거 먹기...힘내세요.^_^

  • 2. 아버님 양심 있는 분이네요
    '13.7.19 10:45 AM (118.209.xxx.64)

    못된 할배들은
    돈 다 찾아서 지가 들고나가 다쓰고는
    술먹고 집에 다시 들어옵니다.

    차도 어디살짝 받았는지 부서지고 긁혀서.

    님.아버님 양심 바르고 소심한 분인것 같군요.
    화는 나는데 저지르진 못하고.

    그런 지경인데도 딸한테는 잘 한다는걸 보면
    아마 님을 무지무지 사랑허실 겁니다.

  • 3. vusdksgkrlf
    '13.7.19 10:48 AM (175.193.xxx.205)

    치매검사해보셨어요? 망상이 걱정될 정도네요. ㅜㅜ

  • 4. 치매 검사는 해보셨어요?
    '13.7.19 10:48 AM (116.120.xxx.67)

    치매 초기 증상이랑 비슷해요.

  • 5. ..
    '13.7.19 10:49 AM (210.210.xxx.34)

    상대방이 말귀를 얼른 못알아 들으면
    답답하지요. 배우자라고 해도..
    보청기 사드리면 안될까요.
    샹활반경이 좁으면 나이 드신 분들은 짜증 만땅..
    밖안활동쪽으로 아버지를 유도해세요.
    경로당. 신상생활 봉사활동등등..

  • 6. 몇 년째면...원래 그러실지도
    '13.7.19 10:53 AM (211.217.xxx.253)

    저희 아버지 엄마 보는거 같네요. ㅠㅠ
    저희 엄마도 많이 참으셨어요. 근데 그게 오히려 화근인거 같아요. 암만 화내고, 막 대해도 결국에 아버지 잘못될까봐 다 막아주고 참아주고, 치워주고 맞춰주고...그러다보니 점점 심해졌어요.
    지금도 사실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점점 지쳐가세요. 언제고 한두번씩 화를 내면 아버지가 "엄마가 이상해졌다" 뭐 이러기만 하시고;;
    엄마한테 받아주지 말라고 하세요. 그거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버릇없는 애들처럼 평생 징징대는건데, 안 고쳐져요.

  • 7. 원글
    '13.7.19 10:57 AM (220.75.xxx.55)

    보청기는 엄마가 이명증이랑 다른데 편찮으신데가 많아서 안하시려고해요. 왼쪽은 잘 안들리고 오른쪽은 정상이시고요.

    치매...일까요. 덧글 보고 검색해보니까 그럴 수 도 있겠네요. 근데, 아마 병원 가서 검사 받자고 하면 진짜 난리가 날 거 같아요. 모녀가 자기를 환자로 몰아간다고..그런데, 아버지는 자신이 완벽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봐요. 뭐 깜빡 잊어버리면, 굉장히 상심하세요. 그냥 깜박했네, 이러면 되는건데.

    집에만 계시지는 않아요. 옛날 친구분들이랑 일주일에 두번 정도 만나세요. 비수기때는 한달에 한 번 정도 일주일씩 엄마랑 지방 여행 다니시고요. 그땐 또 굉장히 잘해주신대요. 진짜로 엄마를 공주처럼..

  • 8. 글읽다가
    '13.7.19 11:01 AM (180.65.xxx.29)

    저도 윗님 처럼 치매 초기 아닌가 싶은데요 치매가 오면 성격부터 변해요 병원에 한번 모시고 가보세요

  • 9. 아버지
    '13.7.19 11:46 AM (116.36.xxx.145)

    못된 성품을 좀 눌러야죠. 집 안 시끄럽게 되더라도 아버지께서 잘못하시는 부분은 단호하게 잘못되었다 이야기 하세요. 정말 징징 거리며 자기 화 풀고 사람 괴롭히는 것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아버지께서 계속 그러면 엄마와 난 아버지를 버릴 수도 있다는 마음을 내 비치세요. 당신 하나 때문에 난 죽고 싶은 마음도 들 정도다딸이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아버지가 좀 알아야지요.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유아적이거나 이기적입니다.
    강한 사람에게는 말 못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자기 맘대로 하려 합니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다 이야기 하세요. 아버지 계속 이러실려면 혼자 사시라고, 어떻게 아버지 맘 왔다갔다 하는데로 다른 식구들이 다 맞추고 살아야 하냐고. 엄마가 집을 벗어나면 갈 데가 없다고 생각하고 더 자기 맘대로 하실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 10. 그거 치매초기
    '13.7.19 12:00 PM (182.212.xxx.53)

    증상 맞는거 같아요.
    병으로 인식되면 어머님이나 원글님이나 참을 힘이 더 생기실꺼예요.
    병원에 가서 약드시고 하면 조금 차도는 있을겁니다.

  • 11. 원글
    '13.7.19 1:05 PM (220.75.xxx.55)

    덧글들 정말 감사합니다.
    한번 더 저러시면 제가 크게 나서보려고요. 그리고 상황 좀 좋아지면 병원 한 번 모시고 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많이 위안이 됩니다.

  • 12. 원글
    '13.7.19 2:56 PM (220.75.xxx.55)

    윗님...제 경우랑 어쩜 그렇게 똑같으신지...
    아프고 어디 안좋대서 엄마랑 저랑 아무리 잘하고 옆에서 조언해도 소용없어요. 친구분 한마디면 끝나요. 그 친구가 제일 고마운 사람되고요.

    나가서 아직 안들어오셨고요. (이번엔 폰 들고 나가셨어요.)
    엄마랑 저랑 그래도 바람 안피는게 어디냐, 돈 마구 안갖다 쓰는게 어디냐, 하면서 어거지로 참을 거리 만들고 있어요. 그냥 엄마랑 저랑은. 아버지에게 최소한의 해야할 것만 하려고요.

  • 13. ,,,
    '13.7.19 8:06 PM (222.109.xxx.40)

    치매 증상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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