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기처럼...

씩씩하게 내리는 비 조회수 : 761
작성일 : 2013-07-11 13:23:25

병원을 다녀봐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팔꿈치 통증이 요즘 나를 괴롭힌다..

팔을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해서... 거의 모든일을 내팽개치고 무작정 빈둥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왼팔에도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손으로 자유롭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들이 못견디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다녀보다가 아는분이 권해주신 한의원에를 간다...

웬일로 아침 일곱시에 저절로 눈이 떠진 아침이다... 이런날이 별로 많지 않음으로.. 갑자기 행복해진다

한의원의 한약냄새... 뜸뜨는 냄새... 이런 것들이 나는 참 좋다.

침을 맞을때 배에 올려주는 핫팩의 따뜻한 기운...

간호사들의 소근거림은 잘마른 이불호청처럼 귓가에서 뱅뱅돈다...

뜸이 뜨거우면 말씀하세요... 사그락사그락

소독해드릴게요... 사그락

게다가 여기 의사선생님은 보통의 의사들처럼 가녀리거나 창백하지 않다...

대개의 의사들은 영양분이 적절하게 배합된 물에서 키워진 식물처럼... 희고 가늘고, 청결하고 냉정하다...

그런데 이분은 튼튼한 어깨에 아주 다부진 운동선수같은 체격을 지녔다...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이런 의사선생이 나의 양팔을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묻고 또 묻고... 아주 심각한 표정을 침을 놓고...

나는 이 분이 나를 어떤 어려움과 위험에서 지켜주고야 말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아무도 나의 아픔이나 어려움에 이토록 진지하게 마음과 귀를 열어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심지어 의사들 조차도...말이다..

하마트면 너무 감격하여 눈물을 쏟을 뻔 하였다...

하긴 나처럼 심한 상처도 없고... 사지 멀쩡해 보이는 환자에게...(그것이 누구일지라도)

난들 얼마나 더 따뜻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랴..

하여튼 나는 나이와 비례하여 내 속에 충만한 주책이 시도때도 없이 밖으로 표출되려함이 몹시

당황스러울 뿐이다...

감격스러운 치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나는 아주 커다란 골프우산에 장화를 신었다...

비오는 날 장화를 신으면 마음이 안온해진다...

어떤 물구덩이도 두려움없이 내딛을 수 있는 자신감이 나를 당당하게 해준다...

아주 튼튼한 안전막을 치고 있는 느낌이랄까...ㅎㅎ

시퍼렇다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나무들이 비바람에 흔들린다...

마치 시비를 걸어오는 동네 건달패마냥... 그렇게 껄렁껄렁 흔들린다..

 

 

 

 

IP : 124.50.xxx.1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7.11 1:37 PM (59.28.xxx.116)

    참 글 잘 쓰시네요 .
    글이 찬찬하고 좋습니다.
    원글님 따라 한의원 건강한 의사도 만나고
    장화 신고 빗길에 나선 것처럼 느껴져요.^^
    종종 이런 일기 엿보고 싶네요~

    좋은 글인데 댓글이 없어 조회수가 적은가 하여
    댓글 달아봅니다.

  • 2. ...
    '13.7.11 1:38 PM (59.28.xxx.116)

    참, 통증은 어서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 3. oops
    '13.7.11 1:41 PM (121.175.xxx.80)

    간호사들의 소근거림은 잘마른 이불호청처럼 귓가에서 뱅뱅돈다...

    시퍼렇다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나무들이 비바람에 흔들린다...
    마치 시비를 걸어오는 동네 건달패마냥... 그렇게 껄렁껄렁 흔들린다..

    우와~~~~....!! 혹시 수필? 시? 그쪽 프로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1624 7살 남자아이 옷과 신발사이즈 1 스프 2013/07/29 8,989
281623 혹시 어깨 관련 운동이나 스트레칭 자세한 싸이트 아시는분 안계실.. .. 2013/07/29 872
281622 아이허브 배송에관해서 8 고기먹고싶어.. 2013/07/29 1,432
281621 오늘같은날. 빨래말리기 2013/07/29 797
281620 이 직장으로의 이직..........어떨까요? 2 고민 2013/07/29 1,370
281619 불안한 새누리, 출구전략 고심 ㅍㅍ 2013/07/29 1,052
281618 통계 잘 아시는 82쿡님들! 4 공부하자 2013/07/29 1,005
281617 수도권 우대 새누리당 정권 탓에 지역 경제 전멸 위기 1 ㄴㅁ 2013/07/29 1,270
281616 외국 손님 모시고 갈 식당 추천 부탁드려요. (강북) 8 바그다드 2013/07/29 1,250
281615 물놀이 당일 생리통이라고 하는 아내 28 미쳐요 2013/07/29 6,739
281614 임신하면 허리살 찌는거 맞나요 2 허리꿀꿀 2013/07/29 2,009
281613 냄새나는 묵은지 구제법좀알려주세요... 1 묵은지 2013/07/29 2,876
281612 미식가 82님들~~ 속초 맛집 추천 부탁드려요. 5 냠냠 2013/07/29 2,629
281611 의왕내손포일자이와 평촌향촌,귀인마을? 지키미79 2013/07/29 3,764
281610 전두환 미납 지방세 4484만원 납부시효 중단 1 세우실 2013/07/29 1,712
281609 부부가 각방 쓰시는 분 계신가요? 4 .. 2013/07/29 3,510
281608 닭꼬치만드는법좀 알려주세요 1 ..... 2013/07/29 955
281607 애들 카카오톡 사용 규제하세요? 2 ... 2013/07/29 976
281606 호주 여행으로 좋은가요? 7 호주 2013/07/29 1,751
281605 5학년딸이랑 당일코스로 갈만한곳으로 독립기념관 괜찮을까요 4 일욜하루 2013/07/29 1,477
281604 노트북 윈도우 설치 4 스노피 2013/07/29 1,175
281603 제가 돈에 초연한 사람이 아니었나봐요 9 속물 2013/07/29 3,271
281602 저기 ..바지 한개좀 봐주심 안될까요 2 ,,,, 2013/07/29 861
281601 처음 가는 부산~추천 부탁드려요~ 2 나우시카 2013/07/29 868
281600 다이소서 파는 행주 삶을수있나요?? .. 2013/07/29 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