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기처럼...

씩씩하게 내리는 비 조회수 : 684
작성일 : 2013-07-11 13:23:25

병원을 다녀봐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팔꿈치 통증이 요즘 나를 괴롭힌다..

팔을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해서... 거의 모든일을 내팽개치고 무작정 빈둥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왼팔에도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손으로 자유롭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들이 못견디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다녀보다가 아는분이 권해주신 한의원에를 간다...

웬일로 아침 일곱시에 저절로 눈이 떠진 아침이다... 이런날이 별로 많지 않음으로.. 갑자기 행복해진다

한의원의 한약냄새... 뜸뜨는 냄새... 이런 것들이 나는 참 좋다.

침을 맞을때 배에 올려주는 핫팩의 따뜻한 기운...

간호사들의 소근거림은 잘마른 이불호청처럼 귓가에서 뱅뱅돈다...

뜸이 뜨거우면 말씀하세요... 사그락사그락

소독해드릴게요... 사그락

게다가 여기 의사선생님은 보통의 의사들처럼 가녀리거나 창백하지 않다...

대개의 의사들은 영양분이 적절하게 배합된 물에서 키워진 식물처럼... 희고 가늘고, 청결하고 냉정하다...

그런데 이분은 튼튼한 어깨에 아주 다부진 운동선수같은 체격을 지녔다...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이런 의사선생이 나의 양팔을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묻고 또 묻고... 아주 심각한 표정을 침을 놓고...

나는 이 분이 나를 어떤 어려움과 위험에서 지켜주고야 말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아무도 나의 아픔이나 어려움에 이토록 진지하게 마음과 귀를 열어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심지어 의사들 조차도...말이다..

하마트면 너무 감격하여 눈물을 쏟을 뻔 하였다...

하긴 나처럼 심한 상처도 없고... 사지 멀쩡해 보이는 환자에게...(그것이 누구일지라도)

난들 얼마나 더 따뜻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랴..

하여튼 나는 나이와 비례하여 내 속에 충만한 주책이 시도때도 없이 밖으로 표출되려함이 몹시

당황스러울 뿐이다...

감격스러운 치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나는 아주 커다란 골프우산에 장화를 신었다...

비오는 날 장화를 신으면 마음이 안온해진다...

어떤 물구덩이도 두려움없이 내딛을 수 있는 자신감이 나를 당당하게 해준다...

아주 튼튼한 안전막을 치고 있는 느낌이랄까...ㅎㅎ

시퍼렇다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나무들이 비바람에 흔들린다...

마치 시비를 걸어오는 동네 건달패마냥... 그렇게 껄렁껄렁 흔들린다..

 

 

 

 

IP : 124.50.xxx.1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7.11 1:37 PM (59.28.xxx.116)

    참 글 잘 쓰시네요 .
    글이 찬찬하고 좋습니다.
    원글님 따라 한의원 건강한 의사도 만나고
    장화 신고 빗길에 나선 것처럼 느껴져요.^^
    종종 이런 일기 엿보고 싶네요~

    좋은 글인데 댓글이 없어 조회수가 적은가 하여
    댓글 달아봅니다.

  • 2. ...
    '13.7.11 1:38 PM (59.28.xxx.116)

    참, 통증은 어서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 3. oops
    '13.7.11 1:41 PM (121.175.xxx.80)

    간호사들의 소근거림은 잘마른 이불호청처럼 귓가에서 뱅뱅돈다...

    시퍼렇다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나무들이 비바람에 흔들린다...
    마치 시비를 걸어오는 동네 건달패마냥... 그렇게 껄렁껄렁 흔들린다..

    우와~~~~....!! 혹시 수필? 시? 그쪽 프로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1715 침으로 주름 펴 지나요?? .. 2013/08/04 572
281714 아이허브 질문드려요. 1 z 2013/08/04 1,242
281713 펜션가려는데 코스트코에서 장볼만한거 뭘까요 9 뭐해먹을까요.. 2013/08/04 3,593
281712 금뚝의 몽현이 집 말예요.. 3 그런집이라면.. 2013/08/04 2,281
281711 보통 5살은 민율이처럼 행동하나요? 34 아어가 2013/08/04 15,997
281710 고도근시였다 라식하신분들 질문이요. 14 라식 2013/08/04 4,638
281709 목포 해남 군산 남도여행후기 2 hj 2013/08/04 3,452
281708 [인터뷰]봉준호 "'완전히 다른 세계'에 열 받는 감정.. 샬랄라 2013/08/04 2,193
281707 7세 아이에게 이젤선물해주고파요~^^ 8 이젤 2013/08/04 1,051
281706 자두도 후숙되나요? 3 맛없어서 2013/08/04 3,900
281705 영월 휴가가려고 하는데...... 찜질방 있을까요? 1 알려주세요 2013/08/04 2,296
281704 휴가지 패션 2 사랑스러움 2013/08/04 1,456
281703 예쁜 주전자 파는곳 알려 주셔요. 3 문의 2013/08/04 2,307
281702 봉준호 감독이 전하려고 한 메세지는? 2 설국열차 2013/08/04 1,499
281701 놀이터 그네-어른이 타고 있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32 웃자맘 2013/08/04 4,899
281700 끈없는 브라의 종류엔 뭐뭐가 있나요 ㅇㅇ 2013/08/04 1,745
281699 김치냉장고 추천해주세요 .. 2013/08/04 1,217
281698 아리따움 마스크팩 행사하는거 비회원도 살수있나요 ? 1 슈크림 2013/08/04 1,663
281697 냉장고 정리함 사려는데요 2 너무급해요 2013/08/04 1,545
281696 물고기ㅡ구피ㅡ죽는이유.. 뭔지 모르겠어요ㅠ 7 구피구피.... 2013/08/04 10,775
281695 스무살 넘으면 혼자 살아라하고싶은데 29 사춘기딸ᆞ숨.. 2013/08/04 4,271
281694 증여세납부와 상속세신고 3 엔틱 2013/08/04 1,893
281693 용인 수지 영어학원 추천 고딩학원고민.. 2013/08/04 4,177
281692 백패킹이랑 캠핑이란 다른가요? 5 ㅣㅣ 2013/08/04 1,920
281691 세례명좀 봐주세요. 11 덥네요 2013/08/04 2,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