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신혼을 가질 틈도 없이 아들 둘이 생기고
남편은 애기들 생기 전보다 더 일에 홀릭하고...
육아와 집안이 모두 온전하게 다 내 몫이였을때가 있었네요.
남편은 밤 늦게 들어와서 아침 일찍 나가고,
주말에도 출근하게 되면 회사 동료들 도시락까정 챙겨 줘야 하고
수시로 집으로 남편 직장 동료들 찾아와서 밥 챙겨 먹이고
술상 차려주고...
지금 다시 살라고 하면 절대 못할 시절 있었네요.
그렇게 힘들고 정신없이 살던 어느날 다정함이나 배려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던 남편이 애들 재워 놓고 밤늦게 심야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더라구요.
큰아이 열살,작은 아이 여덟살.
한번도 애들끼리 놔 둔 적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큰아이가 아빠 이야기 하는걸 우연히 듣고는
지들 잘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갔다 오라고 해서
정말 큰맘 먹고 남편 따라 가서 영화를 보고 왔네요.
그때 본 영화가 궁녀에요.
근데 그 영화 보고 집에 와서 엄청 고생해서 절대 그 영화를 잊어버릴 수가 없어요.
한번 잠들면 절대 못 일어나는 작은 아이가 그날따라 자다가 일어나서
엄마,아빠가 없는걸 보고는 무섭다고
온 집안에 문단속을 다 한거예요.
현관문에 안전고리까지 걸어서 영화 끝나고 집에 왔는데
문이 안 열려서 전화하고 인터폰하고 문 두드리고
한시간을 고생한다가 결국에는 열쇠 수리공 불러서
돈 주고 문열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아침에 작은 아들한테 혼까지 났네요.
어디 가면 간다고 하고 가야지 말없이 사라지면 어떡하냐고...
그 후로 애들한테 허락받고 가끔씩 심야영화를 보러 다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