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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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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 '너무'를 긍정 강조로 계속 쓰고 싶은데요 ㅋㅋㅋ

깍뚜기 조회수 : 2,529
작성일 : 2013-07-01 20:09:53

자게에.... 아니지, 자유 게시판에 맞춤법, 바른 우리말 사용법 얘기 나올 때,

종종 도마 위에 오르던 표현 중에 부사 '너무' 있잖아요.

(저는 입말과 인터넷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내용이 문제가 안 된다면

어지간한 줄임말, (의도한) 오타, 글말과 입말의 특성을 섞은 표현 등 허용하고 또 많이 쓰는데요,

그 문제는 입장이 다른 사람과 접점을 못 찾겠더군요. 그러니 82에서만 조심하는 걸로 ㅎㅎ

그렇다고 외래어 '남용'이 문제 없다거나 대화 상대방의 경험, 언어 취향, 인지도를 무시하고

내 맘대로 써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토박이말을 알맞게 많이 쓰는 게 좋죠 ^^;

다만 언어 사용의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면이 부족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은 들고요)


'너무'는 화자의 판단 기준을 초과해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정도 부사니까

이에 상응하여 술어 역시 부정적인 어감에 맞게 써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민학교 시험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좋아, 너무 예뻐, 너무 신나, 이런 표현을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입에 쫙쫙 붙고, '매우'로 바꾸면 원래의 느낌이 반감된 것 같달까요.

아마도 정도 부사 '너무'는 본래의 문법적 의미와 언중들의 자연 언어와 가장 괴리가 큰 단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너무' 기분이 좋은데, 이게 비문이라고?

'너무' 맛있는데, 안 된다니 ㅠㅠ 

'너무' 고마운데,

'고맙더라도 비문은 자제하세요!' 라니 ㅠㅠ 뭔가 억울한 기분마저...


그렇다면 화용론 관점에서 화자의 긍정적인 강조를 나타내는 뜻으로 허용될 수는 없을까?

허용/비허용의 관점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쓰고 있는 표현을 묶어서 새롭게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문헌을 찾아 보니, 이 문제를 다룬 논문이 '몇 개' 있었습니다.

(임규홍, '국어 정도 부사 '너무'의 화용론적 의미)

모두 선행 연구가 많지 않다로 시작합니다....

학술논문답게 이 표현의 오용여부를 정당화는 윤리적 판별이 아니라,

이미 자연 언어에서 두루 쓰이는 '너무'의 긍정 강조 용법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었어요.


긍정 강조 기능으로서 '너무'가 이미 오래전부터 쓰였더군요.

18, 19세기 작품, 20세기 초반 소설 등등. 사람들의 감성과 표현법에 보편성이 있는 걸까요? ㅎ


이 용법의 특징은

(여기서부터는 언급한 논문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국어 어법 지식이 짧아서 이해한 대로만요 ㅠ)


 1) 다른 품사와 달리 부사는 '의미의 유연성, 주관성'이 남다른 편이다.

예 : '좀'은 수량의 적음을 말하는 것이나, '너 술 좀 하냐?' 처럼 양상을 의미

정말, 이래선 안 돼. 에서 '정말'은 뒷문장을 강조 그러므로 '너무'의 부정적인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대화 상황에 따라서 화자의 주관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2) 긍정 의미 '너무'는 주관적인 감정 동사만을 꾸미는 경향이 있다.

키가 너무 크다, 차가 너무 빠르다가 긍정적인 용법으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죠.

긍정 용법에서 보다시피 주로 화자의 감정적, 심리적 상태를 표현함


3) 부정 강조 부사 '너무'는 감정의 극단적 표현으로 전이된 수사 표현이다.

 ==> 물론 이런 전이가 왜, 어떤 맥락에서 일어났으며 이 표현을 남용하는 언중들의 심리적 특질을

사회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겠죠.

사람들의 표현 방식이 점점 극화되고 있다면 이런 정서에는 분명 문제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만 단정짓기 뭐한 게 '~하고 싶어 미치겠다, 죽겠다' 등 과장법을 이미 많이 쓰고 있으니...

그러므로 직관적인 판단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게 만만하지는 않을 듯...

 저자가 이 부분을 간단히 언급하긴 하나 깊이가 있진 않고요.


요컨대 정도 '부사' 너무는 성분 부사 기능과  화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주관적 감정 동사에 대해 화자의 기준을 넘어선 극단적 감정을 충족하는 과장법으로도 쓰인다.

가 요지였습니다.


해지는 저녁에 마시는 맥주 너무 시원한데요~ 너무 좋아요!

IP : 180.224.xxx.11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그래요
    '13.7.1 8:16 PM (121.137.xxx.246)

    다른 잘못된 표현들은 저도 고치고 싶고 안 쓰고 싶은데
    정말 강조하고 싶은 일에 대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너무'라는 속 시원한 부사를 대신할 말이
    현실에선 별로 없는 것 같아요ㅠ.ㅠ
    영어에서는 사실 so happy같은 말처럼 긍정강조로도 쓰이고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말 억지로 막지는 않고 그냥 살려고요

  • 2. ...
    '13.7.1 8:17 PM (125.178.xxx.161)

    글을 너무 잘 쓰시는데요?

  • 3. 쓸개코
    '13.7.1 8:18 PM (122.36.xxx.111)

    깍뚜기님 이런글 '너무'좋아요.ㅋ
    '너무'표현을 고치려 '진짜', '정말' 써봤는데 '진짜'는 저혼자 괜히 오글거리는 느낌이랄까 안쓰게 되고요
    깍뚝님 말씀처럼 너무가 입에 쫙쫙 붙으니 어쩌나요 ㅎㅎ

  • 4. 저도
    '13.7.1 8:27 PM (58.234.xxx.2)

    나도 모르게 너무라는 말을 쓰고선
    지우고 아주로 바꿔 쓴적이 많은데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다들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을 쓰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싶더군요
    저는 너무보다 존나 이 말 좀 안 썼으면
    좋겠어요 젊은 사람들 너.무. 많이 쓰잖아요
    좆이 날 정도로가 대체 뭔말이래요 으휴

  • 5. 좋은 자극을 주는 글이네요..
    '13.7.1 8:31 PM (58.236.xxx.74)

    생각의 참신함이 넘쳐 흘려요.

    저는 기본적인 어법은 비교적 잘 맞춰 쓰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남이 잘못 쓴 게 제 눈에 확 띄긴 해요.
    그런데, 어법 살짝 틀리게 써도 정말 맛있는 글이 있어요.
    정확히 쓰는 저보다, 흥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군데군데 틀린 어법에도 불구하고 읽고나서 'you win'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글이 있어요.
    나이 드니까 정확성보다, 흥과 에너지 쪽에 더 방점을 두게 돼요.

  • 6. ...
    '13.7.1 8:54 PM (118.38.xxx.76)

    너~~ 무 쉽게 설명 해 나가시네요.
    너~무 쉽게 읽힙니다.....^^

  • 7. sunny
    '13.7.1 9:09 PM (59.9.xxx.235)

    저도 요즘 네살 아이랑 대화하면서 되도록 비문 안쓰려고 노력하는데 안그래도 '너무'의 딜레마에 빠져있었어요
    '진짜'나 '정말' '무척' '매우' 등으로 대체(?)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는데 또 부정강조를 긍정강조부사로 쓰자니....

    4살 애한테 너무 앞서나갔나요 ㅋㅋ

  • 8. 그래도
    '13.7.1 9:44 PM (211.51.xxx.20)

    너무 좋기보다는
    진짜 좋고
    엄청 좋고 매우 좋습니다.

    '넘 괞찬지 않니?'
    훌륭한 물건을 보고 감탄하던 친구가 하던 말인데, 참 갑갑했어요.
    '너무'의 사용도 너무 잘못 되었고
    '괜찬다'는 말은 그냥 괜찮을 뿐이지 칭찬할 만하다는 의미가 아닌데, 참 무심하고 '인색'하게 쓰고 있더군요.

  • 9. 저는
    '13.7.1 9:59 PM (122.40.xxx.41)

    왜그런지 너무좋아 너무 예뻐 그러면
    너무 이상해보여서리^^

  • 10. --
    '13.7.1 11:08 PM (118.216.xxx.98)

    화용론적 용법에 기초하여 '너무'의 의미영역 확장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너무'를 너무 많이 안 쓰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도의 강함을 나타내는 여러 부사 중에서(예컨대 정말, 매우, 아주, 대단히, 몹시...)
    '너무'의 세력이 너무 강해져서 다른 부사들을 내몰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어 어휘의 다양화라는 면에서 그리 바람직하다고는 여겨지지 않아서
    저는 '너무'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정도부사들도 자주 써 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너무'는 글말이나 격식체 문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입말이나 편한 문체의 문장에서만 쓰려고 노력해요.

  • 11. 저두요
    '13.7.1 11:09 PM (116.40.xxx.11)

    너무라는 말을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어요 저도 우리말 공부도 조금하고 그랬는데 너무라는 말은 잘못된말인줄 알면서도 사용해요 포기할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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