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친정 엄마

KAZA 조회수 : 1,549
작성일 : 2013-07-01 10:34:24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하잖아요.

저희 엄마한테 저는 덜 아픈 손가락입니다.

세세한 비교나 그 간에 있었던 일 전부 다 생략하더라도

해외여행 다녀오면서 제가 드린 선물 같은 거,

결혼하기 전 집에서 쓰던 물건 중 좀 쓸만한 것들,(일부러 부모님 쓰고 계셔서 놔두고 온 것들)

저희 엄마는 다 제 여동생 주십니다.

 

어제 남편과 같이 친정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제가 지난 주에 선물해드린 실크 스카프가 동생 책상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젊은 동생한테는 어울리지도 않는 그런 스카프를요.

왜 주셨냐 했더니 너희 동생 맨날 회사 다니니까 줬다고 하세요.

참고로 저도 회사 다니고, 저희 엄마도 아직까지 다니시는 곳이 있습니다.

동생만 회사다니지 않아요.

 

여동생은 곧 시집가고, 딱히 저보다 처지가 나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회사 다니고, 어쨌건 자기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사는 괜찮은 동생입니다.

저 역시 동생이랑 고만고만하고, 현재로서는 딱히 누가 더 낫네 할 만한 건 없습니다.

 

20대 초중반에는 그런 차별(엄마는 아니라고 펄쩍 뛰시지만)에 일일이 분노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일들에 상처받는 내 마음도 좀 알아달라고 얘기해왔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엄마가 편애를 절대적으로 하시는 그런 분은 아닙니다.

제 나이또래 부모님들이 모두 그렇듯이 두 자식 모두를 위해 희생적으로 살아오셨고,

저에게도 잘 해주십니다.

 

하지만 왜 크지는 않지만 몇몇 지나칠 수 있는 구석들에서

저는 어릴 때부터 아… 우리 엄마가 참 살뜰히도 동생을 챙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린 마음에 상처받은 적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부모에게 분노하는 내 마음 속 어린아이를 이제 놔줘야겠다는 생각에

뭔가 다 이유가 있겠으려니 했는데, 어제도 전 좀…. 슬펐어요.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 엉엉 울면서 남편한테 이런 얘기했는데 별 말 없이 다독여줬어요.

찌질한 아내라고 비난하지 않고요ㅋㅋ

이젠 저보고 네가 언니니까 참아라, 넌 더 많이 누리고 살았잖니 라는 말 대신에

그냥 있는 그대로 내 감정을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전 좀 위안을 받았어요.

 

나이 먹고 후회할까 제 딴에는 고생 많이 하신 엄마께 좋은 거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친정이든 시댁이든 적당히 거리 유지하고 지내면서 제 가정에 충실 하려고 해요.

IP : 168.248.xxx.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은
    '13.7.1 10:41 AM (180.65.xxx.29)

    야무지고 알아서 잘하고 동생은 엄마눈에 어설퍼 보이나봐요

  • 2. 저도 그래요
    '13.7.1 10:47 AM (121.140.xxx.135)

    아들딸 뿐만 아니라 친손자 외손자 차별하고 외손자들 중에서도 예쁜딸자식/덜예쁜딸자식네 아이들 차별합니다.
    정말 나이 사십 될때까지 원망과 풀어짐 반복...매번 다짐합니다. 엉뚱한데 에너지 쏟지 말자고.
    그 에너지 좋은 데 썼으면 엄청나게 발전했을 듯 싶네요.

  • 3. 조심스럽게
    '13.7.1 10:49 AM (58.225.xxx.34)

    굳이 편애라기보다

    쓰던 거 필요없으니까 친정에 두고 갔나보다
    나(엄마)보다 더 필요해 보이니 늙은 나는 아무렇게나 지내도 되니
    (아직 시집 못간 직장생활하느라 힘든)둘째 딸에게 주자

    받은 스카프를 주신 것도....

    원래 남의 가정사나 남녀관계는 관여하고 싶지않다는 주의지만
    좀더 이해하시고 보시면...??

    그리고 엄마와 부드러운 대화를 하시고 표현하세요
    등진 모녀지간도 아닌데 안타깝네요

  • 4. ...
    '13.7.1 10:49 AM (223.62.xxx.94)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하지만 손가락도 길고짧은건 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하세요

  • 5. 원글
    '13.7.1 11:15 AM (168.248.xxx.1)

    저도 엉뚱한데 에너지 쏟지 말고 내 삶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대부분은 그냥 넘기는데요,
    가끔은 좀.. 저도 제 마음이 아직 완전히 내려놓지 못해서 그런건지 화가 났어요.
    동생이나 저나 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데
    엄마는 항상 저한테 동생 잘 챙겨라, 외할머니 잘 챙겨라 하시네요.
    잘 하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강요처럼 느껴질 땐 거부감 들어요.

  • 6. ..
    '13.7.1 12:14 PM (1.224.xxx.197)

    편애는 아니구요
    저두 좀 그런편인데
    큰딸은 저자신이랑 동일시하게되더라구요
    그만큼 가깝고
    말을 구태여 안해도 뭐든지 이해해준다는 그
    런 느낌일거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2350 오늘 우체국 실비보험 들었어요 그런데 .. 8 초보 2013/07/03 2,689
272349 참치 김밥에 마요네즈 안 넣고 하면 7 아침에 2013/07/03 4,466
272348 정유정작가의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를 읽어보.. 5 날개 2013/07/03 2,336
272347 스트레스에 넘 취약하고 겁도 넘 많아요... 겁쟁이 2013/07/03 1,148
272346 루떠 밴드로스의 수퍼스타라는 곡에서요 8 악기 2013/07/03 596
272345 이틀간 고양이 혼자두고 집을 비웠더니 ㅋㅋ 7 ㅡㅡ 2013/07/03 4,521
272344 시슬리 가방 어떤가요? 4 ... 2013/07/03 4,293
272343 세관통과.. 1 하니 2013/07/03 1,082
272342 [급질]오이지만들려는데 2 .. 2013/07/03 801
272341 압구정 고양이 사태를 보고... 7 대체관계 2013/07/03 2,390
272340 아들 세례명좀 골라주세요 15 세례명좀 2013/07/03 1,533
272339 짐 다들 추운가요? 3 요한나 2013/07/03 1,087
272338 그냥 원빈하고 이나영 결혼해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2 너도 가라^.. 2013/07/03 2,128
272337 먼가 음모같네요.. 7 .. 2013/07/03 1,757
272336 미즈넷 펌 사고난 맏며느리 글읽다가 ‥ 3 20년 맏며.. 2013/07/03 2,808
272335 출산시 하반신 마취 하셨던분들 여쭤볼께요 10 ㅣㄷㄱㅅㄴ 2013/07/03 4,509
272334 오승현은 참 매력적인 페이스인데 별로 활동을 안하네요 4 .. 2013/07/03 2,166
272333 의사샘 스켈링 받고왔어요ㅎ 2 스켈링 2013/07/03 1,477
272332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사시거나 사셨던 분 계신가요? 7 무명 2013/07/03 3,350
272331 아이허브에서요 3 무식 2013/07/03 2,756
272330 성인ADHD에 대해 아시는 분 3 ㅡㅡ 2013/07/03 2,394
272329 한국사 교재의 흔한 패기?…전두환 소개에 '29만원' 떡하니 3 샬랄라 2013/07/03 937
272328 금요일엔 수다다 정말 재밌네요. 6 영화처럼 2013/07/03 2,212
272327 중고나라에서 거래중 일어났던 일인데 판단 좀 해주세요ㅜ 3 진28 2013/07/03 1,122
272326 초5 영어시험 ㅅㅅㅅ 2013/07/03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