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무현 대통령 추모 4주기 헌정시 <절벽>

희수맘 조회수 : 850
작성일 : 2013-05-18 12:52:41

노무현 대통령 추모 4주기 헌정시집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에 수록된

시인 김태형의 시입니다.

 

절벽

 

-김태형

 

 

바라다보는 것만으로 절벽은 아름답다

실개천 건너 그늘진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면

깎아지른 절벽은 높이마저 지우고

아름답도록 공허하다

다시 그 이름을 찾아갔다

느릿느릿 트럭이 앞서가며 모래와 부서진 자갈을 뿌렸다

경사진 길을 오르지 못할까 싶어 바짝 따라갔다

바람이 얼어붙은 곳까지 다다랐다

제 가지를 쳐서 소나무가 묵은 눈을 흩날렸다

절벽 위에서 절벽은 절벽을 다 내던진다

누가 이곳까지 올라왔는지

가만히 서서 긴 숨결을 한없이 내려만 놓고 있었는지

가파른 허공이 시퍼렇다

내 입술에 묻은 하늘이 파르르 떨렸다

한차례 묵은 눈가루가 흩날리자

한 줌의 그림자가 햇볕 속에서 선명하게 반짝였다

다 던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절벽은 절벽을 내려놓게 된다

다 내려놓고 저만치 홀로 개울을 건너간 이가 있다

그곳까지 건너다보인다면 이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자

당신도 나도 이 세상도 그때만큼은 조금은

 

김태형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세계》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로큰롤 헤븐』『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코끼리 주파수』,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이 있다.

 

 

IP : 121.162.xxx.1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6120 초딩..이런 성향의 아이? 1 자유 2013/05/28 780
    256119 아파트상가 시세를 알 수 있는 사이트나 정보 있을까요? 3 아파트상가 2013/05/28 2,871
    256118 컴퓨터 도움 좀 주세요. 4 컴퓨터 2013/05/28 706
    256117 큰언니가 부조금.. 너보다는 많이 들어왔다고.. 4 큰언니 2013/05/28 2,164
    256116 아방가르드에 정확한 뜻이 뭐에요??^^ 8 콩콩 2013/05/28 7,576
    256115 앉았다 일어날때 순간 앞이 하얘보이는거요. 저혈압때문인가요 14 .. 2013/05/28 4,377
    256114 요즘 중딩들 실내화 주머니 매일 들고 다니나요? 13 실내화 2013/05/28 1,674
    256113 (펌) [공포] 미국사는 일본 교수의 말 ~ 일본은 끝났다 13 탈핵만이살길.. 2013/05/28 2,951
    256112 중학1학년아이...<몽타주>봐도 될까요? 6 2013/05/28 695
    256111 처자식신경 전혀 안쓰고, 다른 사람한테 잘해주려고 혈안된 남편... 24 .. 2013/05/28 4,817
    256110 아름다운 가게 4 책이나 옷 2013/05/28 1,244
    256109 수목 드라마 수목홀릭 2013/05/28 494
    256108 표창원 전 교수의 '일베'에 대한 탁월한 분석 25가지 12 공유합시다 2013/05/28 2,370
    256107 외국에 나와있어도 재산세는 내는거죠? 5 재산세 2013/05/28 868
    256106 교회 다니시는 분들 조언좀 해주세요 14 내마음 2013/05/28 1,118
    256105 같이 임신한 동서가 아들이라네요 21 에효 2013/05/28 6,491
    256104 檢 'CJ 비자금' 숨겨놓은 '선대 차명재산' 수사 外 1 세우실 2013/05/28 610
    256103 미국에 사시는 분즘 봐주세요 (꾸벅) 14 .. 2013/05/28 1,176
    256102 Said 를 앞에 붙이는 이유 4 2013/05/28 910
    256101 딸램 낮잠중... 내팔 2013/05/28 506
    256100 시민단체들, 홍석조 CU회장 '사문서 위조'로 고발 샬랄라 2013/05/28 370
    256099 현숙 조카 입양요... 6 .. 2013/05/28 4,069
    256098 과목중점 학교 라고 혹시 아시는분 어떤지 알려주세요~ 6 직딩 딸맘 2013/05/28 641
    256097 수지 승기 너무 예뻐요. 나를 잊지말아요. 구가의서 2013/05/28 1,078
    256096 저 오늘 생일입니다... 3 미르 2013/05/28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