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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님 별세 후 어머님께는 도대체 어떻게 해 드려야 하는걸까요.

막내 조회수 : 3,183
작성일 : 2013-05-15 22:34:34

아버님께서 급작스레 돌아가신지 벌써 반년여가 되어 갑니다.

시아버님은 어머님과 연애 시절 부터 결혼 생활, 돌아가시기전 까지도

저희 시어머님은 정말 말 그대로 공주, 왕비 처럼 아끼고 사랑하시고 돌보시던 분이셨어요.

큰소리 한번 내신 적 없고, 어머님을 부를 때도, 자식들 손주들이 있는 자리도 상관치 않고

늘 우리 천사~ 우리 천사~ 하면서 어머님을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곤 하셨구요.

그랬던 분이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어머님이 마음에 걸려서 어떻게 가셨을까 싶게, 정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저희 시어머님은 자존심이 강하시고, 낯도 많이 가리시고, 말씀도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시고,

일평생 아버님 돌봄을 받으셨던 분이라 정신적, 실제적 의존도가 상당하신 편이었는데

그렇게 하루 아침에 아버님과 이별을 겪으셔서 받으셨을 그 충격은 감히 제가 짐작하지도 못할 만큼일거에요.

 

시누님 두 분 계시고 저희 남편이 막내 아들이고 모두들 근거리에 살아서

아버님 별세 후에 아주 자주자주 찾아뵙고, 아버님이 그간 어머님 신경 안쓰시게 처리하셨던

모든 집 안팎의 크고 작은 일들을 저희들이 꼼꼼하게 그대로 이어받아 실수없이 처리하고 있어요.

 

어머님은 몇년 전 부터 큰 시누이네 아이를 오가시며 돌봐주시던터라 아버님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 하던대로 낮에는 시누이집에 머무르시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시고 그렇게 지내시는데요

집에선 거의 식사를 안하시고, 점심 정도만 어중간하게 시누이집에서 아이 밥 챙겨주며 드시고 그러세요.

주말이면 저희 부부나 시누님들 식구들 중에 누구라도 어김없이 시댁에 가서 어머님 혼자 안계시게 하고

제가 국이며 반찬이며 가볍게 드실 샐러드나 과일 종류 적당히 드실만하게 해다드려도

결국 어머님은 그것들 다 입에도 안대시고 대부분 집에 오가는 식구들이 먹구요.

 

반년여 넘어가니 이제서야 바깥 외출도 좀 하시고, 친구분들도 조금씩 만나곤 하시는데

어머님 뵐 때 마다 안색도 너무 안좋으시고 점점 더 말씀도 없으시고 기분도 늘 쳐져계시고.. 그러네요.

건강염려되어서 저희들이 병원에 한번 가시자, 영양제라도 맞으시라, 약이라도 지어 드실까, 아무리 말씀드려도

어머님 성격에 싫은건 정말 싫은 분이라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다고 역성을 내셔서 뭘 해드리지도 못해요.

이제 날 좀 풀려서 밖에서 모시고 외식도 시켜 드리고 아버님 산소 가는길에 나들이도 같이 하고 하는데

어머님 눈빛이나 마음은 늘 그냥 허공에, 저희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어느 곳에 가 계시는 듯 해요.

저희가 같이 사시자고 해도, 아이 보러 가시는 큰시누댁에서 모시겠다고 해도 다 싫다 하시구요,.

 

진심으로.. 어머님 계속 저러시다가 몸이라도 더 축나실까 걱정돼요.

어머님은 물론이고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도 언제나 큰 사랑이셨던 아버님이 갑자기 떠나셔서

어머님마저도 그러실까 순간순간 걱정되고 이제 겨우 반년 지난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좀 나을까.. 싶지만

그러기엔 어머님 연세나 체력이 버티실 수 있을까 염려스럽구요.

 

저희들이 어머님께 해 드릴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IP : 121.147.xxx.22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15 10:38 PM (218.38.xxx.97)

    재혼...
    아님

    홀로서기.

  • 2. ...
    '13.5.15 10:40 PM (59.15.xxx.61)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을겁니다.
    한 편생 그리 보듬어 주시던 분을
    반년만에 어찌 잊고 털고 일어나시겠어요?
    그냥 지금처럼...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수 밖에...
    착한 며느리세요...원글님~

  • 3. 반년
    '13.5.15 10:46 PM (174.226.xxx.38)

    짧은 시간이네요.
    더 시간을 주세요.
    지금도 제가 보기엔 넘치게 하고 계십니다.

  • 4. gg
    '13.5.15 10:49 PM (119.67.xxx.66)

    사별의 아픔때문에 우울증오는 분들이 많대요. 정신과 상담받으시는건 어떨까요. 종교가 있으면 좋으실텐데요.

  • 5. 착하다
    '13.5.15 11:04 PM (211.209.xxx.15)

    정말 착한 분이시네요. 어쩔 수 없어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

  • 6. 오랜 병중에 돌아가시는것 보다
    '13.5.15 11:05 PM (180.65.xxx.29)

    가족이나 배우자가 힘들어하는게 급작스럽게 돌아가시는것 같아요 준비할 시간도 없고
    오랜 병마에 시달리면 가족들이 먼저 지치거든요 그단계가 없으니 더 힘들고 시간이 걸릴겁니다

  • 7. teraphy
    '13.5.16 2:07 AM (175.197.xxx.90)

    상담......홀로된 배우자들끼리 모여서 얘기 나누는 곳이나...비슷한 처지의 할머니들 모이는 곳이나.....

    시어머니처럼 그러는 게 당연해요. 인생의 70%가 사라졌다고 지금 느끼고 계실거예요.

    젊은 사람들도 가까운 사람을 잃고 나면 1-2년씩 맥 빠져서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나중에 활동하게 되실 때까지

    옆에서 그냥 지켜봐 드리세요.

    그리고 주변에 봉사활동이나 어머님이 관심가지실만한 거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시면서

    어머니가 어머니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도 도움.


    어머니도 계속 아버님에게 도움받으며 살았기때문에 본인이 밖에 나가서 구하거나 찾을 필요가 없어

    해본 적이 없으신 게 많을 거예요.

    그걸들을 다 본인이 하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합니다.

    그래야 남에게 의지 하지 않고 비로소 인생을 꾸릴 수 있게 되어요.

  • 8.
    '13.5.16 6:33 AM (123.109.xxx.18)

    많이 들으셨겠지만
    그렇게 남겨진 부인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신을 놓아버리시는 거에요
    시누이 아이를 돌보고계시니 다행이고..
    장기적으로는 자식들이 ㅏ버님 ㅣ자리를 너무 채우려고 하는것보다는
    처리해주시는 일들중 조금씩 어머님이 직접하시게 하셔야해요
    자식들이 하다가 실수해서 어머님이 나서게 하는 식으로 (본인은 모르게 , 어머님이 처리할수있는만큼씩).
    아들이나 딸은 아버지를 잃은 것인데 그 슬픔은 드러날틈도 없이 반년이 지났잖아요
    어머니도 아,,너희들은 아버지를 잃었지..하는 순간도 있어야 해요
    돌보고 여린 대상이 아니라 빨리 정신차리고 남은 자녀들에게 어머니역할을 해야지...하고 일어나시는게 그나마 나아요

  • 9. 감사합니다..
    '13.5.16 1:38 PM (121.147.xxx.224)

    좋은 말씀들 감사해요.
    어머님이 눈치채지 못하시게 하면서 뭔가 역할을 조금씩 드리는 것도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이네요.
    정신과 상담도 생각해 봤어요. 자식들에게는 하지 못하셨던 말씀을 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제가 며느리 입장이고, 시누님들이나 남편이 그런 부분에선 또 고지식해서
    '정신과'라는데 의미를 너무 부여할 것 같아서 아직 말도 못 꺼내봤어요.
    이렇게 시간이 무탈하게 흘러서 어서 어머님이 기력을 차리셨으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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