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화수분 역할은 이제 그만..

이젠 그만 조회수 : 1,439
작성일 : 2013-05-14 18:32:31

어제 친정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돈 좀 달라고.

우리 친정 어머니.. 지금은 노쇠하셔서 화장실 갈때와 진지 드실 때 빼고는

그저 누워만 계십니다.

제가 오랫동안 넉넉히 용돈 보내드리고 있었지만

작년 가을.. 심정적으로 화수분 역할은 그만하자 싶어서 그때부터 안 보내고 있었습니다.

언니도 제게 너는 할만큼 했다고. 이제는 너 자신을 위해서 살라고 그랬었구요.

 

제가 어머니께 여쭈었어요.

엄마 누워만 계시는더 어디에 돈이 필요하세요?

어머니는 그래도 쓸일이 있다.. 그러시더군요.

제가 그랬어요. 엄마는 며느리하고 친손주 들한테 주려고 그러시죠?

엄마는 아니라고 하십니다.

제가 가만이 있다가 여태 하지 못했던 말을 했습니다.

엄마.

내가 아이 낳았을 때 배냇저고리 하나 사주시고나서

우리 애들한테 양말 한짝이라도 사주신 거 있어요?

우리 애들한테 단돈 만원이라도 용돈 주신 적 있으세요?

우리 애가 죽네 사네 아플 때도 제가 동동 거리고 울면서 직장 다닐 때 우리 애들 단 하루라도 봐주신 적 있으세요?

우리 애들 대학 갔을 때 단돈 10만원이라도 주신 거 있으세요?

엄마.. 그동안 저는 도리 할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왜 저는 언제나 드려야만 하는 사람이고 받을 수는 없는 사람이죠?

 

엄마는 조금 후에 그래도 너는 살만 하지 않니..

제가 그랬어요.

엄마..

엄마가 그렇게 퍼주는 아들들하고 며느리들..

다 저보다 잘 사는 사람들이예요.

 

엄마는 알겠다.. 하고 끊으셨어요.

저도 제가 미워서, 이런 상황이 싫어서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습니다.

 

언니한테 말을 하니,

그래.. 너는 할만큼 다 했어.

너는 단돈 한푼 받은 것도 없고 친정에도 도움 받은 것도 없는데

그동안 네가 드린 거 과하게 드린 거 맞아.

그래도 네 마음이 너무 불편하면 이번에 친정 들리거든 용돈을 조금 드리든지.

 

남편한테 말을 하니,

남편이 당신 너무 나빴다.. 그럽니다.

당신 심정이야 내가 충분히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한테 그렇게 말을 하면 어떻게 해.

어머니가 오죽하면 당신한테 전화를 하셨겠어.

 

나도 내가 나쁜 거 같습니다.

그냥 모든게 싫습니다.

아들만 위하는 집에 원치 않는 딸로 태어나서,

맨날 퍼드리기만 해온 것도 밉고

돈 좀 달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맥이 빠져 있는 것도 너무 불쌍하고

이 모든 것이 다 슬프고 싫습니다.

IP : 112.186.xxx.15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ㅂㅈ
    '13.5.14 6:37 PM (115.126.xxx.69)

    대한민국에서
    부모는...너무 신성시 되어서..

    먼저 부모가, 어른이 되는 공부부터
    되어 있어야지...

  • 2. ...
    '13.5.14 6:39 PM (123.142.xxx.251)

    그래도여...
    줄수있을때가 받아야할때보다 훨 낫더라구요
    지나고나니 그래요..저도..
    님...기분 푸셔요..

  • 3. 이건 참
    '13.5.14 6:44 PM (14.52.xxx.59)

    해결이 안되는 문제에요 ㅠㅠ
    주는 자식도 따로 있고,받는 자식도 따로 있더라구요(대부분)
    그냥 내 맘 편하자면 나는 주는걸로 끝이고,받는 사람이 어디다 쓰는지는 모르는게 최고인것 같아요
    님이 못된거 정말 아니구요
    남편분 말도 고마운 말입니다,못주게 두눈 부릎뜨고 있는것보다는 고맙죠
    정말 엄마가 사실 날이 얼마 안 남았으면 나중에 님이 마음 편한 쪽으로 하세요
    그거밖에 답이 없는것 같아요

  • 4.
    '13.5.14 7:17 PM (220.86.xxx.151)

    원글님 진짜 너무 착한 자식이네요..
    평생 받기만하고 도움만 받았던 딸자식은 할 말 없습니다
    평생 퍼주고, 결혼할때도 돈주시고, 애들 다 키워주시고, 뭐하나라도 덜먹고
    손주들에게 다 퍼주신 저희 친정부모님..
    이제껏 어버이날 코딱지만한 몇 푼 용돈 드릴때도
    기어코 다시 아이들 간식거리로 다 쓰시고..
    진짜 부모 자식 인연은 모르는 거네요..

  • 5. 괜찮아요
    '13.5.15 8:11 AM (211.234.xxx.156)

    님 나쁜거 아니에요.지금은 님이 먼저 위로받아야할 타이밍입니다.언니고 남편이고 그래도 나이드신 어머님께 그러면 불편한 마음 들거니까 또 님마음과 의지를 배반하라고 말하네요.불편해도 견뎌보세요.님이 충분히 위로받은 순간 저절로 내가 무얼 하고싶은지 떠오를겁니다.그때 하고싶은일을 하면됩니다.

  • 6. 이젠 그만
    '13.5.15 3:02 PM (112.186.xxx.156)

    아침에 출근해보니, 어제 제가 울면서 글을 쓰고
    책상위에 휴지가 쌓여 있더라구요.
    어젠 그랬지.. 그땐 그랬지..
    이런 때도 지나 가겠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쨌든지, 우리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든 간에
    제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든지 간에
    제 마음을 알아주는 남편과 성실하고 의젓한 아이들,
    그리고 언니가 있으니 나는 또 이대로 행복한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제게 주어진 인생이 어떻든지
    저는 제 몫을 참되게 나답게 살아나가면 되는거다. 이렇게 마음 먹었어요.
    댓글 보면서 많이 위안 받았어요.
    위로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4990 옷입는걸로 총각 유부남 구분할수있을까요?^^;; 24 흑흑 2013/05/24 4,781
254989 제가 사과하는 게 맞지요? 9 ㅠㅜ 2013/05/24 1,168
254988 인생을 다르게 살아볼까 하고요 2 어쩌라고75.. 2013/05/24 1,419
254987 항상 나의 단점에 대해서만 말하는 엄마 4 ... 2013/05/24 1,601
254986 대농사 방울토마토 2013/05/24 610
254985 9개월 아기 맡겨두고 며칠 어디 다녀오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26 여행 2013/05/24 3,366
254984 La 다저스 야구 티켓 비싸네요 5 야구 2013/05/24 2,289
254983 아파트 분위기 좀 알려주세요~ 2 2013/05/24 1,734
254982 아이가 어른들 질문에 대답을 잘 안해요 6 답답해요 2013/05/24 4,221
254981 내년에 박원순 시장이 재선되기 힘들어 보이나요? 32 이런 2013/05/24 3,035
254980 집에 벌레가 있는데 3 퇴치녀 2013/05/24 1,383
254979 “영화·만화로 현대사 배워”… 5·18은 알고 5·16은 ‘깜깜.. 세우실 2013/05/24 663
254978 언니랑 심하게 싸우고 안보기로 했는데 제가 그렇게 잘못했는지 봐.. 48 판단부탁 2013/05/24 11,915
254977 기미녀 1 피부녀 2013/05/24 950
254976 상한 우유, 이렇게 쓸모가 많다니... 18 손전등 2013/05/24 9,569
254975 알타리무 몇단사면 10키로 김치통 하나 담나요? 1 토끼언니 2013/05/24 1,386
254974 남자가 사랑할 때 예상 결말은? 9 추측해 보아.. 2013/05/24 2,314
254973 삼생이 예상했던건.. 2 봉원장 2013/05/24 1,938
254972 요즘 재래 시장에서 딸기 보셨나요? 1 딸기쥬스 2013/05/24 882
254971 오늘밤은 도저히 그냥 넘기지 못하겠네요. 10 2013/05/24 3,840
254970 동화 파라다이스 아이디 갖고 계신분 정관장 가격좀 봐주세염..... 1 2013/05/24 540
254969 옥션-상품평에 사진 올리는 법 알려주세요. 1 방법을 몰라.. 2013/05/24 2,755
254968 에버랜드 이용 팁 좀 알려주세요` 5 촌여자 2013/05/24 1,905
254967 암홀이 너무 파인옷입을때.. 속옷.. 2013/05/24 1,152
254966 미역오이냉국 맛나게 하는 법 알려주실래요? 13 울타리 2013/05/24 2,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