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어머님께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죄송 조회수 : 1,663
작성일 : 2013-05-10 19:06:46
시어머님은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세요.

일주일에 적어도 세번 이상은 교회에 가시고,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늘 저녁이 되면 성경책 쓰기를 하셔서 이미 구약, 신약을 몇번이나 쓰신 독실한 크리스챤이십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불교집안에서 나고 자랐고, 그래서 결혼할때 종교 강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네요.
한번도 며느리인 제게 교회에 다니라고 권유하신 적이 없어요.

언제나 입가엔 말간 미소를 지으시고 남에 대해 나쁜 소리, 험담하는 거 들어본적 없고,
늘 본인 위주가 아닌 남 입장에서 생각하시며 사시는 좋으신 분입니다.
결혼 10년동안 솔직히 속썩힌건 노후준비를 안 해놓으셔서 늘 생활비와 용돈 때문에 힘들었던 것 빼고는
다른건 소소하게 몇몇의 마음 상하는 정도...늘 좋은 말씀과 고운 마음씨로 제게 잘해주셨어요.


저희는 결혼 10년이 넘었는데 아이가 아직 없습니다.

별로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계속 피임을 해왔고, 이제 슬슬? 이라고 생각한 시점에
제가 사는 도쿄근처에 방사능 사고가 터지고 아이는 평생 포기했지요.

한번도 아이문제에 관해 제게 먼저 말씀을 꺼낸적도, 병원을 다녀봤냐, 노력은 하고 있냐.
등등 말을 꺼내신적이 없었어요.

이번 연휴에 한국에 가서 시댁에서 며칠밤을 잤는데 떠나기 전날밤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정말로 손자를 너무 원해서 늘 새벽기도로 간절히 기도하고,기도하고 또 기도했는데
얼마 전에 하나님으로 부터 응답이 왔다. 그냥 기대하지 말라고, 앞으로도 아이는 없을 거라고.
그러니 너도 너무 속끓지 말고 그냥 체념하고 편하게 마음 가져라...


한번도 그렇게 손주를 원한다는 걸 내색하신적이 없으셨는데...
일주일에 몇번씩 새벽기도 다니시면서 그리 원하셨다니..
지금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니(방사능, 제 나이)
정말로 후회스럽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 배웅오신 시부모님들 모습을 뵈니 정말 왜 이리 연세들어 보이시는지...
두분다 늦게 결혼하셔서 늦게 본 아들들 둘 다 아이가 없습니다.
얼마나 바라셨으면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시고, 그런 내색 하나 없이 며느리와 아들을 보는
심정을 어떠셨을까 싶으니 눈물이 나네요.


정말 너무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IP : 223.133.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10 7:19 PM (118.33.xxx.41)

    도쿄 사람 모두가 아이포기한건 아닐텐데..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시는거 아닌지..
    저는 원글님이 안쓰럽네요.
    아이를 부양해야하는데 시부모들 부양하느라 힘
    빠지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4913 고려대 ‘5·18 사진전’에 누군가 전두환 사진을…일베에 ‘인증.. 6 세우실 2013/05/17 1,746
254912 아까 문자 남편 집나갔네요 19 사는게뭔지 2013/05/17 3,827
254911 소형으로 하나 사려구요.추천 꼭 부탁합니다. 2 아이스박스 2013/05/17 1,028
254910 혹시 안면윤곽이나 사각턱 수술 하신분 계세요? 6 ... 2013/05/17 3,387
254909 승마운동기구 사용해본신분 2013/05/17 1,077
254908 아이허브 디 비오틴... 5 한가한 오후.. 2013/05/17 3,149
254907 한국의 시어머니들이 착각하는3가지라네요 8 휴일 2013/05/17 4,576
254906 손석희님 표절건은 어찌되고 있나요?? 1 tt 2013/05/17 1,169
254905 오레오 오즈 라는 시리얼 맛있나요? 5 궁금 2013/05/17 1,531
254904 아이가 학교에서 장사를...ㅠㅠ 35 이를어쩌죠?.. 2013/05/17 13,458
254903 층간소음 3 ........ 2013/05/17 777
254902 고구마의 전설에 꽂혔어요. 너무 맛있어요. 4 고구마스틱 2013/05/17 2,268
254901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10 사랑이란 2013/05/17 1,551
254900 육아휴직 급여에 상여금도 포함되나요? 1 워킹맘 2013/05/17 869
254899 올빽으로 머리 묶거나 똥머리 12 행복한삶 2013/05/17 4,500
254898 (은평구) 치매어머님 찾는 글입니다, 도와주세요~ 14 줌인줌아웃에.. 2013/05/17 2,010
254897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테크를 잘못하셨네요. 고작 남은 돈이. 4 두환옹 2013/05/17 1,846
254896 이렇게 더운날 내복입고 있어요 6 93 2013/05/17 1,555
254895 오늘(휴일)도 핸드폰 개통 가능한가요? 4 빨간날 2013/05/17 2,004
254894 "내가 아직도 니껀줄 알아??" 13 그러니까.... 2013/05/17 3,337
254893 나인어디서무료로다시보기되나요 4 똘똘이 2013/05/17 1,894
254892 생활력 있은 배우자의 다섯가지 기준 - 손오공걷자 6 tapas 2013/05/17 3,316
254891 흥부네 11남매 첫째 며느리 들어왔네요 33 .. 2013/05/17 27,930
254890 매실액에 생긴 침전물 1 매실 2013/05/17 3,361
254889 스마트폰 신규가입하려고 하는데요. 약정기간내에 요금제변경가능한가.. 3 신규가입 2013/05/17 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