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가 나란 말을 가장 좋아할때는, 그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하여 너란 말로 되돌려질때

작성일 : 2013-04-23 17:23:04
세상에 태어나 우리는 결국 혼자서 살아가야 합니다.
누구도 영원한 나의 편이 될 수 없기에
나 혼자 ‘나’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는 애를 씁니다.
그래서 지치고, 그래서 외롭고, 그래서 늘 남이 그립습니다.
나를 인정해주는 남이 그립습니다. 
같은 시의 중간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하지만 내가 ‘나’라는 말을 가장 숭배할 때는
그 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하여
당신의 온몸을 한 바퀴 돈 후
당신의 입을 통해 ‘너’라는 말로 내게 되돌려질 때입니다.
나는 압니다. 당신이 없다면
나는 ‘나’를 말할 때마다
무(無)로 향하는 컴컴한 돌계단을 한 칸씩 밟아 내려가겠지요.
--------------------------------------------------

그렇습니다. 시인이 말하듯 ‘나’는 나를 인정하는 ‘너’가 있기에
허무로 빠져들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다, 내 감정이 어떻다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 혼자 하는 말이면 그냥 사라질 뿐이죠.
누군가 내 말을 듣고 ‘아, 너 생각이 그렇구나.’
‘너는 그렇게 느꼈구나.’라고 받아주는 순간 
‘나’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물론 그 상대가 단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온몸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진짜 들은 것이겠죠.

내 옆에 어떤 ‘너’가 있습니까?
혹시 아무도 없지는 않으십니까?
만약 아무도 없다면 
분명 자기에 대해 말할 때 더 허무하실 겁니다.
내 말을 받아 ‘너는 말이야’ 하고 이야기를 해줄 사람,
나 역시 그의 말을 받아 ‘너는 말이야’하고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오늘은 3월의 시작입니다. 이제 봄이 시작됩니다.
따뜻한 봄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너’라고 불러줄 수 있는 사람,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연인이든 내게 의미를 줄 사람,
그런 분과 이 봄을 함께 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 심보선 시인의 <'나'라는 말>이 수록되어 있는 시집은 
  [눈앞에 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입니다.
IP : 58.236.xxx.7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4.23 5:25 PM (58.236.xxx.74)

    사실 여자들은, 너를 굉장히 큰 비중으로 놓기때문에 이글의 논지는
    이미 대개 실천하고 있는 덕목이긴 하지만
    서천석쌤이 인용하신 시가 너무 좋아서 글 가져 왔어요.

  • 2. dd
    '13.4.23 5:28 PM (121.166.xxx.189)

    그렇죠. 블로그를 하는 것도 이 이유죠. 결국 남의 공감이 없다면 내 자신의 이야기라 해도 뭐 쓸 맛이 나겠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0832 수리 크루즈 최근.. 8 . 2013/05/13 6,286
250831 프로폴리스먹고나서 화장실에 못가요.... 1 프로폴리스... 2013/05/13 1,149
250830 부산놀러가는데 괜찮은 숙소는 어디인가요?? 2 ,, 2013/05/13 586
250829 집값 오르는거에요? 11 ㅠㅠ 2013/05/13 4,721
250828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두 법원의 다른 판결 1 방미성과 2013/05/13 860
250827 에어컨 설치...본사에다 할까요? 아님 설치하시는 분한테 할까요.. 5 고민 2013/05/13 1,004
250826 물빨래 하면 줄어들까요? 2 레이온100.. 2013/05/13 733
250825 애견 앞가방 써보신 분 계실까요? 4 2013/05/13 1,076
250824 작은 방 도배 1시간에 끝낼 수 없겠죠? 2 초록으로 2013/05/13 1,023
250823 배가 뭉치는 경우 어떻게 해야하나요? 2 임신 8개월.. 2013/05/13 488
250822 콩가루 2 초보주부 2013/05/13 557
250821 아웃백 주문 ? 알려주세요.. 3 스테이크? 2013/05/13 812
250820 부엌 싱크대+타일 무슨색으로 할까요? 1 궁금이 2013/05/13 2,623
250819 일드 마루모의규칙 1 피구왕통키 2013/05/13 896
250818 ‘국정원 의심 댓글’ 수사대상 개인정보 500개 넘어 3 세우실 2013/05/13 448
250817 뉴욕타임스, 주진우 기자 구속영장 청구 보도 2 샬랄라 2013/05/13 917
250816 공기방울 쓰는분들 만족하시나요. 너무 후회가 되네요 6 세탁기 2013/05/13 1,419
250815 우영, 연근, 약쑥 부탁 2013/05/13 558
250814 윤창중 쾌도난마 보셨나요? 8 ㅎㅎ 2013/05/13 2,329
250813 정미홍.윤창중사건에 사람들의 미친광기 14 . 2013/05/13 3,053
250812 토마토+키위쥬스 괜찮나요? 2 혹시 2013/05/13 5,226
250811 산후도우미~?베이비 시터~? 3 둘중.. 2013/05/13 1,103
250810 20년 전으로 2 그립네요 .. 2013/05/13 649
250809 초등저학년 수학문제 어떠세요?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나요? 3 모카뿅뿅 2013/05/13 772
250808 금호동 래미안 아파트 어때요? 1 교포 2013/05/13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