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귀옥 부장판사 (너는 혼자가 아니다)

꼭 알리고 싶어요. 조회수 : 2,103
작성일 : 2013-04-19 19:50:57
꼭 알리고 싶네요, 이런 분들이 우리사회에
함께 하신다는 것을.
_


... 서울 서초동 소년법정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소녀는 방청석에 홀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법정 안에 중년의 여성부장판사가 들어와
무거운 보호처분을 예상하고 어깨가 잔뜩 움츠리고
있던 소녀를 향하여 조용히 다정한 목소리로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따라 힘차게 외쳐 보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생겼다.” 라고.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소녀는 나지막하게 “나는 이 세상에서...” 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더 큰소리로
나를 따라 하라고 하면서

"나는 이 세상이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큰 목소리로 따라하던 소녀는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라고 외칠 때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소녀는 작년가을부터 14건의 절도, 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고
이번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판사는 소녀를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 소녀가 작년 초까지 어려운 가정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반에서 상위권성적을 유지하였으며
장래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는데
작년 초 귀가 길에서 남학생 여러 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소녀는 당시 후유증으로 병원의 치료를 받았고
그 충격으로 홀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하였으며 소녀는 학교를 겉돌았고
심지어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판사는 다시 법정에서 지켜보던
참관인들 앞에서 말을 이었습니다.
"이 소녀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 아이의 잘못의 책임이 있다면
여기에 앉아있는 여러분과 우리 자신입니다.
이 소녀가 다시 이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잃어버린 자존심을 우리가 다시 찾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눈시울이 붉어진 판사는
눈물이 범벅이 된 소녀를 법대 앞으로 불러 세워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이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소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꼭 안아주고 싶지만
너와 나 사이에는 법대가 가로막혀 있어
이정도 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구나.”


PS: 이 사건은 금년 4월에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소년 법정에서 16세 소녀에게 서울 가정법원
"김귀옥" 부장판사가 판결을 내렸던 사건으로
이례적인 '불처분 결정' 으로 참여관 및 실무관
그리고 방청인들까지 눈물을 흘리게 했던 사건입니다.


http://facebook.com/goodsellers.like
IP : 125.176.xxx.14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3.4.19 7:55 PM (121.130.xxx.7)

    전에도 봤지만 여전히 눈물 나네요.
    근데 그 나쁜 놈들은 잡혔을까요?
    잡혀서 벌 받았을까요?

  • 2.
    '13.4.19 8:00 PM (211.58.xxx.49)

    그 아이에게 좋은 기회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 3.
    '13.4.19 8:00 PM (123.215.xxx.206)

    정말 훌륭한 법관이시네요.
    덕분에 그아이가 제대로 성장했음 좋겠어요.

  • 4. 눈물나요
    '13.4.19 8:01 PM (14.52.xxx.114)

    그야말로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운분 이시내요

  • 5. .....
    '13.4.19 8:26 PM (220.86.xxx.151)

    진정한 어른이네요..
    사회에서 어른이 아무도 없는데..

  • 6. ...
    '13.4.19 8:43 PM (58.234.xxx.69)

    멋지십니다. ㅠㅠㅠ...

  • 7. remy
    '13.4.19 8:44 PM (121.187.xxx.63)

    학교의눈물 천종오 판사님 모르세요..
    검색하면 관련 동영상 많이 나오고,
    천종오판사님에 대한 글도 많이 나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 8. 김귀옥판사
    '13.4.19 8:51 PM (58.236.xxx.74)

    저는 이거 메모해 놓고 자주 읽어 봐요,
    정말 어머니라서 할 수 있는 판결같아요.
    이런 온기로 세상의 비정함을 조금이라도 녹을 수 있다면....

  • 9. **
    '13.4.19 9:01 PM (211.36.xxx.152)

    베니스 상인의 포샤가 떠오르네요..

  • 10. 제노비아
    '13.4.19 10:39 PM (125.130.xxx.148)

    눈물이 나네요
    부디 소녀가 새로운 시작을 했으면 합니다
    판사님 존경스럽네요

  • 11. 삶에 지칠 때
    '13.4.19 11:38 PM (112.187.xxx.73)

    이 글을 읽겠습니다.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겠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2. 초...
    '13.4.20 9:08 AM (175.115.xxx.234)

    판사가 정말진정성이 있으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9361 병원검사기록부 발급전에 병원에 미리 전화 안 하고 바로 가도 되.. .. 2013/05/09 290
249360 아기 돌보미를 해보고싶은데요... 4 나는 중년 2013/05/09 1,913
249359 앞코가 짧은 구두들 왜그리 헐떡거리나요 2 왜나만 2013/05/09 1,255
249358 학원 시간대 바뀌는거요.. 1 시간대 2013/05/09 345
249357 일시납 비과세 연금 궁긍해요. 2 연금 2013/05/09 1,011
249356 씽크대 음식물 탈수기 써보신분 알려주세요. 4 물어보기 2013/05/09 2,233
249355 초등고학년은 반바지 입을 때 뭘 같이 입나요? 2 초등고학년 2013/05/09 799
249354 치매 가족 77% 요양원엔 못 맡겨, 믿고 맡길 곳 찾으려면 1 ... 2013/05/09 1,295
249353 백년의 유산에서 백진희요 16 .... 2013/05/09 4,255
249352 고소영의류는 본인이 이름만 빌려주는건지..??아니면 ... 2013/05/09 1,271
249351 대한민국 사회구조는?? 2 정론 2013/05/09 318
249350 30중반 노처녀 백수..비참하네요 30 lll 2013/05/09 30,416
249349 어버이날 고등자녀들 카네이션 주던가요? 12 서운함 2013/05/09 1,512
249348 천재인가봐요 5 우리강쥐 2013/05/09 959
249347 삼성 반도체 사장 말실수 논란 2 세우실 2013/05/09 1,132
249346 캐나다 이민 계획중인데 조언 부탁 드려요 8 이민 2013/05/09 1,695
249345 1998년의 남양.... 5 빨리꾸꾹 2013/05/09 1,658
249344 이런 증상..단순히 피곤해서일까요?? 1 늙었나봐요 2013/05/09 677
249343 혹시 사랑의손 효소와 이강옥(욱?) 교수의 효소에 대해 아시는분.. 효소 2013/05/09 1,553
249342 어떤 번호 스팸처리하면 상대방은 4 통화중으로나.. 2013/05/09 1,644
249341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 잘랐는데... 간난이되었어요.. 5 .. 2013/05/09 1,455
249340 임신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19 어렵다 2013/05/09 3,911
249339 경찰, 대기업 회장 性접대 동영상도 확보 2 세우실 2013/05/09 896
249338 원문 펑합니다 감사합니다-(냉무) 21 예비신부 2013/05/09 1,735
249337 제가 폴더폰을 쓰고 있어 스마트폰에 대해 잘 모르는게 1 아날로그시계.. 2013/05/09 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