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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 걷어차던 애녀석들 잡았네요

아어 조회수 : 5,592
작성일 : 2013-03-15 20:59:59

최소 1,2년 됐을 겁니다. 복도식 아파트 1층 제일 끝집에 사는데

잦을땐 하루 한 번, 뜸할 땐 일주일에 한 두 번, 끊임없이 현관을 걷어차고 도망갔어요.

 

처음엔 귀여운 수준이었죠. 그냥 벨 누르고 튀어서 "누구세요?" 나가면 아무도 없는 정도.

딱히 벨 한 번 울린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니고

바깥에서 지들끼리 킬킬거리면서 하도 티를 내니까 그냥 반응도 안 하게 됐어요.

저 어릴적에 남의 집 초인종 누르고 도망가본 기억도 떠오르고.. 저러다 말겠지 했지요.

 

점점 심해지더군요. 벨을 한번이 아니라 세네번씩 연달아 울리더니

나중엔 거기에 세게 두드리기. 나중엔 아예 쾅! 걷어차는 걸로 강도가 높아졌어요.

늘 시간도 일정하죠. 학교 끝나고 귀가하시는 길에 복도 끝집마다 걷어차시는 게 일과인듯.

조용히 집안에 있다가 갑자기 밖에서 문을 걷어차면 얼마나 놀라는지요.

나중엔 그 시간 언저리에 바깥에서 남자아이들 웃음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오늘 거실에 서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한번 쾅 현관을 걷어차는 거예요.

순간 미친듯이 욕하며 쫓아나갔어요. 다른때 같음 고개 내밀고 두어번 둘러보고 말았을텐데...

아무리 애들이라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어서. 분노의 질주;;;

그리곤 도망가던 셋 중 한 녀석을 잡았네요.

 

근데 참나... 전 되게 어릴 줄 알았는데. 중학생.

잡힌 녀석 왈, 자기가 찬 게 아니래요. 도망간 녀석들이 찼대요.

자기는 그냥 옆에 있다가 제가 쫓아오니까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됐다고, 이름이랑 사는 곳, 전화번호 물으니 기가 죽어서 대답하는데

가짜 번호 같아서 그녀석 전화기로 저한테 바로 걸어보니까 역시 거짓말.

다시 혼내고. 다른 녀석 이름이랑 번호 물으니 전화번호는 모른다고.

그 녀석 핸드폰에 검색하니까 바로 나오고.

 

전화를 걸어 니 친구 잡았으니까 당장 몇 동 경비실 앞으로 오라고 했죠.

좀 지나니 두 녀석이 쭐래쭐래 오더군요.

근데 둘 중 큰 녀석이 자기는 중학생이고 작은 녀석은 초등학생인 지 동생이라며,

그런데 자기네는 억울하다며, 문을 걷어찬 건 자기네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었다는 거죠.

 

자기네는 그 근처에서 우연히 화약을 터트리고 놀고 있었을 뿐인데

누가 우리집 문을 발로 차고 도망갔고, 제가 화가 나서 뛰어나오기에 얼결에 도망을 갔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네는 이것을 가지고 논 것인데 이 소리를 제가 문 차는 소리로 착각한 게 아니냐며,

손수 빵빵 터트리는 시범을 해보이시며 이렇게 억울할 순 없다는 표정으로 호소를 하더군요.

 

그 잠깐 오는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려 각본을 짠듯했어요.

가만 쳐다보다가.. 이미 얘가 다 말했다고. 너희가 찬 거 안다 하니까

아니라네요. 아마 쟤가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걸 거래요.

먼저 잡힌 녀석에게 물었죠. 너 여태 나한테 거짓말 한 거니?

아니래요. "진실"이래요. 쟤네가 찬 거 맞다고.

 

삼자대면이 묘한 긴장감을 띄어가는데

가장 작은, 초딩 동생이라 일컬어진 녀석이 결연하게 입을 열면서 가로되,

자기도 쟤도 걔도 모두 중학교 1학년. 같은 학교 친구들이라고.

문은 자기네가 찬 게 맞답니다. 형이라던 녀석이 작게 "개새끼.." 하더군요.

 

애들한테 말했어요.

그래, 사실대로 말해라. 거짓말 하려고 하지 말아라.

솔직히 너네가 했다고 인정한다고 내가 너희들을 때리겠냐 어쩌겠냐.

집에 쫓아가고 부모님한테 이르고 할양이었으면 이렇게 너네랑 얘기하고 있지도 않았다.

내가 바라는 건 잘못했다는 사과와 앞으론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몇년동안 특정 집을 정해놓고 하루이틀꼴로 그 집 문을 걷어차는 건 장난이 아니라 괴롭히는 거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놀라고 스트레스 받는다.

아기가 있는 집도 있고, 수험생이 있는 집도 있다. 그러는 거 아니다.

누가 너희집 문을 매일 걷어차고 도망가면 기분이 어떨 것 같냐.

 

결국 세녀석 모두의 인적사항 적고 사과와 약속 받고 돌려보냈네요.

참나.. 코밑은 거뭇거뭇하게 수염까지 난 녀석들이 저런 장난치고 다니고.

면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몇차례나 하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만하고. 

잡고나서도 좀 씁쓸해요. 앞으론 안 그래야 할텐데.

IP : 122.37.xxx.113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3.3.15 9:07 PM (122.37.xxx.113)

    저 100m 20초 나오는 여자인데;; 분노가 봉인돼있던 체육능력을 폭발시켰나봐요. 잡고도 신기.

  • 2. .....
    '13.3.15 9:08 PM (119.69.xxx.48)

    1층 사는 저희도 잊을만 하면 문을 세게 차고 도망가는 놈들이 있어서 골치네요. 왕짜증...
    한 번은 도망갔던 놈을 잡은 적도 있는데 중간에 다시 도망을 가서 놓쳐버렸죠. --;

  • 3. 스노피
    '13.3.15 9:10 PM (117.111.xxx.212)

    어쩜 저하고완전똑같은경험을..교습소할때경험인데 저도 한놈잡아서 부모연락처까지알아내서 전화까지했었어요 그애엄마왈 자기애는그럴애가아니라고;;내가전화번호를어떻게알아냈겠냐고하자 그럼애오면 물어보고 단속시키겠다고.몇일조용하다 또그러더라구요 결국 다른일로교습소접었는데그때서야 멈췄네요;;

  • 4. 그집
    '13.3.15 9:11 PM (211.201.xxx.62)

    부모들도 못하는 일을 하셨네요.

  • 5. 지혜로우신^^
    '13.3.15 9:12 PM (111.118.xxx.36)

    저라면 거짓말로 얼렁뚱땅 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순간 이성을 잃어버렸을 것이라고..ㅠㅠ
    침착하고 지혜로우시군요.
    녀석들도 깜!!!!!짝!!!!!! 놀랐을거에요.
    수고많으셨네요.
    오랜만의 담박질도 합격~!
    심신이 모두 훌륭한 이웃~^^

  • 6. 원글
    '13.3.15 9:13 PM (122.37.xxx.113) - 삭제된댓글

    아 두번다신 복도식 1층 안 살 거예요.
    내년에 이사가는데 그날만 기다립니다 ㅠㅠ
    위로해주시니 고맙네요. 흑.. 나 많이 힘들었.. ㅠㅠㅠ

  • 7. 지나모
    '13.3.15 9:15 PM (211.36.xxx.159)

    찌질한 형 녀석이 동생만 못하네요
    끝까지 어설픈 거짓말로 잔꾀를 부리다니요
    이제 또 그런짓은 안하겠죠?
    그동안 스트레스로 고생많으셨어요

  • 8. ..
    '13.3.15 9:20 PM (119.69.xxx.48)

    복도식 아닌데도 그래요. 1층이 문제...

  • 9. .......
    '13.3.15 9:32 PM (180.68.xxx.21)

    그런 상황에 말씀도 잘 하시고.. 부러워요~^^
    고생 많으셨네요..

  • 10. 문제
    '13.3.15 9:35 PM (58.235.xxx.109)

    한밤중에 베란다 통창에 한달새 3번이나 돌을 던지더군요.
    너무 놀라고 겁나고 짜증나고...그 심정은 당해보지않으면 모릅니다.
    어찌어찌해서 범인을 잡았는데 중학1년생 남자아이 4명.
    인적사항 물어보니 다들 다소곳이 대답하는데 한녀석이 건들거리며 그래서 어쩌라구 하는 식이더군요.
    화가 나서 경찰 부른다고 했더니 고개 빳빳하게 들고 해보
    라는듯이 대답도 않더군요.
    결국 경찰 불렀어요.
    미성년이라 처벌 받지 않고 훈계만 받고 부모에게 인계된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근 밤 12시경에 창문에 돌 던져서 벌벌 떨던 공포감이 되살아나서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11. ㅠ.ㅠ
    '13.3.15 9:58 PM (218.158.xxx.95)

    요즘 머릿속에 뭐가 들었나 들여다보고 싶은애들 가끔 있어요
    오늘 고1 학부모회 갔는데
    교장선생님이 직접겪으신 일이래요
    한아이가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복도에 껍질을 그냥 버리고 가더래요
    뒤에서 선생님이 보시고
    -얘 너 이리와봐 이거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니가 버렸잖아~~
    -내가 언제요??
    헐~~~말문이 막히는거죠
    도무지 대화가 안되고 꽉막혀 막돼먹은애들..
    이런비스무리한류 저두 가끔 보네요

  • 12. ...
    '13.3.15 10:02 PM (180.69.xxx.121)

    저도 요즘 벨 누르고 달아나는 애새끼들.. 잡아서 경찰서에 넘길까까지 생각중이에요..
    이것들이 주기적으로 한번씩 하는데 아주 열받아 죽겠네요..
    저번에 한 3놈 한번에 잡았는데 계단식이라 층수만 알아놓고 보냈는데.. 오후에 또 한번 그러구 가네요..
    어떤놈인지는 모르겠는데.. 다시 한번 그러면 시간적어놓고 CCTV확인해서 잡아낼려구요..
    잡히기만 하면 이번엔 저번처럼 안보낼 생각이네요.. 괘씸해서...

  • 13. 우와
    '13.3.15 10:23 PM (58.142.xxx.169)

    해결방법이 너무 현명하세요.

  • 14. ㅠㅠ
    '13.3.15 10:24 PM (218.238.xxx.188)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저희집이 주택가인데 담넘어 오는 애들이 있었어요. 몇달 간 대문소리가 가끔 났는데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린 줄 알았어요. 느낌이 이상해서 하루는 마당에 나갔다가 한 아이를 잡았어요. 동네애도 있고 다른 데 사는 애도 있고. 화가 나서 처음 잡은 애를 데리고 파출소가서 미친 사람처럼 난리를 쳤더니 애가 다른 애들한테 연락해서 다 파출소로 왔어요. 문제는 집근처 사는 애가 유치원다니던 어릴때도 그런 적이 있는데, 초등고학년이 되어서도 그러고 있었어요. 그때도 부모에게 말했는데 애들이 그럴수도 있다고 그러고 그냥 들어가더라고요. ㅠㅠ더 따끔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보복이라도 당할까 걱정된다며 경찰들이 말렸어요. 참....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ㅠㅠ

  • 15. 딩동~~
    '13.3.15 10:53 PM (118.216.xxx.254)

    제딸도 맨날 거짓말이라 남의자식 욕 못하겠어요.ㅠㅠ
    참,모범답안처럼 현명하게 처리하셨네요.
    추격자 찍으신거죠? 멋지당~

  • 16. ..
    '13.3.15 10:54 PM (110.14.xxx.164)

    부모에게 알리고 학교에도 알린다고 겁을 확 줘야 다신 안할거에요
    요즘애들 어른 우습게 보고 반성도 안해요 도대체 집에서 교육을 어찌 시키는건지 원...

  • 17. ...
    '13.3.15 11:31 PM (125.181.xxx.42)

    원글님 멋있어요.*_*

  • 18. ....
    '13.3.15 11:38 PM (108.14.xxx.146)

    그런 녀석들이니까 그런 짓도 했겠죠.
    참 기분이 씁쓸하네요.
    원글님은 잘하셨어요.

  • 19. 애들문제
    '13.3.16 8:12 PM (1.231.xxx.140)

    애들문제네요..
    요즘 애들 저런식으로 용서해주면.
    욕하면서.. 히히 거리고 속으로 아싸 거리고 돌아갔을꺼에요..
    옛날 애들하고 정말 다르긴 달라요..

  • 20. ..
    '13.3.16 8:30 PM (124.5.xxx.76)

    그 동안 당한거 생각하면 당장 멱살 잡고 부모 앞으로 달려가고도 남을텐테
    참 현명하게 처리하셨네요.
    부모에게까지 알리고 일 크게 벌렸다면 요즘 애들 무서운데 어떻게 엇나갈지도 모르고...
    요리조리 변명거리라도 대는거 보니 다신 안 할거 같네요.

  • 21. 오..
    '13.3.16 9:03 PM (180.67.xxx.11)

    원글님 최고.
    대응 잘하셨네요.^^

  • 22. ㅇㅇ
    '13.3.16 9:10 PM (114.203.xxx.114)

    옥션 같은 데서 CCTV모형같은거 파는데 몇천원 싼건 천원인데 사서 달아놓으세요.

    허수아비이긴 하지만 이런거 모형으로 달아놓는 경우들 있거든요

  • 23. 그런애엄마를
    '13.3.16 9:33 PM (113.10.xxx.156)

    아는데..부끄럽게 제아이 친구엿어요...대치동학원다니며 쉬는시간마다 그짓거리를 하며 동네를 헤집고 다니

    니면서 넘 학원다니기 재미있다고...

    그래서 제가 그엄마에게 조심시켜야하지아노겠냐고 넌지시 얘기했더니 애들이 장난 좀 치는거 가지고 뭘그

    러냐 하더군요...아이 잘키우겠다며 수련에 마음공부를 하느라 몇년째 하는 엄마입니다.

  • 24. 원글
    '13.3.16 9:43 PM (122.37.xxx.113) - 삭제된댓글

    어억. 많이 읽은 글에 가있네요.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 되었음 좋았겠으나.. 반전이 ㅠㅠ
    뒷얘기 썼었는데 혹 궁금하신 분들 보셔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51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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