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을 걷다가 타인과 눈이 마주쳤을때.

수요장터 조회수 : 1,459
작성일 : 2013-03-06 20:38:07

 

수요일에는, 장터가 서는게 기억나서 좀 멀지만, 정갈한 봄볕햇살을 맞으며 걸어보고 싶어서 오후한시쯤에 집을 나섰어요.

긴그림자가 호젓하게 담벼락가에 길게 늘어진채로 저를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이십대에도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길가를 걸어온 적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걸어갔어요.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또 반대편으로 가로지른 또 하나의 횡단보도를 건너 마침내 그 장터에 다다랐어요.

이미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그 좁은 보도블럭은 가득했어요.

딸기,고구마, 피망, 호떡, 그리고 아이옷들. 턱없이 넓은 아주아주 큰 팬티들..

 

그렇게 좌판위에 놓인 여러 물건들을 보면서 지나가다가 갑자기 저만치서 오고있던 동네아줌마를 봤어요.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을 드리면,

우리아이와 옆자리에 앉은 짝꿍의 엄마였어요.

안면은 몇번 있는데, 친해질 기회도 없었고,, 그 엄마가 먼저 저를 발견하고 걸어오는데 아무 감정도 섞여있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이 너무 무섭기조차해서 제가 헉!했네요.

그분이나 저나, 40대로 접어들었는데 무표정한 아줌마들표정은 이리도 무서운거구나 하고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어떤 친한 감정의 교류가 없는, 타인들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때는, 마지못해 하는 인사와 함께 서로 어깨도 부딪치지않고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은 빛의 속도와도 같은 찰나라는 것도.

 

그런데 그날이 장터가 서는 날이라 그런건지,그렇게 안면만 아는 동네아줌마를 얼떨결에 보내고 얼마못가서 이번에는 다른 엄마를 만났습니다.

이분은 성당미사에서 자주 봤었어요.

엄마가 오래전에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셨을때에도 다른분들과 함께 문병도 오시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이분은, 제가 성당에 나가기전의 일이니까 제가 이분에게 그리 맘을 많이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저도 성당을 나가면서부터 길에서 만나거나 마트에서 보면 그전과는 다르게 제 맘에 먼저 이분이 다가오는게 반가움이 물밀듯이 와서 제가 밝게 인사하면 제 미소가 마저 사그라지기도 전에 인사만 하고 외면하면서 가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오늘은, 두타입의 타인을 만난거에요.

공통점은

1. 평소에 전화연락이나, 따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없다.

2. 평소에 생활하면서 굳이 마주치지않는한 생각나는 얼굴이 아니다.

다른점은

1. 한명은 길에서 만나도 반가운 맘이 들지않고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2. 한명은 길에서 만나면 반가운 맘이 든다.

오늘의 두타입의 타인들은 또 공통점이 있는게 40대이고 둘다 똑같은 무표정으로 제가 알아보기전까지는 먼저 절 알아보고 멀리서부터 절 뚫어지게 바라보며 걸어오다가, 저와 눈이 마주칠때 억지로 웃어주고 급히 일별을 하는점.

 

그런데 전, 타인들의 시선들이 참 부담스러워요.

길을 걸어가다가도 절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럽고 심지어는 적개심도 들고.

점점 더 타인에게 말걸기가 부담스러워지기도 하네요.

특히 학창시절이나 20대와는 달리, 사십을 바라보는 서른아홉앞에서 맘을 나눈 친구도 한명도 없이 갑자기 밖에 나와 길을 걸을때 타인의 시선에 적개심섞인 궁금증을 품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건가,싶기도 해요.

 

IP : 124.195.xxx.15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
    '13.3.6 8:58 PM (121.190.xxx.242)

    시선을 보면 저는 제 표정을 점검해요,
    저도 나이드니 저절로 살이 쳐지고 표정이 굳어져서
    일부러 표정을 관리하기전엔 뚱한 표정이예요.
    마음의 준비없이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급 표정전환하기 어려워요.
    상대가 그런 표정을 짓는건 나에 대한 감정때문이 아니고
    그사람의 사정이나 성격인거죠.

  • 2. 다들
    '13.3.6 10:43 PM (221.139.xxx.10)

    세상살이가 편치 않은가봐요.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나잖아요.
    저도 점점 표정이 어두워져가네요.
    그래도 아가들만 보면 활짝 웃게 된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2829 성격이 바뀐다고 생각하세요? 5 .. 2013/03/19 1,121
232828 손주 돌보는 할머니, 40만원씩 받는다 23 양육수당 2013/03/19 3,661
232827 인도사람은 카레가 주식인가요? 3 주부 2013/03/19 2,017
232826 훈민워드 잘하시는분 도움 부탁합니다. 그림편집에 관하여 코스모스 2013/03/19 660
232825 고마우신 시부모님.. 8 핑크블루 2013/03/19 1,559
232824 실비보험 100세만기로 갈아타야할까요? 9 아이맘 2013/03/19 1,726
232823 올레 대리점에서 아이폰5로 바꾸면 호갱님되는건가요? 아이폰4유저.. 2013/03/19 760
232822 친구가 죽었는데…가해학생에 “힘내라” 댓글 논란 5 세우실 2013/03/19 1,243
232821 6000 만원을 보험에 넣어두고, 8년후부터 월 30만원씩 연금.. 11 ... 2013/03/19 2,275
232820 초3남아.. 담임선생님께 전화드려도 될까요? 16 쿠키스 2013/03/19 2,739
232819 식사로 토마토 5~6개정도 먹어도 될까요? 5 토마토다이어.. 2013/03/19 2,094
232818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질문요~ 3 www 2013/03/19 885
232817 저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데요. 4 ..... 2013/03/19 888
232816 고등아이사교육문제(영어) 5 도움요청. 2013/03/19 1,178
232815 일산 동국대 병원 소아과 어떤가요? 일산 2013/03/19 5,257
232814 파트로 근무하다 그만둡니다. 5 ++ 2013/03/19 1,712
232813 패키지가 좋아요? 자유여행이 좋아요? 13 피치피치 2013/03/19 2,212
232812 무)삼성리빙케어종신2.1 보험어떤가요? 9 보험 2013/03/19 2,216
232811 우려내고 건진 다시마 활용법 적어봐요 4 복덩이 2013/03/19 1,628
232810 연아와 아사다마오에 대하 비교발언 중 2 끝장비교 2013/03/19 1,786
232809 각서 법적으로 유효한 작성법 알려주세요(이혼시도 효력있는) 3 ... 2013/03/19 2,168
232808 70일 된 아기 차 타는 것 괜찮을까요? 5 모닝모닝 2013/03/19 1,186
232807 분양권자랑 전세계약 유의점. 4 전세계약 2013/03/19 3,745
232806 LG U 플러스 TV 보시는 분 괜찮은가요? 3 사과 2013/03/19 2,278
232805 저질체력 고등학생 어떻게 챙겨주시나요? 20 선배어머님들.. 2013/03/19 3,050